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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전문가 "교황이 평양서 가톨릭 미사 집전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시성식을 마친 후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의 북한 방문을 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신도 수가 12억 명에 달하는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그 파장이 클 전망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할 용의를 표명했다고 한국 청와대가 9일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런 사실을 밝혔습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의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습니다'라는 초청의 뜻을 전달할 것입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교황의 북한 방문 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 며 적극적인 환대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지난달 20일 백두산에서 남측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김희중 대주교를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꼭 좀 전달해달라”고 답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은 전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교황 방북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이 같은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 주면서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 순방 중인 오는 18일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 위원장의 뜻을 직접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로마 ‘바티칸 뉴스’는 교황청 대변인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을 방문하며, 하루 전인 17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베드로 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미사에는 문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합니다

교황청은 아직 교황의 방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관계자들은 방북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평양 방문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얘기입니다.

실제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본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 10일 한국 `JT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중] "교황이 북한 방문을 수락할 것으로 보십니까”” 네, 저는 그렇게 예측합니다. 북한이 좋은 계기를 마련하면 더 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로마 가톨릭 교황의 사상 첫 방북이 됩니다.

앞서 지난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014년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지만 북한을 방문한 교황은 아직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교황을 초청한 의도를 외교적 고립 탈피와 대외 이미지 개선 등 2-3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교황청은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대변자인 동시에 국제법상 주권을 가진 독립국입니다. 이 때문에 유엔에 ‘비회원국 영구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 미국, 쿠바, 한국, 일본, 이집트 등 87개국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교황청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싶어한다고 김희중 대주교가 `JT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중] ”바티칸시국이라고 또 하나의 주권국가로서 위상인데, 바티칸시국이나 교황청은 종교의 자유가 있건 없건 간에 관계치 않고 모든 나라와 선린우호 관계를 맺으려는 것이 바티칸의 기본 외교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교황을 초청함으로써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전 세계 160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40개 이상의 재외공관을 유지해 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특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데 주력해왔습니다.

그 결과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이탈리아 등 20여개 국은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등 외교관계를 끊었으며 태국과 필리핀, 싱가포르 등은 북한과의 무역관계를 크게 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양을 방문해 국교를 튼다면 북한으로서는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외교적으로 숨통을 트고 특히 가톨릭, 기독교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것은 교황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최악의 종교 탄압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국무부가 매년 펴내는 종교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종교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주민이 몰래 종교를 믿다가 적발되면 체포, 구타, 고문, 심지어 처형을 가하고 있습니다.

또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상당수 주민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교황이 방북할 경우 종교탄압국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고 이는 대북 제재 완화에 유리한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Secure relaxation of UN sanctions by projecting image of moderate leader.. “

이밖에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올해에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차례,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는 사상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조만간 만날 예정입니다.

이렇게 주변 강대국 최고 지도자들을 대부분 만난데 이어 전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만나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한층 올라갈 수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교황의 방북 못지 않게 어떤 조건에서 방북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외국을 방문하면 항상 대규모 종교행사를 가졌다며, 북한 당국이 이를 허용할 지가 관심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If he allowed to conduct full scale mass that would be more positive sign..”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종교가 사라진 북한에서 그런 행사를 여는 것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과연 가톨릭 신자가 얼마나 있길래 교황이 북한에 가겠는가, 또 간다고 해도 가톨릭 신자가 환영하는 모임을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의심하고 있어요.”

과거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서방의 종교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지난 1992년 4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습니다. 이어 1994년에도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을 만났으나 그 후 별다른 후속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에 따르면 북한은 1991년에도 교황의 방북을 추진했었습니다. 당시 북한 정권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북을 추진했지만 신앙의 자유가 확산될 것을 우려해 흐지부지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의 수도 평양은 과거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던 곳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해방 이전 북한에는 2천6백 여개의 교회와 가톨릭 성당 57개가 있었습니다. 가톨릭 신자만 5만여 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망한 김일성 주석이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부친인 김형직은 1911년 평양의 기독교학교인 숭실중학교를 다녔습니다. 김주석의 어머니 강반석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습니다.

강반석의 이름이 '반석'인 것도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베드로'라는 이름에서 연유한 것입니다. 또 김일성 주석의 외가 친척인 강량욱은 기독교 목사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번성했던 북한의 기독교는 1940~50년대부터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종교는 아편'이라는 공산주의 교리에 따라 북한 당국이 교회를 폐쇄하고 기독교인들을 박해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인덕 전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북쪽에서는 6.25를 기해 교회를 전멸시켰어요. 2천6백개나 되는 교회를 몽땅 없애버렸어요.”

김일성 정권이 종교를 탄압하자 많은 기독교인들이 6.25를 계기로 한국으로 남하했습니다. 그리고 미처 월남하지 못한 신자들은 당국의 감시와 탄압을 피해 몰래 기독교를 믿는 이른바 '지하교회 신자'가 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1998년 평양에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대외선전용 시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뜻을 직접 전달할 계획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방북을 결정할지, 또 이것이 북한사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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