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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북한은 지금 ‘세대당 1t’ 거름전투 중


지난해 1월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의 미곡 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자체 생산한 비료를 옮기고 있다.
지난해 1월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의 미곡 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자체 생산한 비료를 옮기고 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겨울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요즘 북한에서는 ‘거름전투’가 한창입니다. 주민들은 세대 당 1t의 퇴비를 만들어 바쳐야 하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1-2월은 ‘거름전투’를 벌이는 시기입니다. 최근 평양에서는 주민들이 만든 퇴비를 농촌에 실어 보내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농업 건설에서 앙양을 일으키는 데 적극 이바지하자고 오늘 성 중앙기관들에서 2천여t의 도시 거름과 수 십 종에 수천 점의 소농기구들을 마련해가지고 첫 금요노동에 떨쳐 나섰습니다.”

북한 TV는 또 협동농장 농장원을 내세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관철하기 위한 첫 사업이 거름전투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논과 밭들에 정보당 마흔 톤 이상의 유기질 거름을 내고 기어이 다수확 운동에 선구자가 되겠습니다.”

탈북자들은 도시 주민들이 퇴비를 만들어 농촌에 지원하는 ‘거름전투’가 시작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북한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 1990년대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이민복 씨는 1950년대부터 퇴비를 만들어 바쳤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민복] “1950년대부터, 내가 1957년생인데, 그 때 보면 부모세대들도 객토라고 땅을 파서 나르고..”

북한 당국은 ‘분토생산’ 또는 ‘거름전투’라는 명목 아래 각 인민반, 공장, 기업소, 학교에 퇴비 생산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한 세대 당 퇴비 1t을 만들어 바쳐야 합니다.

퇴비도 마음대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 인분에 흙을 섞어서 1t 분량을 만들어야 하는데, 추운 겨울철에 퇴비를 만드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으로 2008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김나영 씨입니다.

[녹취: 김나영] “인분은 조금 섞고, 나머지는 흙을 섞어야 하는데, 산에 가서 언 땅을 파서, 곡갱이 질을 해서 섞어 바쳐야 하는데, 진짜 힘들어요.”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인민반장에게 뇌물을 주어 무마하거나 아예 장마당에서 거름을 사서 바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탈북자 김나영 씨입니다.

[녹취: 김나영] “인민반장에게 바쳐야 하니까, 그걸 통과하기 위해 인민반장에게 뇌물을 주고, 돈을 주고, 또 퇴비 전투를 하다 보니 장마당에 퇴비를 만들어 파는 사람도 생겼어요.”

북한 당국이 이렇게 주민들에게 퇴비를 만들어 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비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박사입니다.

[녹취: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1980-90년대 초 사회주의 동맹권이 몰락하면서 외부 에너지 수입이 줄면서, 비료도 에너지 산업인데, 원료 공급이 안 되니까 비료 생산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렇게 주민들로부터 거둔 수 만t의 퇴비를 농촌에 보내고 있지만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권태진 박사는 밝혔습니다.

[녹취: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 “일종의 유기질 비료인데, 인분은 예를 들어 유안비료 한 푸대는 같은 무게의 인분 4-5 푸대를 사용해야 화학비료 한 푸대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평양의 수뇌부도 비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안남도 안주에 있는 남흥청년화학 연합기업소를 방문해 비료 생산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이 공장이 석유 대신 무연탄을 사용해 비료를 만든다며, ‘비료가 폭포처럼 쏟아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비료공장 건설’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 이민복 씨는 석탄으로 비료를 만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모두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민복] "석탄을 가공해 비료를 만든다는 것은 전세계에서 북한밖에 없는데, 북한이 선진국이면 믿겠지만, 석탄에서 비료 만드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앞서 한국은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매년 20-30만t씩 비료 지원을 해왔습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지원한 비료가 250만t에 이릅니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이 한국의 천안함을 공격한 데 이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자 비료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북한의 비료 사정은 한층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비료는 석유를 분해해 나오는 나프타를 가공해 만드는데,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을 제한하면서 비료 생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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