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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탈북민 출신 교사들 “수능에 제도적 문제 있지만, 공정한 경쟁 인상적”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속초지역 시험장인 속초고등학교에서 속초고 학생들이 쌀쌀한 날씨에도 구호를 외치며 선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한국의 수험생들이 오늘(23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시험을 치렀습니다. 한국의 수능시험은 국가적 관심 속에 매우 독특한 환경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신기하게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특히 교사 출신 탈북민들은 학력과 점수에 너무 집중하는 모습이 불편하다면서도 북한과 달리 자유롭고 공정한 기회 속에 꿈을 좇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녹취: 후배들의 수능 응원 소리] “선배님들 대박 나십시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른바 수능을 치러 가는 선배 수험생들을 향해 후배들이 목청을 높여 응원합니다.

후배들은 수험생들을 향해 “철썩 붙어서 대박나시라”며 큰절까지 올립니다.

[녹취: 후배들의 수능 응원 소리]

여학생 후배들이 들고 있는 팻말에는 인기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를 인용해 “날이 좋아서 모든 시험이 쉬웠다”는 응원 구호가 쓰여 있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들이 넘쳐납니다.

[녹취: 인기 가수들의 응원 메시지]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파이팅 하십시오. 수험생 단짝들 파이팅~” “갈고 닦은 모든 실력 쏟아내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유입니다. 후회 없는 시험이 되길 바라면서 날도 많이 추울텐데….제발 후회없는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대박 나세요”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시험이 시작되자 출제위원장과 전문가들을 인용해 올해 수능 수준을 분석합니다.

수험생 어머니들은 교회와 절 등 종교 시설을 찾아 자녀를 위해 기도하고, 수험장 부근의 거리는 소음 통제로 어느 때 보다 조용합니다.

전국의 수험생 59만 3천여 명은 이날 치른 수능시험 결과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들은 이런 한국의 대학입학시험 표정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특히 북한에서 8년 간 교원(교사)을 했던 최정윤(가명) 씨는 온 나라가 수능에 시선을 집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최정윤 씨] “수능에 대해서 가장 인상적인 게 북한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지죠. 북한은 김 부자가 어디 출두하거나 현지 지도하거나 그럴 때 비행가 안 뜨고 차들도 안 다니게 하고 사람들도 집안에 다 들어가게 하지만, 수능 당일 날에 시험 보는 학생들을 위해서 대한민국이 그런 배려를 돌려준다는 게 인상 깊어요. 출근 시간에 복잡할까 봐 대중교통 이용해라. 출근 시간을 늦게 잡아주고. 비행기도 안 뜨고 어떤 학교는 휴교하고 이런 게 저는 제일 인상 깊고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한국에서 다시 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최 씨는 많아야 15% 안팎이 전문대 이상 대학에 진학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수험생 다수가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입시 풍경도 요란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고교 졸업 후 전문대 이상 일반대학에 진학한 학생 비율은 지난해 70%에 달합니다.

북한 교원 출신인 정은찬 통일교육원 교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수능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에 훨씬 긴장된 분위기 같다고 말합니다.

[녹취: 정은찬 교수] “한국에서는 북한의 수능과 다르게 좀 더 긴장하고 한국 학생들은 수능을 인생 진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잖아요. 그런 측면들이 다른 것 같아요. 북한도 그런 관점이지만, 특수하게 대학에 가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 한해서만 되는 거고 여기는 모든 학생에 한해서 수능시험이 인생의 여러 가지 중요한 진로를 결정하는 거라 그런 것 같습니다.”

대안학교 교사로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탈북민 이심일 씨는 한국사회가 너무 학력에 민감한 게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심일 씨] “수능이 워낙 일생일대의 중요한 고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이다 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수능 수험생이 있는 집에는 온 집안이 숨소리도 크게 못 낸다는 얘기도 있고. TV도 잘 못 보고. 그런 것을 보면서 수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가 학력, 대학 자격증에 민감한 게 너무 좀 보기 좋은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대학) 자격증도 포함되고 하지만, 자격증이 곧 능력은 아니잖아요.”

북한에서 ‘김일성학’ 등 역사를 가르쳤던 엄현숙 서울통일교육센터 전임강사는 남북한 대학입학시험에 각각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엄현숙 박사] “중3이나 고1부터 모든 스케줄이 (수능) 시험에 맞춰있고 학원가도 심지어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맞출 것인가로 올인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시험만을 바라보면 바람직한 방법인데, 그 나이 때에 세계관이라든가 학습 향상 능력으로 볼 때는 굉장히 한쪽으로 치우친 거죠. 그런 부분에서는 굉장히 안 좋은 부분이나, 사회라는 게 굉장히 경쟁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일찌감치 연습을 했다라는 건 나중에 나의 진로라든가 나의 경쟁력을 높이거나 하는 데 대해서는 굉장히 좋은 경험을 한다 어릴 때부터. 왜냐하면, 우리(북한) 쪽은 그런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경쟁 세상에 던져지고 나니까 도대체 내가 뭘 잘할 수 있으며 어떻게 따라가야 하는지 그것 자체를 모르는 거예요.”

대부분의 교사 출신 탈북민들은 한국의 수능 문화가 유별나지만, ‘공정한 경쟁’이란 측면에서 북한과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한 학교 문화를 교사로서 모두 체험한 최정윤 씨는 누구나 열심히 하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게 한국 시험제도의 강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최정윤 씨] “출신성분에 관계없이 본인의 실력으로 시험만 잘 보면 일단은 대학 입학의 길이 넓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대학 입학 문이 너무 좁아요. 내가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만약 출신성분이 안 좋거나 그런 게 있으면 순위에서 밀리고 내가 김일성대학에 가고 싶어도 성적이 좋아도 출신성분이 안 좋으면 당연히 안 되죠. 특히 여기는 지방 사람이라고 해서 서울 대학에 오는 게 어렵거나 그렇지는 않잖아요. 북한은 김일성종합대학 같은 경우에 주로 평양 출신들이 많이 가고.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까 저 같은 중간 집안 자녀들은 기회가 너무 적어요.”

한국의 수능은 적어도 “편견이 없고 공정하게 성적순으로 뽑는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최 씨는 말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대부분 한국 정부와 대학이 편성한 재외국민특별전형에 따라 수능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갖추면 대학의 평가로 입학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탈북민은 수능을 치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나 의대 등 일부 특별전공을 원하는 학생들은 수능을 치러야 입학할 수 있습니다. 또 일단 대학에 진학한 뒤에는 특별대우 없이 다른 한국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북한에서 대학 진학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명문대를 졸업한 이심일 씨는 수능이 일부 제도적 문제가 있지만, 누구나 공평하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북한에도 속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심일 씨] “한국에 와서 보니까 누구나 마음만 먹고 본인이 원하는 조건이 형성되면 수능에 도전해서 오라는 대학에 도전하잖아요. 그것이 너무 부러웠어요. 물론 수능이란 제도 자체에 부정적인 면이 있다 하더라도 자유가 있다는 것이 부러워요. 북한도 나이나 성별, 출신 이런 거 상관없이 누구나 수능에 도전할 수 있는 자유와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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