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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해설] 판문점 북한군 망명 사건, 불안정한 정전 상태 확인

  • 윤국한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군 병사의 긴박했던 탈출 장면을 담은 영상. 북한군 병사가 탄 지프 차량이 배수구에 빠지자 차에서 내려 퍼붓는 총격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유엔군사령부는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발생한 북한군 병사 망명 사건과 관련해 북한 측이 두 차례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엔사는 과거 북한 측과 회담을 열어 위반에 대해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해 왔지만, 지금은 회담 개최는 커녕 항의통지문을 발송할 수단도 없는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먼저, 북한군 병사 망명과 관련해 북한 측이 위반한 정전협정의 내용은 어떤 건가요?

기자) 유엔군사령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너머로 총격을 가했다는 것과, 북한군 병사가 잠시나마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두 차례의 유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사의 이런 결론은 사건 당시의 폐쇄회로 TV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어떤 조항을 위반한 건가요?

기자) 정전협정에는 `쌍방은 모두 비무장지대 내에서, 또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비무장지대를 향하여 어떠한 적대행위도 감행하지 못한다’는 조항과, `특정한 허가 없이는 상대의 군사통제 하에 있는 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북한군 추격조의 행위는 이 두 조항을 위반한 겁니다.

진행자) 그럼 정전협정 위반 문제는 어떻게 다루나요?

기자) 사안에 따라 유엔사가 항의통지문을 보내거나, 북한 측에 장성급 회담을 요구해 정전협정 위반 사항에 대한 조사 결과를 설명,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합니다.

지난 14일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전날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망명 상황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전날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망명 상황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은 북한 측과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논의는 커녕 항의통지문을 전달할 수단도 없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에 대응해 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하자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선언했습니다. 북한은 그에 앞서 2009년에도 정전협정 무효화를 주장했고, 이후 지금까지 유엔군사령부와의 장성급 회담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반발해 판문점 통신채널을 폐쇄했는데요, 이 때문에 확성기 이외에는 북한 측에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항의를 전달할 수단도 없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북한은 오랫동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지요?

기자) 네, 국제법상 정전협정은 `전쟁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단지 군사적 교전 행위만을 중지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6.25 한국전쟁은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때로부터 64년째 완전히 종결되지 않고 다만 일시적으로 중단된, 비정상적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1950년대 후반부터 줄곧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왔습니다.

진행자) 정전협정에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조항이 있을 텐데요?

기자) 정전협정 협정문에는, 협정이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당사국들이 정치회의를 소집해 남북한 모두에서 외국 군대의 철수와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문제들을 협의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1960~80년대 냉전시대와 이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정세 아래서 평화협정 체결이 고도의 정치안보 문제로 떠오르면서 사실상 논의가 막힌 상태입니다.

진행자) 평화협정 체결이 정치안보 문제로 떠올랐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기자)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남한에서의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하고 있습니다. 정전협정에 교전 지역 내 외국 군대 철수에 관한 조항이 있는 점을 겨냥한 겁니다. 그러나 미국은 평화협정이 한반도 안보 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에 앞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과거 북 핵 협상에서도 주요 쟁점이었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면서 지난 64년 동안 무력도발 등 정전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습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협정 논의의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북 핵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공동성명은 회담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고 명시했었습니다. 하지만 북 핵 문제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평화체제 논의도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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