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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이산가족, 감시 없이 남북한 오가며 만나야…지나친 타협 금물”


지난 26일 북한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참여한 남북한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감시 없이 보다 다양한 장소에서 장기간의 만남이 허용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남북관계 개선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일회성 행사를 위해 한국 정부가 북한에 지나친 양보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반기면서도 정례화되지 못한 채 정치적으로 자주 활용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ICAS) 연구원은 27일 VOA에 이산가족 정례화를 위한 대북 압박 노력이 불충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닉시 박사] “I don’t believe enough effort has been made to press the North Koreans to make that kind of commitment.”

단시일 안에 이산가족이 더 자주 만나도록 합의하는 게 핵심이지만,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 정부를 충분히 압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닉시 박사는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난 2015년처럼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된 전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이려면 다음 달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박사] “I would hope president Moon would push for something like I believe should be done an agreement firmly committing both side to a series of family reunion in short sequence…”

닉시 연구원 등 일부 전문가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에 합의하면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촉진의 동력”이라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논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연구원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는 정치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것을 남북한 정상이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노스 연구원] “We look at this reunions as an opportunity for both North and South to prioritize people over politics…”

최근 미 경제지 ‘포브스’ 기고를 통해 이런 이산가족 상봉의 “씁쓸함”을 제기했던 이노스 연구원은 한국이 상봉 행사를 주말마다 개최할 수용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며 이 사안은 “남북관계의 건강함을 시험할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노스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 정부가 전통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보상을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며, 이번 상봉 행사 역시 3차 정상회담 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 제재 해제 등 많은 것을 받아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한국이 이산가족 상봉에 관해 북한 정부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며 타협하는 상황에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남북협력을 위한 매개체로 이산가족 상봉을 활용하고 대부분의 상봉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투명성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 조건에 타협하는 전례를 상기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t reminds me very much of the kinds of compromise that’s made when humanitarian aid is given…”

인도적 지원에 대한 투명한 감시체계 없이 북한 정부와 타협하는 것과 1회성 행사로 비용만 지불한 채 북한 정부의 목적에 활용되고 끝나는 상봉 행사가 아주 비슷하다는 겁니다.

코헨 전 차관보는 이처럼 지나친 타협이 이산가족 상봉의 개선을 스스로 막고 정치적 의도에 끌려가는 상황을 되풀이하게 만든다며 이제 한국 정부가 북한 정부에 구체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상봉 장소를 북한으로만 제한하지 말고 한국과 미국 등 다른 곳으로 확대하고(미국 내 이산가족을 위해) 북한 당국의 감시 없이 가족이 자유롭게 더 많은 시간을 대화하고 잠을 잘 수 있도록 허용하며 자유롭게 서신과 전화로 접촉하도록 남북한이 합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코헨 전 차관보 등 전문가들은 또 북한 정부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상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they obviously fear that by reporting about such an event, it will encourage other North Koreans to want to meet with their relatives…”

북한 주민에게 상봉 소식을 크게 보도할 경우 다른 이산가족이 한국 내 가족들을 만나길 원하도록 고무해 여러 정보가 북한에 들어가 김씨 왕조의 정당성을 어렵게 만드는 것을 북한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언론들에 따르면, 북한은 대외용 성격이 짙은 ‘조선중앙통신’과 대내용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서만 짤막하게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했고 ‘노동신문’ 등 대부분의 내부 매체는 아예 상봉 소식을 전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는 또 하나의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산가족 상봉은 유엔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것을 남북한 모두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북한이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에 이산가족 이슈가 존재하는 거죠. 군사분계선을 직접 넘어가지 못하더라도 북한 정부가 허용하면 제3국에서도 만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북한 정권이 이동의 자유를 절대로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에 이 이산가족 이슈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는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이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통해 북한에 조직적으로 만연된 광범위한 인권 침해의 단상을 엿볼 수 있다며, 기존의 정치적 시각에서 벗어나 인권 차원에서 균형적으로 문제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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