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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2018 한반도 정세 전망 “평창 이후가 문제”


1일 서울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1일 서울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관련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미국과 한국에 상반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미국에 대해서는 ‘핵 타격 사정권에 있다’고 위협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새해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미 본토가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김정은] ”미 본토가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으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서는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남한을 통해 미국을 봉쇄하는 이른바 ‘통남봉미’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즉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통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대북 압박을 막으려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만만한 게 한국이니까,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성공시키려고 노력하는 거를 아니까, 평창올림픽을 이용해 한-미 연합훈련 하지 마라, 미국과 손잡지 마라, 우리민족끼리 하자고 해서 한국을 미국과 떨어트리려 하는 거죠.”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도 북한이 미-한 동맹관계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문재인 정부에 접근해 남북 대화와 교류가 이뤄지면 강력한 대북 압박과 제재를 추진하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이 생기는 것을 노리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고스] “One is to drive a wedg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but it’s also to try to see what North Korea can get from South Korea through engagement.”

북한은 정부 수립 70주년을 맞는 오는 9월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에서 행사를 치르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름값이 치솟고 전쟁설이 나도는 상황에서는 분위기 진작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제재를 약화시키고 평화 분위기 연출을 위해 한국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문제는 한반도 정세가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대로 흘러가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일시적이나마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미-한 동맹의 균열이나 대북 제재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제재는 제재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한 동맹 관계를 흔들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Well, anybody who thought that speech was reassuring was drinking too much champagne over the holidays.”

북한의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면 3월까지는 한반도 긴장 수위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전화통화를 갖고 평창올림픽 기간 중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올 한반도 정세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공산이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이 2월 평창올림픽에 참가해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살피다가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평창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까지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화성-15형을 발사한 11월 29일 이후 100일 넘게 추가 도발을 중단한 게 됩니다. 이는 미-북 대화 재개의 한 조건을 충족하는 것입니다.

앞서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달 7일 “북한이 핵,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60일 간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북 간 대화가 성사될 경우 이는 6자회담 재개 등으로 이어지고 한반도에는 당분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북한이 추가 도발이나 핵무장을 강행하는 경우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과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했지만 아직 핵무장을 100% 완성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평창올림픽 참가 등으로 시간을 벌어놓고 소형 핵탄두를 10여발 가량 생산하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핵탄두를 실전배치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김정은]”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를 대량생산해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북한은 특히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달 3일과 18일, 그리고 25일 세 차례에 걸쳐 위성발사가 유엔 헌장이나 우주조약 등 국제법에 부합하는 합법적 권리 행사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앞서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이라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북한은 무슨 ICBM이라고 얘기하지 않고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지 않겠어요.”

만일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 또는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은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북 군사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상황이 그렇게 될 경우 군사적 조치가 포함된 선택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Well, what we have to do is prepare for a broad range of options for the president, and those include military options and we’ve made no secret about that.”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사실상 결정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일단 긴장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올림픽 참가를 핵무장을 위한 시간벌기에 악용할 경우 다시 긴장이 고조될 전망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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