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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커비 전 유엔 북한 COI 위원장] “북한의 이산가족 선별적 상봉 허용은 야만적”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북한 정부가 이산가족을 정치적 볼모로 삼고 일부만 선별해 상봉을 허용하는 것은 야만적인 방법이라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안정을 위한 남북대화 노력은 바람직하다며 인권도 대화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커비 전 위원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관해 유엔 COI 보고서 발표 뒤 관심이 상당히 커졌지만, 지금은 잠잠합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언론 보도 방식의 영향이 일부 있다고 봅니다. 특정 소식을 보도하면 추가 내용이 나올 때까지 다른 소식을 다루는 데 영향 받았을 수 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비핵화와 평화에 초점을 맞추는 최근 분위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평화와 안보는 유엔이 헌장에서 강조한 목표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유엔 헌장은 인류 보편적인 인권과 사람들의 정의란 다른 두 가지의 위대한 목표 역시 분명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자) 유엔의 그런 목표와 북한의 인권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설명해 주시죠

커비 전 위원장) 유엔헌장의 목표는 매우 분명합니다. 유엔총회는 특히 지난 2005년에 반인도적 범죄를 국제사회가 무시할 수 없고, 개입해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R2P)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 인권 침해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의 인권 침해뿐 아니라 이런 반인도적 범죄 여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그런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규명했습니다. 세계는 이런 범죄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옛 독일 나치 정권의 반인도적 만행을 좌시했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의지가 담겨있는 겁니다.

기자) 결국 안보와 평화, 인권 문제를 분리하는 게 아니라 함께 다뤄야 하는 게 유엔의 정신이란 말씀이시군요.

커비 전 위원장) 네, 핵무기와 평화, 안보 사안만 다뤄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중요한 사안들이지만, 인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핵무기가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만 다루고 다른 것은 다루지 않는 접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입니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것에만 동의하고 서명한 게 아닙니다. 유엔이 중시하는 모든 사안을 다루기로 결의한 겁니다. 따라서 인권과 평화, 안보 사안은 일괄적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권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커비 전 위원장) 유엔에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있습니다. 보고관은 최근 남북대화를 반기면서 유익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무시하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를 제기하지 않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전략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나라가 자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고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다면 이 나라는 안정적인 장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곳은 비핵화 역시 보장할 수 없습니다. 끔직한 범죄를 자행하고 주민들에게 빛을 비추는 것을 막는다면 언제든 다른 사안에서도 돌아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한국 내 많은 탈북민 단체와 인권단체들은 변하지 않은 북한 인권 문제를 국내에서 제기하는 게 무척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합니다. 앞서 한국 정부의 남북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제가 한국을 방문한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최근의 상황까지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으면 합니다. 저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을 이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군사적 위험을 낮추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도를 이해합니다. 따라서 남북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권 사안도 반드시 협상 테이블에 올라야 합니다. 한국인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고 이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한 겁니다. 한국 내 탈북민들이 얼마나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이라면 이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한국 헌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COI 최종보고서는 납치를 반인도적 범죄의 일부로 지적하면서 한국 내 전시, 전후 납북자 문제를 자세히 지적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일부 집권당 의원들이 ‘납북자’란 용어를 ‘실종자’로 바꾸자는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커비 전 위원장) 그분들이 납치됐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다른 나라 국민도 납치됐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서에서 분명히 했습니다.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역사의 진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역사의 실상은 보고서에 정확히 기재돼 있습니다. 단순히 다른 이름을 씌워서 환경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기자) 최근 종료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커비 전 위원장) 아주 가슴 아픈 행사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수치스럽기도 했습니다. 고령인 분들이 나이가 더 많은 부모를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주 충격적인 장면이죠. 언제든 서로 통화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21세기에 북한 정부가 가족 상봉과 연락을 계속 통제한다는 것은 아주 수치스러운 짓입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하고 생사확인과 서신 교환 등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 정권이 계속 조건을 달거나 거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 북한 정권의 자세는 COI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올바른 국제적 자세가 아닙니다. 지정학적 게임에서 자국민의 아픈 상황을 볼모로 삼는 것은 바른 행동이 아닙니다. 북한 정부는 COI 보고서를 수용해 하루빨리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연락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일부만 뽑아서 상봉을 허용하는 것은 야만적인 방법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볼모로 이용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이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기자) 한국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언행을 호의적으로 보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호감도도 많이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커버 전 위원장) 사람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잘 이행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북한 정부가 선의의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신뢰가 대화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햇볕정책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만 모든 것을 하고 돌아오는 게 거의 없는 상황 말이죠. 따라서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진행하거나 상대가 제스처만 취하는 상황에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발표된 지 4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는지요?

커비 전 위원장) 국제사회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안보리가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회의에 올린 것은 미얀마 말고는 없었던 일입니다. 유엔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마다 정식 안건으로 논의하고 있고 5개 상임이사국이 보고서가 오른 뒤 대북 제재 강화에 모두 찬성했습니다. 이런 진전들은 북한의 인권 기록에 조명을 비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나라가 각자 인권 문제를 안고 있지만, 북한에 집약된 인권 문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인권 문제를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처럼 아주 시급하게 다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자) 북한 정부가 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사상 교양과 사회주의를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모기장을 든든히 쳐야 한다고 자주 강조하고 있고요.

커비 전 위원장) 자유로운 생각을 막을 만큼 강력한 모기장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흩어진 이산가족이 서로 만나야 한다는 시급하고 간절한 소원을 막을 만큼 강력한 모기장도 없습니다. 북한 정부가 정보 유입을 어렵게 할 수는 있겠지만, 자유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계속 막을 수는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COI 보고서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의무입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에게서 최근의 남북 관계 동향과 인권 사안에 관해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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