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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한·중 ‘3불 입장,’ 한국 주권 훼손…중국에 추가 압박 빌미 줄 것”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반입된 사드 발사대의 모습.
경북 성주군 사드 기지에 반입된 사드 발사대의 모습.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한-중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제시된 이른바 ‘3불 입장’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의 안보 주권을 훼손시켜 중국에 추가 압박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진단입니다. 또 사드의 추가 배치 여부는 한-중 간 협상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달린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로 하면서 제시된 이른바 ‘3불 원칙.’

사드 추가 배치와 미-한-일 세 나라간 군사동맹은 없을 것이며, 미국이 구축 중인 미사일 방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3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를 ‘안보 주권’의 문제로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은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안을 어떤 강대국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 “South Koreans should be able to decide how they need to defend themselves without being told by major powers, exactly what they should do, so I regret that China put these conditions on.“

와일더 전 보좌관은 따라서 중국이 이런 조건을 얹어놓은 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잭 키언 전 미국 육군 참모차장도 최근 ‘VOA’에 사드 배치를 자국민 보호 의무가 있는 한국 정부의 주권 문제로 규정했습니다.

[녹취: 잭 키언 장군] “This is a sovereignty issue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n terms of its obligations to protect its people. We are not forcing these weapons on South Korea. This is something that South Korea wanted.”

사드 배치는 미국의 강요가 아니라 한국의 의사에 따라 이뤄졌으며,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미국은 이 무기체계를 다시 미국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한-중 간 합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마치 ‘협박’처럼 들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That sounds like blackmail to me.”

더 나아가 이번 합의로 사드를 비롯해 미국의 다른 무기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게 불가능해진다면 미-한 동맹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최신 무기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이번 결정은 자기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So if this works for China, what’s not to say they can do it again. And South Korea just cave it again. I just don’t think that is positive.”

중국이 이번 합의를 이익으로 판단한다면 앞으로 같은 방식의 압박을 되풀이할 수 있고, 한국은 이런 요구에 응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사드의 한반도 추가 배치는 한국과 중국의 이해관계나 협상에 따른 게 아니라 미국의 의사와 역량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현재 7번째 사드 포대의 개발을 완료하는 단계에 와 있다며, 6번째로 완성한 사드를 한국에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사드를 해외에 배치한 것은 자국령인 괌 이후 한국이 최초라는 예를 들면서, 미-한 동맹의 중요성과 북한의 도발 수위를 고려해 유럽이나 중동이 아닌 한국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이 사드를 배치할 곳은 전 세계에 널려있다며, 수년 내 한국에 추가 배치될 경우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거나 한국이 사드를 구입하는 경우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도 사드 추가 배치 문제가 미 국방 당국자들 사이에서 정치적 이슈가 될 순 있지만 배치 자체가 가능한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국방장관실 선임자문관을 지낸 엄 연구원은 미국이 해외에 배치할 수 있는 사드의 수가 한정적이라며, 한국이 이를 구입한다 해도 가격이 매우 비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중 간 이번 합의에 실제로 논란의 소지가 될 내용은 별로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이미 오랫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편입되거나 미-한-일 군사 동맹을 추구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중국으로선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면서도 체면을 살릴 방법이 필요했고, 한국 역시 기존 정책에 반하지 않는 수준의 양보를 통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택한 것이라며 이번 합의에 별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그러나 ‘3불 입장’ 가운데 한국이 미사일 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기로 못박은 점은 분명히 우려할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What really concerns me is that, reportedly, they said they were not going to join the U.S. ballistic missile defense system. I think that is just silly..”

영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참여하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에 편입되지 않는 것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방어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그러나 한국은 주권 국가인 만큼 이번 합의 내용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폴 에반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교수는 이번 합의에 조약과 같은 구속력은 없다면서도, 한국에겐 일종의 심리적 압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이 타이완 문제 등 다른 사안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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