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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위성 전문가들 “영변 핵시설 인프라 개선, 지나친 해석 말아야”


지난 21일 북한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 사진.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의 새 냉각 시스템 개선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출처=38NORTH
지난 21일 북한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 사진. 38노스는 영변 핵시설의 새 냉각 시스템 개선 작업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출처=38NORTH

미국의 핵과 위성 전문가들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인프라 공사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최근 위성 판독 결과와 관련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는 인프라 공사 외에도 많은 동향이 관측되지만 원자로 가동 증거로 볼 수 없는 일상적 움직임이 대부분이라며 상업용 위성에 의존하는 분석을 경계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위성 사진을 토대로 북한 영변 핵시설의 인프라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38노스는 이 주장의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우선 5MW 원자로 냉각 시스템에 개선 작업이 외견상 완료됐고 배출구에서 냉각수가 나온다는 관측입니다. 또한 실험용 경수로 인근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작은 건물이 새롭게 세워진 정황도 발견했습니다.

38노스는 영변 원자로의 가동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의 핵 역량 확충 증거로 인용했습니다.

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은 27일 성명을 통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는 보도가 매우 우려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규정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핵화에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는 겁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이와 관련해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38노스의 분석 결과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We never thought that building meant anything. It has nothing to do with whether the reactor started or not, it could just be office building nearby. The report just seems hyped up and it doesn’t seem very significant.”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건물을 짓는 것에는 별 의미가 없고 그냥 사무실 용도일 수 있으며 원자로 작동 여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설명입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냉각수는 핵시설이 운영되는 동안 배출되는 것이라며 현재까지의 협상 단계에서 북한은 경수로 시설을 완전하게 폐쇄하겠다는 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자로를 폐쇄하겠다고 한 뒤 재가동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In terms of negotiations, they haven’t agreed to permanently shut down the light water reactor, for example. They may argue that this should be turn into peaceful nuclear exemption from the dismantlement agreement. And 5MW reactor, why would they stop prior to any actual deal.”

또한 북한이 추후 핵 시설들을 전기 생산 등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며 폐기 대상에서 배제해 달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실제 협상도 시작하기 전에 왜 먼저 없애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닉 한센 연구원 (출처=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닉 한센 연구원 (출처=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위성 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학 객원연구원 역시 원자로가 작동하면 냉각수는 강으로 배출된다며 건물이 들어선 것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If the reactor is operating, it uses discharging of secondary cooling system into the river…Was this business usual at the Yongbyon? Yes they are building new building, but they always build new buildings. There is always new roof going on, there is always addition to the another story being built on some of the lab buildings….It is spring and summer seasons, you can build a lot better in Spring and Summer than you can in the middle of winter there.

이번에 건물이 새로 지어진 것은 맞지만 북한은 핵 시설에서 항상 새 건물을 짓고 지붕 작업을 하며 건물 층수를 올리는 작업을 해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겨울에 비해 봄과 여름이 건물 등 공사에 효율적이라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의 새로운 건물 공사를 즉각 미-북 정상회담 합의 위반으로 간주하는 데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ey are doing that as scheduled that was probably made several years ago. So to say this is a big deal, yeas it is because they haven’t stopped, but they are not doing terribly unusual… Obviously they are expanding something, but it is not explosive expansion that we have seen in the past. They only have x amount of money,”

이런 공사들은 수 년 전에 이미 계획된 대로 진행된 것이라는 겁니다.

한센 연구원은 영변 핵시설의 최근 변화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북한이 중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매우 심상치 않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무언가 확장하고 있을 수는 있지만 과거처럼 (핵)폭탄과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부분을 늘리고 있는 게 아니라며 북한의 자금 역시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최근 영변 핵단지를 찍은 위성 사진을 보면 38노스가 지적한 변화 외에도 다른 움직임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영변 핵단지 초소의 크기가 커지고, 배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시설 주위로 이중 경계망이 설치됐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SUV와 골프카트 차량으로 순찰을 도는 모습도 관측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민간 위성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분석을 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5 MW reactor, it appears to have continued operation over the last couple years. But when you are only looking at satellite imagery once or twice a month, you have no idea what is happening in other 28 or 29 days a month. It is just really hard to see if they are really operating.”

영변의 5MW 원자로의 경우 지난 몇 년간 계속 작동돼 온 것으로 추정되는 데, 한 달에 한 두 번 현장을 찍은 위성 사진만을 근거로 가동 여부를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겁니다. 또한 위성 사진이 공개되지 않은 다른 날의 경우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를 들었습니다.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처럼 상업용 위성을 토대로 한 분석보다는 미국 등 정부 당국의 관측이 훨씬 신뢰할만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국은 위성뿐만 아니라 열 감지 사진을 이용해 원자로 어느 위치에서 열이 발생하는지 확인하는 등 더욱 많은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도 일정 기간 동안은 핵 융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이 감지될 수는 있지만 발열 위치 등으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센 연구원 역시 정부는 각종 위성과 비행기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e government uses a lot of unclassified digital globe, airbus data, they have contract to buy that.”

또한 민간 위성의 숫자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비밀리에 일을 진행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올브라이트 소장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건물이나 냉각수가 아닌 영변 방사화학실험실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재처리 과정이 이뤄졌는지 여부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올브라이트 소장] “To me the key thing is much more whether reprocessing has occurred and plutonium has been separated at the radio chemical laboratory.”

풀루토늄 추출이 이뤄졌다면 플루토늄을 사용한 핵무기 수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이는 농축우라늄을 사용한 것보다 더욱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는 뜻이라는 설명입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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