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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남북정상회담 사흘 앞으로...DMZ 대성동 마을 “좋은 결과 기대”


비무장지대 남측 대성동 마을에서 바라본 북측 기정마을. 마을 중심에 높이 160m의 인공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비무장지대 남측 대성동 마을에서 바라본 북측 기정마을. 마을 중심에 높이 160m의 인공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비무장지대 내 민간인 거주 지역인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특히 남북한이 확성기방송을 중단한 데 대해 “사는 게 좋아졌다”며 환영했습니다.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비무장지대(DMZ) 남쪽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

바람에 휘날리는 인공기가 한 눈에 보이는 이 곳 마을의 주민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성동 마을 이장 김동구 씨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이전 정상회담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동구 씨] “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 주민들도 다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정상회담이나 정전협정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까 마을 분위기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밝고요. 주민들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생업에 종사해주게 해 준다면 고맙죠.”

'자유의 마을'로도 알려진 대성동 마을은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한국 유일의 민간인 거주 지역으로 지난 1953년 휴전 합의와 함께 탄생했습니다. 한 때 북측에 조성된 '기정동 마을'과 태극기와 인공기의 깃발 높이를 놓고 경쟁을 펼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주민은 47세대 193명. 대부분 정전협정 당시 거주했던 원주민의 자녀 혹은 이 곳 주민과 결혼한 여성들입니다.

김 씨에 따르면 마을 주민들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지만, 정부로부터 경작권을 부여 받아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겐 납세는 물론 병역의 의무까지 면제됩니다.

현재 대성동 중심부에 있는 태극기의 높이는 99.8m로, 북측 기정동에 자리한 160m 높이의 인공기보다는 낮습니다.

비무장지대 남측 대성동 마을에 휘날리는 태극기.
비무장지대 남측 대성동 마을에 휘날리는 태극기.

​하지만 이 곳을 지키는 공동경비구역(JSA) 내 한국 장병들은 북한 기정동 마을이 사실상 마을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기정동 마을에는 아파트 형태의 건물이 여러 동 있지만, 창문에 제대로 된 유리조차 끼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대성동 마을에는 35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초등학교까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대성동 주민 자녀 8명과 인근 지역에서 통학하는 2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대성동 초등학교 진영진 교장은 학생들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알고 있으며, 학교에서도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성동 인근에선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한국 정부 헬리콥터가 일대에서 포착됐고,경비도 이전보다 더욱 삼엄했습니다.

남북 정상은 사흘 뒤인 27일 대성동에서 약 1.3km 떨어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만납니다.

한국 청와대에 따르면 두 정상은 회담 당일 오전 판문점에서 만난 뒤, 공식 환영식에 이어 공식 회담에 돌입합니다. 이후 이날 저녁 환영만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은 24일 정상회담 리허설을 진행했으며, 25일엔 북측 선발대가 참여하는 남북 합동리허설이 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정상회담 하루 전 날인 26일엔 전세계 취재진을 위한 '프레스센터'가 문을 열게 되는데, 'VOA'를 비롯한 41개국 460개 언론사 소속 약 3천 명의 언론인이 이용하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대성동에서도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당장 대북 확성기방송이 끊긴 게 주민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장 김 씨는 전날인 23일부터 남북의 확성기방송이 중단돼 마을이 조용해지면서 “사는 게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많이 시끄러웠고, 사는 데 지장이 있었지만 이젠 이런 어려움이 사라졌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한국 국방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로운 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23일 자정을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기존에 중단했던 대북 확성기방송을 재개했었습니다.

북한도 이에 대응해 40여 곳에서 대남 확성기방송을 해 왔지만,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최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무장지대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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