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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기업 제재 위해 미·한·일 정보력 강화해야”


지난 7일 중국 선양의 한 북한 식당 입구에 종업원들이 서있다.
지난 7일 중국 선양의 한 북한 식당 입구에 종업원들이 서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라 비영리 목적 등을 제외한 모든 북한의 합작·합자·외자 형태의 기업활동이 10일부터 외국에서 전면 금지됐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그러나 ‘VOA’에 북한 정권이 위장 상호와 이면 계약을 통해 계속 제재를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과거 단둥의 훙샹그룹처럼 미·한·일 주도로 북한 위장 기업들에 관한 정보력을 강화해 중국이 기업들을 폐쇄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안보리가 지난해 9월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는 방안의 하나로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과의 합작·합자·외자 형태의 기업을 모두 폐쇄하도록 했습니다.

비영리·공공 목적 등을 제외한 개인과 기업, 북한 정부를 대행하는 모든 업체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도록 한 겁니다.

결의안 채택 시점부터 120일 안에 기업 폐쇄를 명시했기 때문에 사실상 10일부터 제재 효력이 발효됐습니다.

북한과 합작·합자·외자 형태의 기업을 가장 많이 운영하는 중국에서는 10일 제재 이행과 관련해 일관적이지 않은 신호들이 나왔습니다.

‘AFP’ 통신은 중국 내 일부 북한 기업들이 10일 문을 닫았지만, 다른 식당과 여행사 등은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영업을 중단한 북한 관련 업체 가운데는 선양의 칠보산 호텔과 베이징의 일부 식당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 역시 현지 보도로 칠보산 호텔 외에 선양의 모란관, 동명관, 능라도 식당, 베이징의 해당화 식당이 이날 문을 닫았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베이징의 다른 북한 식당들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9월 공고문에서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 기관이나 개인이 중국에 설립한 북-중 합작과 합자 기업, 외국 자본 기업들은 결의안 통과 시점부터 120일 안에 폐쇄하라”고 지시했었습니다.

북·중 합작이나 합자 형태로 운영되는 중국 내 북한 기업의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의 안드레아 버거 선임연구원은 1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은 규명조차 제대로 못 할 정도로 매우 방대한 북한 합작 혹은 합자 업체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를 찾아내기 위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나라 정부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버거 선임연구원은 전례를 볼 때 제3자가 정체를 밝힌, 북한 관여가 매우 분명한 업체들이 앞으로도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지원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중국 훙샹그룹(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이 지분을 북한과 공유했던 칠보산 호텔은 이날 폐쇄됐습니다.

14층 높이의 칠보산 호텔은 북한 정권의 주요 소득원이자 과거 북한 해커들의 거점으로 활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거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부가 외국 국적자를 업체 대표로 내세우고 북한과 연계를 숨기며 제재를 쉽게 회피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재 전문가들은 북한 업체들이 중국에서 위장 상호를 활용하거나 이면 계약을 통해 정체를 자주 숨긴다고 지적합니다.

조지타운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법적 측면에서 제재 수위를 높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런 기업들을 찾아 모두 폐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think it’s a hard thing for China to do the close business……”

중국 국적의 조선족들이 이런 북한 기업들을 대행하는 경우가 많고 북-중 국경 지역에서 모두 한국어를 구사하며 밀무역을 중개하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유엔안보리 제재 2375호는 북한의 단독 투자 기업은 제재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고 일부 업체는 조선족 등 중국인들의 순수한 운영 형태로 변경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 ‘KBS’ 방송은 10일 북-중 합작기업인 베이징의 옥류관 식당이 지난해 말부터 순수 중국인 기업으로 형태를 변경해 고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지난 6개월간 제재를 비교적 충실히 이행하며 과거와는 다른 아주 강력한 정치적 신호를 북한의 모든 이들에게 보내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but there is a very strong political signal here from the Chinese government to everybody in North Korea….”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확산 우려에 대한 불만으로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을 모든 북한인에게 알려 북한 정권이 인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 합자와 합작 기업들을 모두 막지 못하더라도 이런 제재 이행 의지를 계속 보인다면 북한 정권의 외화 수입과 민심에 모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중국이 유엔안보리 제재 원칙에 합의해 폐쇄를 시도하겠지만, 위장한 합자나 합작 기업이 어떤 곳이고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China may agree in principle with the sanction, the shutdown joint ventures, but they won’t shutdown…”

또 제재가 강화될수록 이를 회피하기 위한 중국 내 북한 위장 기업들의 숨바꼭질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해거드 교수는 중국은 광대하며 그 안에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있다며 이 가운데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도 많아 중국 자체적으로 제재를 이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가 이런 위장 기업들을 찾아내 중국 당국에 이를 통보하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거드 교수] “It’s important for South Korea, for Japan, and for the United States and other countries who have intelligence……”

해거드 교수는 훙샹그룹이 아주 좋은 예라며 미·한·일 공조가 안보 뿐 아니라 이런 제재 이행에 관한 정보력 공유로 긴밀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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