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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탈북자들 “북한 정권 못 믿어...5일 전단살포 강행”


2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만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에서는 북한의 인권개선 등을 주장하는 '자유북한주간'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탈북자와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남북 정상의 만남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경험했던 탈북자들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눈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통일소원특별기도회'에서 'VOA'와 만난 탈북자 김대련 씨입니다.

[녹취: 김대련 씨] “꼭 김정은 정권이 실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온 세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평화로 가는 새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출발점 약속을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꼭 약속이 지켜지리라 믿습니다. 저는 연방제 통일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김 씨처럼 남북 정상이 내놓은 '판문점 선언'에 기대가 큰 탈북자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상당수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습니다.

2011년 한국에 정착한 박학수 씨의 입에선 '거짓말', '사기'와 같은 단어가 나왔습니다.

[녹취: 박학수 씨] “우리가 북한에 살았으니까요. 실제로 됐으면 좋겠는데, 너무 거짓말하는 모습을 많이 봤으니까요. 믿을 수 없고, 사기꾼 같고...”

박 씨는 북한에 살면서 6.15선언 등 남북이 이룬 많은 선언을 경험했지만, 실제 통일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굶어 죽는 인구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남북의 만남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 겁니다.

북한 인권단체를 이끄는 탈북자 출신 단체장들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했습니다.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2일 단체장들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승냥이는 양이 될 수 없다'는 북한 속담이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화로 위장한 '양'의 탈을 쓰고 있으며 '승냥이'라는 본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민연대' 김태희 대표는 김 위원장이 고모부를 처형하는 등 폭압적인 정치를 일삼았고, 김씨 왕조의 3대 세습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태희 대표] “대한민국이 꿈을 깨야 합니다. 환상을 깨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일침을 놓고 싶습니다. 김정은에 대한 환상과 꿈을 접으십시오.”

'자유수호연합' 최정훈 대표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녹취: 최정훈 대표] “우리는 북한에서 적화통일 야망을 눈으로 직접 보고, 우리는 끝까지 배웠던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의 유혹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을 또 그 평화 속에서 2천300만 국민들이 아직도 맞아 죽고,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있는 걸 우리가 구원할 수만 있다면...”

이날 단체장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실망감을 표출했습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허광일 대표는 남북 정상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의 요구만이 담겨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허광일 대표] “판문점 선언에 북한이 요구하는 부당한 문제를 다 담으면서 북한 정권이 지난 73년 동안 자행한 살인 만행과 2천400만 북한 주민들에 대한 반인륜적, 인권유린 행위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앞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전 장관과 정동영 현 국회의원 등은 핵 문제와 인권 문제를 분리해서 해결해야 한다며, 당장 시급한 핵 문제를 해결한 뒤에 인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런 맥락에서 다른 남북 간 현안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주요 활동 중 하나인 대북 정보유입이 '판문점 선언'에 의해 제동이 걸린 데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습니다.

남북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채택하면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 등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특히 한국 통일부는 1일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취지를 감안해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 살포 중단에 적극 협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통일부 당국자는 'VOA'에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민간단체의 전단살포 제지가 적법하다'며 관련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단체들은 오는 5일 풍선을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경찰과 탈북자 단체들이 충돌할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통일 변호사모임 상임대표는 “탈북자 단체들이 북한에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중에서도 정보전달의 자유에 속한다”며 통일부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상임대표]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특별히 구체적으로 법률이 명시화돼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막연하게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를 통해 규제한다는 것은 그 규제가 구체성을 결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상임대표는 만약 전단살포가 경찰에 의해 제지된다면 “국가의 법률집행이 불법이며, 공무집행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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