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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크롤리 전 차관보] “북한의 목적은 ‘군축’…비핵화 운운은 시기상조”


필립 크롤리 전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정의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의 목적은 군축에 있다고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크롤리 전 차관보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과거 여러 번의 비핵화 약속을 어겨왔다며, 대화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 등을 역임한 크롤리 전 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한국 특사단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보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충분히 가질만한 염원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를 약속했으나 실천한 적은 없습니다.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보면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게 비핵화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방대한 양을 폐기하는 데 있죠.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상호 ‘군축’에 가깝습니다. 자신들이 얼마만큼 줄일 테니 미국 역시 그렇게 하라는 주장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재 비핵화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우선 합의를 도출해야 하고 북한이 실제로 폐기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진지한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에 비핵화를 실현할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이를 큰 성과로 보고 있는데요.

크롤리 전 차관보) 북한은 과거에도 여러 약속을 했지만 거의 지키지 않았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을 방문해 추후 협상 절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오 장관의 추가 방북을 연기한 상황이죠. 곧 한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만나게 될 텐데 이들이 좀 더 명확한 협상 절차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또한 저희가 갖고 있는 기대감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기억해야 하는 점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은 종전 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나 미-한 동맹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왜 북한이 공식적인 평화 협정을 원하는지는 완전히 이해가 됩니다. 또한 현재 이뤄지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어느 정도 수준의 비핵화를 이뤄야만 미국과 한국이 상호 조치로 평화협정을 체결해줄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북한은 어떤 협정이 비핵화 이전에 이뤄지기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방식을 취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남북이 개성 연락사무소 개소 등 교류가 가속화될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앞서나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없을까요?

크롤리 전 차관보) 저는 미국과 남북한 사이에서의 대화를 개선하는 모든 것들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화는 언제든 시작됐다가 다시 멈출 수 있는 외교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남북 관계 개선 속도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계속 전례 없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북한의 지도자와 직접 만난 게 하나의 예입니다. 북한과 같은 도전과제 앞에서 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몇 달과는 달리 북한으로부터 매우 구체적인 행동이 이뤄져야만 합니다.

기자) 비핵화 달성에 회의적이시지만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것 같은데요. 외교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정말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외교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그렇다’고 답할 겁니다. 북한이 할 수 있는 일이냐고 묻는다고 해도 당연히 그렇다고 답하겠죠. 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그렇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면 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미국이나 북한 중 한 쪽이 다른 쪽을 확실한 믿음이 없더라도 믿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지난 수십 년간 두 나라의 역사를 본다면 말이죠. 지금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아직 비핵화할 준비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한국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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