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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대서양위원회 “대북 최대 압박과 억지력 강화 지속해야”


지난 21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 해군 기지에 입항했다.
지난 21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 해군 기지에 입항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김정은 정권의 권력을 오히려 훨씬 위태롭게 한다는 설득과 경고 차원에서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고 미 단체가 서울에서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대미 특사를 지낸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위험에 처한 한국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가 30일 서울에서 아시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공동주최한 국제회의에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대북 정책과 관련해 외교적 압박과 억지력 강화를 제의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구사하고 있는 대북 정책의 핵심 기조입니다.

최대한의 외교적 압박은 북한 수뇌부가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북한 정권의 경제와 정치적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란 설득을 위해 필요하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자신의 정권 생존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거의 분명히 믿고 있지만, 오히려 그의 권력이 그런 지속적인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훨씬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경제 제재가 이런 외교적 압박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다음 압박은 과거 이란처럼 북한을 국제 금융망에서 차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유엔안보리가 북한의 모든 석탄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을 차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의 대북 압박을 더욱 장려하면서 동시에 북한에 투자하고 교역하는 중국 기업들에 2차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권고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북한 가운데 거래 대상을 선택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겁니다

대서양위원회 보고서는 이런 전방위적 압박을 통해 대화 등 외교만이 정권 생존에 관한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김정은이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억지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 사이버와 전자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미 정부가 동맹들과 함께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전과 사이버 캠페인 등 여러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지금과 같은 길을 고집한다면 수뇌부의 권력 유지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이런 조치들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부시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이 단체의 스티븐 해들리 부이사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 대응을 위해 미국과 한국의 긴밀한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들리 전 보좌관은 특히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가 한국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는 용어의 우려일 뿐이라며 미-한 간에 긴밀한 협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의 오미연 선임연구원도 30일 토론회에서 코리아 패싱은 워싱턴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해들리 전 보좌관과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그런 우려보다 앞으로 미-한 동맹이 어떻게 나아갈지 논의하는 게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린 웨딩턴 이 단체 비상임위원은 전례 없는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미-한-일 3각 협력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한국이 과거사 등 여러 문제로 주저한다면 날로 심화되는 미국의 양자, 3자 동맹(미-일, 미-일본-호주, 미국-인도-일본)에서 한국이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30일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미국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가 공동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30일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미국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가 공동주최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초대 대미 특사를 지낸 홍석현 전 주미대사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가오는 아시아 순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석현 전 주미대사] “북한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완성해 실전 배치하는 날이 오더라도 한국과 일본을 위한 미국의 핵우산은 한 치의 흔들림이나 주저함 없이 정확하고 확실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다음달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연설하면서 이런 입장을 확실하게 밝힌다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 효과와 함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홍 전 대사는 미국의 이런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의 자위적 핵무장론이 탄력받는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홍 전 대사는 또 미국 안보가 직접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자국 안보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와 협의, 대미접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몰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김정은에게 이라크, 리비아와 달리 비핵화를 해도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어가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밝힌 ‘4노(No)’ 원칙, 즉 북한의 정권 교체와 붕괴, 통일 가속화, 38선 이북으로 미군을 이동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에 공식적으로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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