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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과거 DMZ 넘어 망명한 북한 군인 “한국은 자유롭고 꿈을 좇는 곳”


정전협정 64주년인 지난 7월일 판문점에서 북한 병사들이 정전기념행사에 참석한 참전국 대표단 등 남쪽을 관찰하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어제(13일) 한국으로 망명한 북한군 병사의 극적인 탈출 과정이 밝혀졌습니다. 북한군이 망명을 시도하는 군인을 향해 40여 발의 총격을 가했는데, 한국군이 대응 사격을 하지 않은 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전 북한군 병사는 ‘VOA’에 북한군 신병들의 충성심이 갈수록 약화되면서 군대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가 14일 전날 북한군 군인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망명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군이 망명을 막기 위해 40여 발의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서욱 작전본부장] “북한군 1명이 차량, 지프로 돌진해 하차한 다음에 MDL 남쪽으로 도주하는 것을 식별했고, 이때 15시 14분에 이동이 식별된 3명과 적 4초소에 있던 1명, 총 4명이 추격 및 사격을 실시했고 저희는 40여 발 정도 사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북한군 4명이 AK 소총과 권총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군인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확인했습니다. 한국군이 북한 군인을 구출한 뒤 오후 5시 30분부터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수술했는데 몸에서 AK 소총탄과 권총탄 5발이 나왔다는 겁니다.

합참 관계자는 공동경비구역에서 소총을 휴대해서는 안 된다며 AK 소총탄을 쏜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군이 발사한 총탄이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넘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망명한 북한군 군인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이 군인이 하전사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망명 사건과 관련해 유엔군사령부 교전수칙에 관한 논란이 한국에서 일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14일 북한군이 남쪽을 향해 40여 발의 총격을 가했는데, 한국군이 대응 사격을 하지 않은 이유와 교전수칙 준수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의원들에게 공동경비구역 교전수칙은 한국군 초병에 대한 위해 여부와 위기 고조 등을 동시에 판단해 대응한다며,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이 적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은 망명을 시도하는 북한군에 수 십 발의 총격을 가했는데 한국군이 감시만 하고 대응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JS(공동경비구역)에서 MDL(군사분계선) 우리 쪽에 북한의 총탄이 처음 피탄된 사건 아닙니까? 우리는 어떠한 경계 태세, 어떤 대응 조치를 취했습니까?”

한국군이 응사했다면 망명한 북한군 병사의 부상이 덜했을 것이란 주장입니다.

유엔군사령부 교전수칙에 따르면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북한군이 총격을 가하면 대응 사격이 이뤄져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군인이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넘어온 상황에서 북한군이 총격을 가했다면 정전협정 위반으로 한국군이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 사격을 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통해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이송됐다. 귀순 북한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13일 저녁 수원의 한 병원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13일 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통해 귀순하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부상을 입고 헬기로 긴급 이송됐다. 귀순 북한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13일 저녁 수원의 한 병원에서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다.

유엔군군사령부는 앞서 14일 보도자료에서 북한군 한 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도주했고 다른 북한 병사들로부터 총격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합참은 북한 군인이 군사분계선을 넘기 전에 총상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탄 장소가 어디인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합참 관계자는 군사정전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와야 대응 사격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며 북한이 정전협정을 추가로 위반했다면 엄중히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몇 년 전 휴전선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전 북한군 출신 정대현 씨는 14일 ‘VOA’에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엄호사격이 오히려 망명을 시도하는 북한 군인에게 더 두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제가 봤을 때는 엄호사격을 안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엄호사격을 했다고 하면 서로 교전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게 좀 더 커질 수 있고, 아니면 귀순 용사로서는 굉장히 넘어오기 전까지 적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그 쪽에서 총을 쏘고 하면 넘어오는 데 있어서 좀 꺼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 씨는 또 북한군은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군인을 보면 상관의 명령 없이 바로 총격할 권한이 있다며 총격을 당한 군인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북한 군인들이 한국에 망명을 시도하는 주요 이유는 배고픔과 한국에 대한 동경, 상관과의 불화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공동경비구역의 군인은 출신성분이 아주 우수한 가정의 자녀들이 배치되지만, 군대에 대한 신병들의 불만은 출신에 관계없이 훨씬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1년, 2년 이렇게 나온 지 몇 개월밖에 안된 친구들은 굉장히 많은 갈등을 겪어요. 과연 내가 10년 동안 여기에서 군 복무를 해야 하는 게 맞냐 아니냐란 그런 갈등을 많이 겪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휴전선을) 넘어온 친구들을 보면 굉장히 어릴 때 넘어온 친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수령이 아니라 장마당에 의존해 성장해 자신도 장마당 세대로 불린다는 정 씨는 배고픔과 한국에서 보낸 전단을 꾸준히 읽은 뒤 한국사회를 동경해 망명해 현재 대학에 재학 중입니다.

[녹취: 정대현 씨] “굶지는 않을 정도로 밥을 주는데 하루 규정 공급량이 800그램입니다. 하루 규정량이 다 나오면 영양실조까지는 걸리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후방 물자가 위에서부터 밑으로 전달되는 과정에 여기에서 떼고 저기에서 떼고 계속 없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군인한테 마지막에 가야 할 식량이 800그램이 아니라 많으면 500그램 정도. 그 것도 잘 공급되는 거고요. 400그램 정도의 양을 주면서 너희는 다른 군대보다 잘 먹는 거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니까.”

정 씨는 이 때문에 한국 군대를 여러 번 방문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어유~ 비교가 안 되지요. 전투복부터 시작해서 모든 보급품, 근무환경, 한국에 와서 보니까 몽땅 자율배식이고. 굉장히 잘 먹잖아요. 봉급도 잘 나오고. 한국 군인들은 건빵 같은 것도 먹기 싫어서 놔두고 안 먹더라구요. 북한 군인들 같은 경우는 건빵이 없어서 못 먹고. 딱 정해진 양의 식사만 먹을 수 있는데, 그걸 먹고 빡센 군 생활을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죠”

정 씨는 한국을 동경하는 북한 군인들이 많을 것이라며,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지뢰보다 북한군이 설치한 고압전류가 두려워 휴전선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군이 가르치는 거짓 교육, 즉 한국군이 설치한 철조망은 엄청난 고압이 흐르고, 망명하면 정보만 빼낸 뒤 사살한다는 거짓말이 여전히 북한 군인들에게 두려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한국에서 더 이상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 꿈을 좇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며, 13일 망명한 병사가 완쾌돼 새로운 삶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대현 씨] “정말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를 위해서. 정말 한국에 오니까 자유롭게 살 수 있고. 그리고 최소한 먹고 사는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나의 꿈을 위해 사는 삶! 저한테 정말 5년 전에 그런 얘기를 해 줬다면 가슴이 정말 와 닿았을 것 같아요. 배고픔 따위는 없는 세상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세상이라고 얘기하면 가슴에 와 닿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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