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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사일 전문가 실러 박사] “함흥 연구소, 핵심 미사일 생산시설 아니야”


지난 4월 1일(왼쪽)과 지난 6월 20일 촬영된 북한 함흥 지역의 미사일 제조공장 모습 위성사진. 최근의 위성사진에서 확장 건설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제조공장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4월 1일(왼쪽)과 지난 6월 20일 촬영된 북한 함흥 지역의 미사일 제조공장 모습 위성사진. 최근의 위성사진에서 확장 건설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제조공장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의 함흥 미사일 시설은 핵심 미사일 생산시설이 아니며 북한의 고체 연료 생산 역량 역시 매우 낮다고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가 주장했습니다. 미사일 엔진 등을 개발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고 안전 장치 또한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역량이나 시험의 실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실러 박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독일 정부, 유럽연합 등에 미사일 관련 자문을 해 온 항공우주 공학 전문가입니다.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사일 관련 시설로 알려진 함흥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의 확장 공사를 지속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실러 박사) 북한이 이 시설의 규모를 확장했다는 것은 당연히 믿을만하다고 봅니다. 확장도 했고 건물도 새로 지었죠. 문제는 미사일 생산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8월 이 연구소를 방문했고 여러 화학 재료를 둘러봤습니다. 이 시설에서 미사일 부품을 만든다는 신호는 될 수 있지만 미사일 전반을 다루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자) 중요한 건 북한이 미사일 관련 부품을 어디서 생산하느냐라는 건가요?

실러 박사) 북한은 이 시설을 미사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용한다고 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지난 8월 미사일 연료 생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시설이 필요합니다. 지금 함흥에 있는 시설보다 말이죠.

기자) 북한은 이 시설에서 고체 연료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개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러 박사)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함흥 시설에서 남쪽으로 50km 떨어진 곳에 미사일 시험대가 있고 그곳에서 고체 연료 미사일을 한 차례 시험 발사한 적이 있습니다. 알려진 건 한 번밖에 없습니다. 함흥 시설에는 미사일 시험대도 전혀 없고 안전 시설도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미사일 엔진 시험대는 모양이 특이하기 때문에 관측이 쉽지만 함흥 시설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이 곳에 건물 두 채를 새로 지은 게 전부입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독일, 러시아 등 다른 나라 미사일 생산시설을 보면 훨씬 더 큰 규모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핵.미사일 확산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한 전문가는 VOA에 익명을 전제로 함흥 시설이 미사일과 전혀 관계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빙성 있는 주장입니까?

실러 박사) 그렇습니다. 저희가 함흥 시설을 미사일 시설로 보는 이유는 김정은이 지난해 8월 그렇게 말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김정은이 방문했을 때 건물 벽에는 미사일 사진도 걸려 있었고 화학 재료를 둘러보는 게 공개됐습니다. 이런 재료들이 미사일에 사용될 것이라는 신호를 김정은이 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곳을 미사일 시설로 보고 있는 겁니다. 논리적인 추론이기는 하지만 허위정보를 퍼뜨려온 북한의 오랜 역사를 본다면 조금 과장된 해석 같습니다.

기자) 미사일 시설이 아니라고 보는 근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실러 박사) 물론 이곳에서 미사일 부품이 생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미사일 전체를 다 생산하는 곳은 아닙니다. 규모가 너무 작고 미사일 생산에 필요한 핵심 요소도 부족합니다. 우선 미사일 시험대가 필요합니다. 또 연료를 생산하기에도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이 시설에서 미사일 연료를 생산한다면 매주 한 번씩은 미사일 엔진을 시험해야 합니다. 미사일 추진기와 같은 폭발물을 다루는 건데 언젠가는 폭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건물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게다가 건물들을 폭발로부터 보호하는 벽도 없습니다. 미사일을 생산하는 곳이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미사일 부품을 생산하는 곳일 수는 있지만 저는 그럴 것 같지도 않습니다. 대신 일종의 원형(프로토타입) 시설로 보여집니다.

기자) 함흥의 위성 분석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액체 연료보다 연료 주입시간이 짧아 기습 발사가 가능한 고체 연료 엔진이 생산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고체 연료 기술은 어느 단계에 와있다고 보십니까?

실러 박사)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우선 큰 규모의 고체 연료 엔진 미사일 시험대가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고체 연료 미사일을 생산한다면 계속 시험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한 번밖에 고체 연료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았죠. 시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산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매우 간단한 문제죠. 만약 북한이 고체 연료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한다면 북한이 이를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봐야 합니다. 북한은 이를 시험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산할 수도 없습니다.

기자) 미국 정부는 북한에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닙니까? 이런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어렵습니까?

실러 박사) 일반적으로 미사일 엔진 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쉽지만 미사일 자체를 폐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시설을 폐기하는 게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시설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북한은 절대 외부 전문가나 사찰단을 이런 시설로 초청하지 않을 겁니다. 폐기할 것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라도 폐기하는 것을 보여줄 수가 없는 거죠. 저는 북한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허위정보로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 화성-15형을 연이어 발사하는 등 미사일 기술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실러 박사) 네, 북한은 그들이 만든 위성보다 훨씬 강력한 ICBM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이런 위성을 제작하고 작동시키는 데 20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악조건(늦은 밤) 속에서 ICBM을 발사했는데 완벽하게 작동했다고요? 북한이 발사한 ICBM은 구소련 ICBM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북한이 이를 직접 생산했을까요? 아닙니다. 북한은 이런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자 모든 사람들이 속아버렸습니다. 북한은 이제 추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고 폐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절대 그럴 수가 없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이나 핵심 부품을 외부로부터 구입해 발사했고 모든 사람들은 북한이 엄청난 ICBM 체계를 갖췄다고 믿게 됐습니다. 미국은 이제 북한과 평화협정을 원한다고 합니다. 이는 김정은이 평생 원했던 일이고 북한으로선 모든 일이 잘 풀린 겁니다.

기자) 그래도 미국 정부는 추가 미사일 발사가 없는 것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까?

실러 박사) 핵심은 북한이 발사할 미사일이 없기 때문에 추가 실험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제 관측이고 모든 정황이 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이게 가장 타당한 가설입니다.

기자) 박사님의 주장을 정리하면 북한이 미사일 시험 발사하는 것은 봤지만 어떻게 생산되는지는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생산 역량이 없다는 겁니까?

실러 박사) 아닙니다. 저희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역시 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본 건 실제 발사입니다. 시험 발사는 한밤중에 하지 않습니다. 또 잠수함에서 하지도 않죠. 대신 완벽하게 맑은 날, 그리고 완벽한 조건 속에서 발사합니다. 많은 추적 장치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계속 반복 시험해야 합니다. 한밤중에 발사하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합니다. 실전 배치될 수준이 아니라면 폭발했을 수도 있죠. 즉,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시험이 아니었고, 작동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쏜 겁니다.

마커스 실러 박사로부터 북한의 함흥 미사일 시설의 용도와 역량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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