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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완화 압박하는 북한...5개 상임이사국 입장은?


지난달 2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조너선 코헨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 카렌 피어스 유엔주재 영국 대사,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프랑수아 들라트르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지난달 2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조너선 코헨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 카렌 피어스 유엔주재 영국 대사,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프랑수아 들라트르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둔 북한이 최근 제재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동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핵화 전까지 제재 해제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유엔 제재 완화를 위해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요, 제재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무엇인지 박형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또다시 제재 완화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제재가 "생존권과 생명권을 말살하기 위한 야만적인 목줄 조이기"라며, 제재를 계속하는 것은 북-미 관계 개선을 그만두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제재가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녹취: 리용호 북한 외무상/9월 30일]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미국이 신뢰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비핵화 전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국무부는 15일 남북한이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에 합의한 데 대한 논평 요청에, 다시 한 번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We expect all member states to fully implement UN sanctions, including sectoral goods banned under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 and expect all nations to take their responsibilities seriously to help end the DPRK’s illegal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유엔 대북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길 기대한다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끝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에 대해선 단호합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No I'm not doing it. This isn't the Obama administration. I haven't eased the sanctions. I haven't done anything. I haven't done anything."

1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를 해제할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찌감치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모스크바에서 북한과 함께 차관급 3자 회동을 한 중국과 러시아는 이례적으로 '공동 언론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제재 완화 목소리에 힘을 실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 수장들도 지난달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제재 완화에 보조를 맞췄습니다.

[녹취: 왕이 외교부장/ 라브로프 장관]

왕이 부장은 제재 완화가 비핵화 조치를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모든 대화는 양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중단하고 있고, 일부 핵시설에 대해 폐쇄 조치를 취한 만큼 미국 등 관련국도 제재 완화 등의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겁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럽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는 프랑스는 제재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구체적으로 핵과 미사일 계획의 폐기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면서 "그때까지는 유엔 안보리 제재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크롱 대통령]

마크롱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에 기대하는 구체적인 공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습니다.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파리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프랑스를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5일 파리에서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들이 이뤄진다면 UN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이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또 빠른 속도로 진행해나갈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인 우리 프랑스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십사라는 말씀을 드린 겁니다"

일부 한국 언론은 마크롱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요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를 강조하며, 비핵화가 선행돼야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또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관련된 개인 59명, 단체 9곳에 대한 독자제재를 채택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또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와도 만나 비핵화 촉진을 위한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유엔총회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유엔이 제재라는 지렛대를 가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워싱턴사무소 소장은 16일 VOA에 프랑스와 영국이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고 무역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정책을 동조하지 않을 수 있지만,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소장] "they cannot ignore United States...they don't need to follow US policy exactly but they have a strong global non-proliferation policy as well. So if President Moon can persuade President Trump and then they will follow"

또 유럽 국가들 스스로 국제적인 핵비확산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원하면 프랑스와 영국에 앞서 미국을 먼저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피츠패트릭 소장은 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현재까지 9건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제재 완화 등 수정을 위해서는 모든 상임이사국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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