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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김정은, 아버지 보다 할아버지 닮아"


지난달 18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 부부를 백화원 영빈관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은 막을 내렸지만 전세계로 생중계된 정상회담의 영상과 이미지는 계속 남아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20시간 가깝게 생방송 되면서 북한 권력 핵심부를 생생히 보여줬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전세계로 생중계된 3차 남북정상회담 화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밀한 관계입니다.

9월 18일 오전 10시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리자 김정은 위원장은 악수 대신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문 대통령을 부둥켜 안았습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씨도 두 손을 마주 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항에 나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을 맞았습니다. 이 때 두 정상이 두 손을 잡은 장면은 남북 화해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공항 환영 행사는 어딘지 모르게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평양 공항의 환영 행사는 그런 어색함 대신 정중하고 따듯한 분위기였다고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과거 김정일 위원장 때는 틀을 남조선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찾아와 알현하는 것으로 만들려 했는데, 이번에는 두 정상이 동등하고 또 깍듯히 맞이하고 친절함을 가미해서…”

남북 정상이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18일 오후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모두 발언입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올해만 벌써 세 차례나 문재인 대통령님을 만나는데, 제가 받았던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지긴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도 북측의 환대에 감사를 표하며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만남이라고 화답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이 됐습니다. 불과 다섯 달 만에 김정은 위원장과 벌써 세 번째 만나게 되었습니다. “

실제로 남북 정상은 평양에서 진행된 2박3일의 정상회담 내내 친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정상은 두 차례의 공식 회담을 포함해 14개 일정 중 10개 일정을 함께 했으며 문 대통령은 북한에 머문 총 54시간 중 17시간 5분을 김 위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솔직하고 겸손한 화법도 눈길을 끄는 대목입니다.

김 위원장은 18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묵을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직접 안내하며 외국과 비교하면 초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대통령께서는 세상 많은 나라 돌아보시는데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 숙소라는 게 초라하죠. 오늘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비록 수준은 좀 낮을 수 있어도 최대 성의를 다해서 성의와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니까, 우리 마음으로 받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실을 인정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6월 한국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외부 세계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녹취: 김정일 위원장] "구라파 사람들은 자꾸 뭐라고 말하냐면, 왜 은둔 생활을 하나, 은둔 생활하는 사람이 처음 나타났다... 나는 과거에 중국도 갔었고 인도네시아도 갔었고 외국에 비공개로 많이 나갔는데 나보고 은둔 생활을 한대. 그래서 김 대통령이 오셔서 은둔에서 해방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17년 집권 기간 중 수 십만 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등 문제점을 인정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개연설을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011년 집권 이후 자주 공개연설을 하는 것은 물론 북한사회의 문제점과 낙후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닮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박사] Kim il-sung is very outgoing...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과 김정은 위원장의 적극적인 성격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몇 가지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정상회담 이틀째인 19일 저녁 남북한 정상은 평양 능라도의 5·1경기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경기장을 꽉 메운 평양 시민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소개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오늘의 이 귀중한 또 한걸음의 전진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노력에 진심 어린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문재인 대통령에게 열광적인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보내줍시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 최초로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7분 간 연설을 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우리는 5천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습니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우리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갑시다."

그러자 15만 평양 시민들도 문 대통령에게 12번의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그의 과감한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도 2000년 정상회담에서 남한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김정일은 경호를 비롯한 신변안전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끝내 답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선히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안찬일 박사는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겠다고 한 것은 그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과거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도 서울 방문을 명문화하고도 못 온 것은 본인의 결단이 안 선데다 군부 등의 반대로 못 왔는데, 이번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가겠다고 하고 명문화 한 것은…”

전세계로 방송된 화면을 통해 평소 보기 힘든 북한 권력 핵심부의 한 단면도 볼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문재인 대통령을 백두산으로 안내 했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새 역사를 써 가자고 얘기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천지에 붓을 담가서 천지물이 마르지 않듯이 북남 관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야 한다고..”

이어 남북 정상은 함께 케이블카(삭도)를 타고 천지로 내려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천지 물에 손을 담그자 북한의 실세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다가와 지도자를 치켜세웠습니다.

[녹취: 김영철 통전부장] "오늘 국무위원장께서 천지의 물로 역사를 새로 쓰자 참으로 유명한 말씀을 남겼습니다. 백두산에 이런 날이 없습니다. 오직 우리 국무위원장이 오신 때만 날이 이렇습니다. 그래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주인이 오셨다고 그럽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민망한듯 슬그머니 자리를 옮겼습니다.

안찬일 박사는 이는 개인숭배 등 북한의 경직된 정치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이게 과거 김일성, 김정일 위원장 때 써먹던 레퍼토리인데, 김영철이 그러니까, 김정은이 듣다가 민망한지 가 버리던데, 북한의 개인숭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북한 관료들이 머리가 아직 경직돼 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공항 영접에서 회담 배석까지 동분서주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18일 김여정은 순안공항에서 단상에 오른 문 대통령이 자리를 찾지 못하자 급히 올라가 위치를 안내하는 모습을 모였습니다.

또 백화원 영빈관에도 문 대통령 내외보다 먼저 도착해 현장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노동당 본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도 김영철 통전부장과 함께 배석했습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이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과는 상당히 다른 성격과 다른 정책을 추구하는 지도자임을 보여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런 특징이 한반도 정세와 미-북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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