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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사망 1주년] 포트먼 상원의원 “웜비어 사망, 사악한 북한 정권 본질 보여줘”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 씨가 북한 최고재판소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웜비어씨를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 씨가 북한 최고재판소로 이동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웜비어씨를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 1주년을 맞아 북한 정권의 사악함과 반인도적 범죄 개선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웜비워 씨의 아버지는 북한을 ‘범죄 집단’으로 규정했고, 롭 포트먼 상원의원은 북한 정권의 사악한 본질을 상기시켜 주는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6월 13일 미 중서부 신시내티 공항. 북한에 억류됐다 17개월 만에 풀려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고향 땅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건강하고 열정이 넘쳤던 예전의 젊은이가 아니었습니다.

혼수상태로 침대에 실려 온 그의 모습에 부모와 미국인들은 경악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웜비어 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지구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북한을 여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치 선전물을 훔쳤다는 이유로 적법한 사법절차 없이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웜비어 씨는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고 가족은 말합니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아들의 사망 1주년을 앞둔 지난달 노르웨이에서 열린 오슬로 자유포럼에 참석해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아들과 가족을 파괴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레드 웜비어] “We treated North Korea with respect and dignity and they just destroyed our son and tried to destroy our family.”

가족과 미 정부는 북한을 존중하고 품격 있게 대했지만, 북한 정권은 면회나 소통은 물론 영사 서비스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옛 독일의 나찌 식으로 아들을 재판했고 결국 아들과 가족을 모두 파괴했다는 겁니다.

프레드 웜비어 씨는 아들이 사망한 뒤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과 체제에 관해 자세히 알게 됐다며 북한은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범죄 집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프레드 웜비어] “They are not a country. They are a criminal enterprise.”

아들 오토처럼 북한 공민이 모두 정권의 인질로 갇혀있으며,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놀랍고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웜비어 씨 가족은 아들이 구금 넉 달쯤 됐을 때 뇌사 상태가 됐지만 북한 정권이 실수를 인정하고 치료를 받게 하는 대신 끔찍한 장소에 방치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웜비어 씨 가족이 사는 오하이오의 롭 포트먼 연방상원의원은 1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웜비어 씨의 사망 1주년은 북한 정권의 사악한 본질을 또 한 번 상기시켜준다고 말했습니다.

[포트먼 상원의원] “Today marks one year since Otto Warmbier passed away, another reminder of the evil nature of the North Korean regime”

역시 같은 지역구의 브래드 웬스트럽 하원의원은 VOA에 웜비어 씨에 대한 북한 정권의 잔인한 학대는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며, 우리는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용인해서도, 잊을 수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웬스트럽 의원] “”in Otto’s memory, we can neither allow nor forget North Korea’s human rights abuses. One year after his death, we continue to demand a murderous regimes be held accountable.

웬스트럽 의원은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북한의 살인 정권에 대한 책임 추궁을 요구해야 한다며 웜비어 씨 가족은 늘 우리의 기도 가운데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웜비어 씨의 사망은 가뜩이나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도발을 우려하던 많은 미국인의 분노를 일으켰고 트럼프 행정부가 보다 강력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미국인들의 북한여행을 금지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으며, 의회는 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제재법안을 채택했습니다.

한국 국회연설과 새해 국정연설 등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심각한 인권 침해를 규탄할 때마다 웜비어 씨의 이야기는 빠짐없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류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질문에 웜비어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며, 그의 죽음이 없었다면 미-북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과 달리 인권 문제는 진지하게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트럼프 대통령도 회견에서 인권 문제는 북한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험악(rough)하다고 말해 많은 미 언론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t’s rough. It’s rough in a lot of places, by the way. North just there.”

미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그러나 19일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웜비어 씨를 포함해 김씨 정권의 셀 수 없는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This demeaning Kim regime’s countless victims, including Warmbier.”

웜비어 씨와 다른 수백만 명의 피해자들을 기리는 길은 북한의 폭군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절대 잊지 않고 (다음 세대에) 영원히 가르치는 것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웜비어 씨의 사망 1주년을 맞아 동맹국인 한국에서도 19일 탈북민과 시민 150여 명이 모여 웜비어 씨를 기리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녹취: 집회 중 김태훈 변호사] “북한은 사이비 종교집단입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3대 세습으로 내려오는 신격화된 수령 절대주의 국가입니다. 유엔에서 규명했듯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가 70년 가까이 현재까지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모르고 있던 세계인들, 미국인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준 게 바로 오토 웜비어다. 이런 뜻에서 오토 웜비어 군! 호기심 많고 젊은 청년의 죽음은 의미 없는 죽음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웜비어 씨를 그린 대형 현수막과 특별 제작된 흉상 앞에 헌화하며 웜비어 씨의 사망 1주년을 맞아 지금도 북한 정권에 고통 받는 북한 주민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자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오토 웜비어 씨 가족에게 조전을 직접 보내 위로하고 북한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은 데 대해 개탄한다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이후 웜비어 씨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전쟁 위험을 먼저 막고 평화를 정착시켜 남북 교류를 활성화하면 북한의 인권 문제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인권과 북한 정권의 체제 안전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인권 개선 없이는 비핵화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빅터 차] “this is where you can’t separate out the human rights stuff from the security stuff because the North Korean leader…”

미국은 이미 9·19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에 대한 북한 내부 위협, 즉 주민들로부터의 위협까지 미국이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주민들의 인권 개선이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차 석좌는 특히 과거 독재에 대응해 인권과 민주주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한국의 진보 진영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로 둘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9일 VOA에 웜비어 씨의 사망 1주년은 최근 미-북, 남북 관계 개선으로 다시 고개를 드는 북한 관광에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웜비어 씨와 한국인 박왕자 씨를 살해하고도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아주 무책임하고 위험한 움직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제일 중요한 게 (남북 경협이 곧) 관광 사업부터 시작될 것 같은데 북한 관광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토 웜비어 씨도 북한에 갔다가 세상을 떠났고 16명의 미국인들도 북한에서 억류됐었고. 한국 정부가 (북한 관광을) 중단한 것도 박왕자 씨가 총을 맞아 세상을 떠났는데 이게 관광객들의 신변을 보장해 주지 않아서 그렇게 됐는데 이게 상황이 변했습니까?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의 정체성이 바뀌어야 상황이 변할 텐데 상당히 어렵습니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미-북 정상회담 뒤에도 자본주의 문화와 북한 내 인권 침해 지적을 강하게 비난하며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모기장을 더욱 든든히 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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