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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북한 ‘제재피해조사위원회’ 설치...선박 국적세탁, 해상 환적 등 밀수 기승


지난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이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이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피해가 있다”며 ‘제재피해조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선박의 국적을 세탁하고, 해상에서 물품을 바꾸는 등 밀수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다양한 신호가 북한 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제재피해조사위원회’입니다. 이 위원회의 존재는 지난 9월23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처음 드러났습니다.

[녹취: 리용호] ”공화국에는 이미 각종 제재로 인한 피해를 전면적으로 조사하는 국가적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조직됐습니다.”

이어 북한의 제재피해조사위원회는 29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제재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녹취: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미국의 제재 책동은 그 악착성과 미개성으로 극악한 범죄로써 그것이 인민생활에 미친 피해와 손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북한 당국이 내부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나 피해 상황을 좀처럼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재피해조사위원회’ 설치를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례적입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미 남부 조지아주립대학의 그레이스 오 교수는 북한이 위원회를 만든 것 자체가 제재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North Korea created the committee investigate magnitude of impact of sanction…

북한 당국은 제재의 여파가 일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듯 체제 단속과 민심 이반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 7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에서 연설의 상당 부분을 자력갱생 등 제재 대책에 할애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의 극악무도한 제재 압살 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화를 복으로 전환하기 위한 열쇠가 바로 자력갱생이고…”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들도 현 상황을 ‘엄혹한 난국’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TV는 보도 시간마다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제재의 그물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수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주요 외화벌이 품목인 석탄과 철광석 등 광물 수출이 어려워지자 북한은 자국 선박을 제3국 선적으로 바꿔 수출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을 파나마나 자메이카 선적으로 바꾼 뒤, 이 선박으로 석탄을 러시아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미 재무부의 마셜 빌링슬리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지난 9월에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선적을 바꾼 북한 선박이 석탄을 밀수출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빌링슬리 차관보입니다.

[녹취:빌링슬리 차관보] “Intelligence community has provided to your committee today how vessels originate from China they turn off their transponders as they move into North Korean waters..”

북한 선박이 무선신호기를 끄고 중국을 오가며 석탄을 밀수출 하는 장면이 미 정찰위성에 포착됐다는 겁니다.

북한은 또 석유가 부족하자 바다에 배를 띄워놓고 환적하는 방식으로 기름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북한의 금별무역회사 소속 `예성강 1호'가 지난 10월19일 바다에서 다른 선박으로부터 원유를 옮겨 싣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밀무역을 통해 수산물을 중국에 판매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습니다. 한국 `KBS' 방송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당국의 수입 금지 조치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북한산 꽃게와 조개, 생선을 중국 국경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나도 최근 사진 한 장을 받았는데, 북한 청진 앞바다에서 잡힌 털게가 하루 만에 중국 연길에서 팔리는 것인데, 이건 국경 밀무역에 공공연히 진행된다는 것이고..”

북한 당국은 대북 제재의 그물망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북한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경제의 버팀목인 중국과의 교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 해관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9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억3천만 달러보다 62%나 줄었습니다.

중국은 또 10월부터 항공유와 휘발유 등 정제유의 대북 수출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정제유 수출 중단은 중국이 북한 문제를 전보다 심각하게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 must been banned by Chinese government, Yes…”

미국은 김정은 정권을 한층 옥죄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미 재무부는 북한 선박 20척과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기업과 개인 등 13 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해상 밀수와 환적 등이 계속되자 해상 차단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는 성명에서 해상 보안 강화 등 추가적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해상봉쇄는 선전포고’라며 무자비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제재가 김정은에게 통할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자”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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