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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핵 전문가 올브라이트] “북한 핵실험장 폐기는 화려한 쇼…증거 인멸로 검증 어려워져”


지난 14일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지난 14일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전문가가 배제된 북한의 핵 실험장 폐기는 증거 인멸로 인해 추후 검증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이 지적했습니다. 과거 이라크 무기사찰에 참가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21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화려한 쇼”에 비유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북한의 추가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장의 설비와 기술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가 곧 이뤄질 전망인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는 이번 절차에서 배제됐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는 없으십니까?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올브라이트 소장) 이 행사의 중요성을 깎아 내리는 부분입니다. 검증 조치라기보다는 화려한 쇼에 가깝습니다. 이 행사가 실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언론을 초대하지 않았을 겁니다. 대신 미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을 초대해 핵 실험장에서 어떤 장비들이 사용됐는지 확인해보도록 했겠죠. 현장에 들어가 핵실험에 사용된 장비, 갱도를 만드는 방법, 핵무기 제조 방법, 핵실험 역량을 확인한 다음에 폐기를 했어야 합니다. 북한이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폭파 장면만 공개하는 건 검증이 아니라 “쇼”입니다.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자) 추후 검증을 위한 증거들이 사라지면 나중에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입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네 맞습니다. 저희는 지금 북한의 핵 실험장에서 사용된 장비들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북한은 지금 만들고 있거나 나중에 만들 계획인 다른 핵 실험장으로 이런 장비들을 간단히 옮길 수 있습니다. 검증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이를 통해 뭔가 알아내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 역시 검증 전문가들이 현장에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은 IAEA나 CTBTO 인력이 검증에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 전문가들은 환영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나 한국 전문가들도 참여할 수 있겠죠. 저는 핵 시설 폐기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선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비핵화에 필요한 장비들이 이제 핵 실험장에서 모두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사용된 장비를 찾아내야 합니다.

기자) 왜 IAEA나 CTBTO는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보십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것일 수 있습니다. IAEA는 매우 소극적인 기구이며 현재 지시 사항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IAEA는 북한의 김계관 같은 이가 자신들에게 매우 적대적이라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IAEA나 CTBTO가 북한에 공식 초청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은 놀랍습니다.

기자) IAEA는 언제든 사찰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IAEA도 증거가 사라지면 검증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 않습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저는 IAEA와 북한이 겪었던 갈등의 역사를 고려할 때 미국이 검증을 시작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최고일 것 같습니다. 물론 IAEA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이행하게 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사찰 등의 조치에 참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영변이나 영변 외 지역에 있는 핵 시설과 군사시설들을 검증하는 절차는 미국이 맡는 게 역설적으로 더 낫습니다. IAEA가 더 중립적인 것은 맞지만 북한은 예전부터 IAEA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죠. 과거 북한은 IAEA가 핵 물질 샘플을 채취하는데 반감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하려면 샘플 채취를 허락해야 합니다. 비핵화에 진지하다면 미국이 북한에 들어가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 비핵화에 들어가는 비용이 6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합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그 정도로 큰 금액이 들지 않습니다. 수천만 달러 수준이 될 겁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몇 년간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미국이 검증 절차를 진행한다면 미국이 돈을 낼 겁니다. 미국 국책연구소나 외부에 있는 전문가들을 고용해 돈을 지불하게 되는 건데요. 저는 1990년대에 이뤄진 이라크 무기사찰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계속 이 일만 한 것은 아니지만 5년이라는 기간 동안 매우 오래 이 문제를 다뤘죠. 하지만 저는 IAEA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고 다른 전문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과정에 참여했던 미국과 독일, 프랑스, 러시아 정부가 자국 전문가들에게 돈을 지불했죠. 다만 북한은 비핵화 과정에서 돈을 받으려고 할 겁니다. 자신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건데요. 미국 역시 지난 2000년대 6자회담 당시 보상을 해줄 생각이었습니다.

기자) 보상금을 포함한다면 금액이 크게 늘어날 수 있겠군요?

올브라이트 소장) 보상은 매우 다른 문제인데요. 북한은 한국과 일본에 매우 큰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보상 금액은 수십억 달러가 넘어가게 됩니다. 북한이 완전하게 새로운 전기 관련 사회기반시설을 원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11년 한국 당국자로부터 1994년 제네바 합의의 결과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경수로 지원 사업에 100억 달러가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원자로는 가동되지 않았고 한국은 그냥 그 돈을 잃게 됐었죠. 저는 큰 원자로 지원을 한 번 할 게 아니라 작은 규모로 장기간에 걸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핵화 합의가 성공할 수 있는지 더욱 확신을 가질 수도 있고요. KEDO의 경우에는 그냥 돈 낭비였습니다.

기자) 다른 국가의 경우에는 어떤 보상이 이뤄졌습니까?

올브라이트 소장) 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핵화 사례를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남아공은 보상을 받지 않고 비핵화를 했습니다. 남아공의 핵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몇 년 전에 만약 다시 비핵화를 한다면 이를 지렛대로 삼아 보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아공이 수십억 달러의 보상을 받았다면 1990년대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으로부터 국제원자력기구 등 전문가들이 배제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의 문제점과 추후 검증 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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