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가 미-북 간 대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9일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 직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가 이뤄질 경우 이른바 `평창 정세'가 계속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반도는 도발과 제재가 반복되는 긴장 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끄는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단이 9일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고위급 대표단을 이끄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북한의 대외적 국가수반입니다. 과거 정무원 부총리와 외무상을 지냈고, 1998년 이후 북한 헌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1948년 남북 분단 이후 남한을 방문한 최고위급 인사라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니까, 최고위직이죠, 남쪽에 내려온 사람 중에는 가장 높죠.”
김영남 상임위원장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입니다.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이번 고위급 대표단의 실질적인 지휘자라고 말합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현재 한국 정부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근무하는 김광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김광진] ”김영남은 나이가 많고 국가수반이지만 실권이 없습니다. 얼굴마담이죠, 반면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이고 김정은이 직접 파견해서 자신의 대리인격으로 보냈기 때문에 당연히 실세고, 소통라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김영남 상임위원장 일행을 면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입니다.
[녹취: 김의겸]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일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10일 면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친필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북한은 제재로 인해 3-4월이 벼랑 끝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남한과 손잡고 북-미 관계를 뚫어보려는 심산이기 때문에, 친서를 휴대했을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과의 만남은 일종의 예비 정상회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김영남 위원장과 김여정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 간에는 고위 당국자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에는 김여정 제1부부장과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국가체육지도 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 외에도 지원 인력 16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중에는 북한의 대남, 대외 정책을 담당하는 인사가 다수 포함돼 남북 당국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할 기회가 된다는 겁니다. 또 한국 정부도 이 기회를 활용해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교착 상태를 타개할 모종의 방안을 북측에 제시할 것이라고 한국 현대사연구소 정창현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정창현]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여러 협상안, 중재안을 모색하고 있고, 또 억류된 미국인 같은 경우에는 북측도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 선행할 수 있는 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려면 남북대화가 미-북 간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남북대화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로 이어지게 하고 다양한 대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북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관심사는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이 평창올림픽에서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나느냐 여부입니다.
문 대통령은 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각국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환영 리셉션을 주최합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과 북한 측 대표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미국 측 고위급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악수나 인사말 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지만, 의미 있는 접촉이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닉시] ”Just passing hand shake, in terms of any substantive meeting I doubt it…”
트럼프 행정부는 펜스 부통령의 김영남, 김여정 접촉 가능성과 관련해 “지켜 보자”는 입장입니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5일 펜스 부통령이 한국에서 북한 인사들과 만날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것이 기회가 될지 어떨지 지켜보자” 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 장관] “Well, with respect to the Vice President’s trip to the Olympics and whether or not there would be an opportunity for any kind of a meeting with North Korea, I think we’ll just see. We’ll see what happens.”
펜스 부통령도 한국으로 향하기 직전 일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측 인사와의 만남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먼저 북측에 접근하지는 않겠지만 김영남 상임위원장 또는 김여정이 접근해 오거나 모종의 제안을 할 경우 들어볼 용의가 있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올림픽을 계기로 ‘일단 대화를 해보자’는 정도의 공감대를 이룰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더] ”평창올림픽에서는 일단 대화를 해보자 정도의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구체적인 게 아니라, 왜냐면 본진은 모두 평양과 워싱턴에 있으니까, 그런 정도의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올림픽이 개막하는 이번 주가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과의 대화를 선택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과 미-북 대화, 그리고 긴장 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끝내 핵, 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경우 한반도는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제재가 반복되는 긴장 국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