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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망명 북한군에서 기생충 수십마리 나와...위생상태 심각


15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상태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병사의 몸에서 나온 기생충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총상을 입은 채 최근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병사의 몸에서 한국에서 보기 드문 기생충이 대거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열악한 위생 상태 때문에 기생충 감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상을 입은 채 망명한 북한 군인의 몸 안에서 기생충 수 십 마리가 발견됐습니다.

이국종 아주대학교 의대 교수는 15일 이 군인에 대한 2차 수술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파열된 소장에서 기생충 성충 수 십 마리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국종 교수] “무엇보다 기생충들이 워낙 많이 있기 때문에 기생충들이 파열된 장 부위를 (보셨겠지만), 기어 나오는 습성이 있고, 뿐만 아니라 장이 파열되면 거기서 피가 나지 않겠습니까? 거기서 기생충들이 그걸 빨아먹고 그 지점을 공격해서 그쪽으로 장을 천공시키면서(구멍을 내면서) 뚫고 나온다는 보고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 교수는 기생충이 주로 회충으로 추정된다며 망명한 군인이 총상을 입기 전부터 원래 몸 안에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국종 교수] "저는 외과 의사 생활 시작한 지가 20년이 훨씬 넘는데 이런 것은 정말 교과서적으로만 볼 수 있었고, 남한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겁니다.”

한국에서는 오래 전에 자취를 거의 감춘 기생충이 나와서 놀랐다는 겁니다.

의학 전문가들은 회충에 감염되면 장이 막히거나 기생충이 장을 뚫고 나와 복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기생충이 상처에 붙어 피와 덧난 상처를 갉아먹어서 상처가 터지면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교수는 기생충들이 소장 곳곳을 뚫고 올라오는 등 상황이 심각했다며 합병증 증세가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술 중 발견된 기생충 가운데는 길이가 27 cm 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생충이 하루에 20만 개의 알을 낳는다”며 감염 방지를 위해 제거를 최대한 했지만, 기생충을 일일이 빼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한국 매체와 전문가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기생충박멸협회를 설립하고 적극적인 퇴치에 나서 1990년대 말에는 기생충 충란 양성률이 2% 이하로 떨어졌고, 지금은 거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인분을 비료로 쓰는 방식도 오래 전에 사라졌습니다.

서울대학교 의대 기생충학교실의 홍성태 교수는 북한에 회충이 엄청나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 교수는 한 매체에 지난 2005년 중국 옌볜대학과 함경북도 회령시 주민들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회충에 감염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북한 내 사망자 10명 가운데 3명이 환경요인으로 숨졌다며 그 가운데 하나가 기생충 관련 질환이라고 지적했었습니다.

북한은 채소(남새)를 인분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제대로 씻어도 회충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고 유엔 보건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실제로 몇 년 전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전 북한 병사 정대현 씨는 16일 ‘VOA’에 군대에서 인분을 뿌리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새끼줄이라고 벼로 새끼를 꼬잖아요. 이것을 6 cm 정도 잘라서 인분에 섞어요. 그 것을 퇴비로, 비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아무튼, 위생적으로 많이 안 좋은 게 현실이죠. 그런 것을 비료로 대체로 사용하다 보니까 또 야채를 잘 씻어 먹으면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걸 가져다가 바로 먹다 보니까 (몸 안에) 벌레들이 많이 생기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 씨는 이 때문에 북한 군대에서 6개월에 한 번씩 회충약을 먹었지만, 기생충이 발견되는 병사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저희도 그걸 6개월에 한 번씩. 회충이라고 하죠. 회충 구제라고 해서 6개월에 한 번씩 먹는데, 먹을 때마다 좀 (기생충이) 나오더라고요.”

최근 탈북민을 상대로 기생충 감염 검사를 실시한 한국 단국대학교 의대 기생충학교실 서민 교수는 16일 한 의학 전문매체(‘청년의사’)에 탈북민들에게서도 기생충이 많이 발견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탈북민 18명에 대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거의 절반인 8명에게서 편충 등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겁니다.

서 교수는 대장만 검사해서 소장에 있는 회충은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이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여성 탈북민의 몸에서 회충 30마리 정도를 꺼낸 적도 있고 편충만 30마리 이상 나온 탈북민도 있다며, 이를 볼 때 북한에서 기생충 감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충제를 먹어도 상하수도 등 식수 위생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으면 기생충에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1979년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했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북한 군대에서 최상급 대우를 받는 곳이라며, 다른 부대의 위생 상태는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판문점대표부는 북한에서 가장 대우를 잘 받는 3대 부대입니다. 공군 조종사, 판문점대표부, 잠수함 부대가 3대 특수부대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렇게 기생충이 많이 나왔으니 다른 일반 보병, 포병 부대는 말할 수 없다는 거죠.”

지난 14일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많은 회원국들은 북한의 열악한 위생 상태를 지적하며 이는 인권 유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었습니다.

일본 등 여러 나라 대표들은 특히 북한 주민의 절반 이상이 식량과 식수, 위생 시설 등 열악한 보건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며, 북한 정권이 주민의 복지에 써야 할 자금을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전용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13일 망명한 뒤 두 차례 수술을 받은 북한군 병사는 16일 현재 신체 활력 면에서 안정을 찾고 있다고 의료진은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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