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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연합훈련 일시 중단 여부 곧 발표”...군사 전문가들 “시기상조”


지난 2015년 한국 비무장지대(DMZ) 인근 포천에서 미군이 연례 미한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 비무장지대(DMZ) 인근 포천에서 미군이 연례 미한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한 연합훈련의 일시적 중단 여부를 미국과 한국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군 출신의 한국 전문가들은 연합방위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한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한 미국과 한국 정부의 협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15일 기자들에게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만간 가까운 시일 내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현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남북과 북-미 간 좋은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북 군사적 압력 조치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미국도 우리 입장에 상당히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어 이를 토대로 양 정부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한 군 당국은 현재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 가디언 UFG 연습 중단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송영무 장관과 짐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14일 전화통화에서 미-한 연합훈련 중단 문제를 놓고 긴밀한 협의를 벌였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14일 미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협상에 진지한지 보기 위해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상황이 극적으로 변했다며, 훈련 중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핵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전쟁연습(war games)'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언론 등도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주요 군사훈련들이 무기 연기됐으며, 8월로 예정된 UFG 연습 중단 방침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매년 3월 키 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실시하고, 8월에는 UFG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출신의 전문가들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 한-미 연합방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신원식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1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이 실제 군사력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원식 교수] “연합훈련의 중단은 한 번 정도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내년 키 리졸브까지 연결돼 1년 이상 공백을 갖게 되면 미군의 보직상 1년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바뀌고, 주요 핵심 참모들은 2년, 그 외 극소수 연합사령관이나 7공군사령관들은 3년을 하는데...”

훈련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주한미군의 보직 특성상 전투원이 한 번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신 연구위원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포함한 한-미 동맹은 비핵화와 상관 없이 북한에 양보해선 안 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신원식 연구위원] “설사 훈련 정도까지는 조금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비핵화가 눈으로 검증이 끝난, 완전한 출구 단계에서 검토해볼 만하지, 입구에서… 지금 입구도 안 들어간 상태에서 이걸 써 버리면 비핵화의 긴 과정에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느냐. 중요한 수단을 상실한 것이다...”

따라서 신 연구위원은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에 대한 검증에 들어가야 하며, 만약에라도 북한이 검증 과정에서 약속된 부분을 이행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면 바로 내년 3월 키 리졸브를 재개하는 수순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미연합사령부에서 작전계획과장을 지낸 김기호 경기대 교수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기호 교수] “한미연합사령관을 포함해서 중요 지휘자들이, 간부들이 1~2년 단위로 교대를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연합연습 때 무엇을 하냐면 한반도,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훈련을 하거든요.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이 작전계획을 숙달하는 훈련, 즉 전시에 취하는 임무를 숙달하는 훈련인데...”

김 교수는 연합군사훈련은 단순한 훈련 목적 외에도 연합군사령관을 비롯해 지상군사령관, 1군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 연합심리전사령관 등 모두가 모여 작전에 대해 토의를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총사령관의 의도와 작전개념을 다른 군 지휘관들이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이 평시작전권을 보유하고,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갑자기 평시에서 전시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한다면 연합훈련의 의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기호 교수] “한미연합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졌지만 평시에도 가질 수 있는 권한 사항을 6가지 위임받은 게 있어요. 여기에는 연합위기관리, 연합작전계획 수립, 연합정보관리, 연합훈련… 왜냐 하면 평상시에 훈련해야 전시에도 싸우거든요.”

그러나 김 교수는 훈련 기능이 약화되면 점차 연합사령관의 권한도 축소되고 궁극적으로는 미-한 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연합훈련이 '로우키' 즉 규모를 줄여서 실시될 수 있다는 가정에 대해서도 “UFG 연습의 경우 시나리오 자체가 적이 먼저 침략한 상황을 가정해 방어를 하는 것”이라며 “아예 안 한다면 몰라도 축소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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