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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인권단체들 “북한 군인 총격은 심각한 인권 범죄...북 책임자들 처벌 경고해야” 


지난 14일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전날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상황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지난 14일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전날 발생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상황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북한 당국이 탈북하는 주민과 군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 유린 문제라고 한국의 인권단체들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최근 북한군 병사가 망명 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옛 독일 사례를 적용해 방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 2003년 12월 독일 베를린의 한 교도소. 백발의 노인이 석방돼 교도소 문을 나서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듭니다.

[녹취: 취재진 셔터 소리와 독일어]

이 노인은 옛 동독 정권의 마지막 통치자였던 에곤 크렌츠 전 공산당 서기장.

1997년 동독에서 서독으로 탈주하던 동독인들에 대해 사살 명령을 내린 혐의로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날 조기 석방된 겁니다.

[녹취: 크렌츠 전 서기장] “독일어

크렌츠 전 서기장은 당시 취재진에게 피해 동독인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자신은 냉전시대의 상황에 따라 국정을 수행한 것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통일 독일 정부는 옛 동독의 범죄들을 자세히 기록하면서도 처벌에는 비교적 관대했지만, 동독인 탈주자들에 대한 사살 행위는 철저하게 조사해 처벌했습니다.

독일 사회주의통일당(SED) 독재청산재단에 따르면, 동독 국경지대에서 지뢰와 총기 발포로 숨진 동독인은 584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369명이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하다 총격을 받은 북한 군인처럼 정조준 사격으로 사살됐습니다.

독일 정부는 통일 뒤 동독 국경경비대원과 책임자 240여명을 기소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132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년 전 발행한 ‘독일통일 총서-과거청산’ 편에서 비무장한 동독인들의 월경 시도에 대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은 비인간적 행위로 인권 경시 문제였기 때문에 당시 사법청산 과정에서 독일 사회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직접 총격을 가한 동독 국경수비대원뿐 아니라 이들에게 명령과 규정을 하달한 상위 책임자들까지 기소해 처벌했고, 그 가운데 한 명이 크렌츠 전 서기장이었습니다.

지난13일 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통해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이송됐다. 귀순 북한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13일 저녁 수원의 한 병원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13일 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통해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이송됐다. 귀순 북한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13일 저녁 수원의 한 병원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북한 내 인권 범죄를 기록하고 이를 지도로 만드는 활동을 하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17일 ‘VOA’에,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의 망명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독일도 그렇고 구 유고에서도 그랬습니다. 국경을 넘어서는 사람들에게 조준사격을 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다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됩니다. 문제는 우리가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은 탈출하는 사람들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따라 집행한 말단의 군인들을 문책하는 경우보다 더 중요한 일은 그 위의 상급자가 누구냐. 누가 봐도 그런 사람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간다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민주인권사회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분명히 조사와 책임자 처벌, 진상 규명이 분명히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특히 “북한 내부 특성상 총격을 가한 북한 군인들을 포상하고 미화해 앞으로도 무조건 사살하라는 지시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문제가 심각한 인권 사안이자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북한 책임자들이 인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이게 왜 나중에 심각한 당신들의 책임 처벌 문제인지를 해 주는 (대북) 방송을 꼭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나중에 우리 정부 쪽에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중에 이런 일이 재발이 됐을 때 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게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금의 이런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와 증거, 논리적 바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침묵하는 것은 가장 바보 같은 짓이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정부의 국비 장학생 출신으로 한국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오세혁 씨는 북한 군인의 총상은 생명을 경시하는 북한 내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분명히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세혁 씨] “(북한에서는) 도주자, 배반자니까 총으로 쏴서 죽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국제 인권 기준에서는 어떤 사람이든 그 생명이 통치자에 의해서 그렇게 아무렇게나 죽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국경을 벗어나는 탈북자들이 국경경비대한테 총으로 맞아 두만강, 압록강에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거든요. 그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근데 그런 걸 당연히 여기는 게 북한 법이고, 북한 통치자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왔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에서 JSA에서 넘어오는 군인에 대해 총으로 사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기구인 북한인권기록센터 관계자는 17일 ‘VOA’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상을 당한 채 망명한 북한 군인 사례 역시 “기본적인 틀 안에서 인권 침해 조사 대상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북한 군인이 회복된 뒤 자세히 조사해야 보다 분명한 기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세혁 씨는 한국에 살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할 때 국가도 발전한다는 것을 배웠다며, 처벌에 앞서 북한도 군인의 망명을 계기로 발상의 전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오세혁 씨] “생각이 다른 것만으로 막 처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그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다 잘못하는 게 있잖아요. 김일성도 잘못한 게 많은데 그걸 비판받아야지 비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이 지경이 된 거잖아요. 근데 북한에서는 아 저 사람이 정권과 다른 생각을 가졌으니 죽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세뇌를 받았는데, 한국에 오니까 그런 게 존중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런 서로 다른 생각이 있으므로 해서 좀 더 사회가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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