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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탈북인권단체 “전단살포 계속할 것...적대 행위 아냐”


지난해 9월 탈북자들이 경기도 파주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는 집회를 하는 도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살포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인권단체들은 전단살포를 중단하는 내용을 담은 '판문점 선언'에 크게 반발하며, 이를 멈출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단살포를 '적대 행위'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전해 드립니다.

지난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이제 우리가 사는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한국 국방부는 5월 1일부터 확성기 방송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에 착수하는 등 '판문점 선언'에 대한 본격적인 이행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확성기가 빠른 속도로 철거되는 것과 달리 '전단살포'는 쉽게 중단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현재 전단살포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관련 단체들은 “중단 계획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 간 대북전단 살포에 앞장서 왔던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28일 'VOA'에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는 계속 보장돼야 한다며, 이는 유엔헌장에도 명시된 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북한 주민들은 동물들이 아니에요. 쌀보다도 정신적인 양식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김 대표는 북한 주민들은 과거와 달리 한국 드라마 시청과 음악 감상을 포함해 외부 세계를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많이 늘어났다며, 전단살포를 멈춰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동포직접돕기 운동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도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풍선 전단을 날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민복 단장] “라디오와 인터넷이 없는 유일 폐쇄 국가 북한 주민들에게 유일하게 보낼 수 있는 풍선 대북 방송은 이것은 북한에선 언론이거든요. 언론은 정치 흥정의 대상이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협의를 했으니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할 입장입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피격 6주기를 맞아 탈북자들이 날린 풍선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전단지들이 보인다. (자료사진)
지난해 3월 천안함 피격 6주기를 맞아 탈북자들이 날린 풍선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난하는 전단지들이 보인다. (자료사진)

이 단장은 연간 약 1천 개의 풍선을 북한 쪽으로 날리고 있습니다. 풍선 1천 개에 손바닥 크기의 전단지 약 3만 장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3천만 장을 보내는 셈입니다.

이 단장은 “볼 권리, 알 권리를 알려주는 원초적인 인도주의 원칙에서 자극이 없는 내용을 전단지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단살포'의 주체에 대한 해석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판문점 선언'에는 '전단살포를 중지한다'고만 돼 있을 뿐, 구체적으로 전단살포의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해석에 따라 '판문점 선언'의 전단살포가 한국 정부 차원의 활동에 국한됐을 수 있지만, 동시에 민간 차원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는 겁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은 군 차원의 전단살포를 의미한 것'이지만 '북한 쪽에서는 민간으로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군이 시행하던 전단살포는 이미 2010년에 중단돼 정부 차원에서 특별히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발언으로 미뤄볼 때 2010년에 중단된 군 차원의 '전단살포'가 굳이 '판문점 선언'에 들어간 것이 '민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만약 전단살포의 주체가 '민간'을 포함한다고 해도, 한국 정부가 민간의 활동을 제재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민간의 대북 전단살포를 막을 만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찰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 행위를 막은 적은 있지만, 모두 북한의 위협에 따른 안전 조치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었습니다.

박상학 북한인권단체총연합 상임대표는 전단살포 행위가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문제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박탈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상학 상임대표] “대북전단은 대통령 권한이 아닙니다. 대북전단은 민간 단체에서, 특히 탈북자 민간 단체에서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보내라 마라, 하니 안 하니' 할 자격이 없습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있는 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겁니다. 대북 전단은 계속 갈 겁니다.”

전단살포를 주도적으로 해 온 단체들은 이번 '판문점 선언'이 전단살포를 '적대행위'로 규정한 데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습니다.

서울을 방문 중인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대표입니다.

[녹취: 수잔 숄티] “I describe it as a 'love letter home'...”

외부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 '집으로 보내는 사랑의 편지'일 뿐, 적대적인 행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북한에 (경제적으로) 크게 뒤처져 있고, 미국이 적대적으로 북한을 파괴시키려 하기 때문에 핵 개발을 한다는 등의 북한식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건 라디오 방송과 전단지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민 대표도 적대행위의 주체는 언제나 한국이 아닌 북한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북한에서 대한민국을 향해서 하는 적대적 행위가 너무 많죠. 걔네는 말로 해요? 걔네는 대포를 직접 쏘잖아요. 사람을 죽이잖아요. 이런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적대 행위라고 보고요. 탈북자들이나 방송은 사람을 죽여본 적도 없고, 죽이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적대 행위가 될 수 없죠.”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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