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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북한, 중국 축전 공개 안해...위기의 북-중 관계

  • 최원기

류전민(가운데)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공항에 도착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매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최근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이 각각 당 창건 등 기념행사를 가졌지만 북-중 관계는 여전히 싸늘하기만 합니다. 북한은 중국 측의 축전을 공개하지 않았고,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6년차인 지금까지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은 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2주년을 맞아 평양에 축전을 보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노동당 창건 72주년 기념일을 맞아 관례에 따라 북한에 축전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중국이 북한에 축전을 보낸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라오스 대통령과 시리아 대통령이 보낸 축전을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노동신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보낸 축전도 11일자 1면에 게재했습니다.

북한도 18일 개막한 중국의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에 축전을 보냈습니다.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발송한 이 축전에서 “중국 공산당 9차 대회를 열렬히 축하하며 귀 당의 전체 당원들과 중국 인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북한이 중국에 보낸 축전은 800여 자 분량으로 “전통적인 조-중 친선을 수호하고 대를 이어 변함없이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는 내용이 빠짐없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이번 축전은 단 세 문장에 그쳤고, ‘조-중 친선’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이 중국이 보낸 축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쿠바, 조총련까지 보도하면서 중국 공산당 메시지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조선노동당이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북-중 관계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앞서 9월에는 북한과 중국의 관영매체들이 비난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9월22일 개인 필명으로 중국의 `인민일보,' `환구시보,' `인민망,' `환구망'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일개 보도매체로서 다른 주권국가의 노선을 공공연히 시비하며 푼수 없이 놀았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러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가 자국 한반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 매체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군사 공격을 중단시키고 대화 재개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북한이 완전히 무시했다”며 “중국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면 미국은 수 차례 북한을 파괴했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두 나라 관영매체들은 지난 4월에도 상대방에 대한 거친 비방전을 펼친 바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중 관계가 상당히 긴장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켄 고스] "The relations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is very tense…"

중국 시진핑 정부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관계가 처음부터 냉랭했던 건 아닙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중국은 성명을 내고 “앞으로 당·국가·인민 간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듬해 7월에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왕자루이 부장이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이어 8월에는 당시 북한의 실력자였던 장성택이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만나 북-중 관계와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또 2015년 9월에는 북한의 최룡해 당 비서가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을 면담했습니다.

그 다음달에는 중국의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주석단에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지켜봤습니다. 두 사람은 열병식이 끝난 뒤 군중을 향해 손을 맞잡고 치켜드는 모습까지 연출했습니다. 당시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운명의 핏줄로 억척같이 뭉쳐 있는 한 최후 승리는 반드시 우리의 것입니다.”

그러나 북-중 관계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고위급 인사 교류는 지난해 10월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평양 방문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한 지 6년이 됐음에도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수교한 1949년 이래 양국 정상이 만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관계가 악화된 가장 큰 요인으로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을 꼽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말라는 베이징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난 2006년을 시작으로 2009년, 2013년, 2016년, 2017년 등 모두 6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국경을 봉쇄하겠다’는 강력한 대북 경고로 당초 4월에 실시하려던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당시 주춤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녹취: 중방] “조선로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케트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

그러자 중국은 과거와 달리 대북 제재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5차 핵실험의 경우 중국의 비협조로 인해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되는 데 각각 57일과 82일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6차 핵실험 때는 불과 8일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또 중국은 북한의 돈줄인 석탄, 철광석, 수산물, 섬유, 의류, 무기 수출을 차단했습니다. 또 대북 석유 공급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였던 리정호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중국이 실행에 옮기면 북한 정권이 심각한 외화난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정호]”이번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가 구멍이 뚫리지 않고 제대로 이행된다면 북한에 유입되던 약 17억 달러의 자금이 차단됨으로써 실질적으로 80% 이상의 수출이 중단되게 됩니다. 이번 유엔 제재가 지난 시기의 제재와 다른 특징은 시장을 차단시켜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 버리는 매우 효율적인 제재이고 북한 정권의 생명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강력한 제재입니다.”

2013년 이뤄진 장성택 처형도 북-중 관계를 악화시켰습니다. 장성택은 라선지구와 황금평 개발을 계기로 중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라선경제무역지대 토지를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 행위를 했다’며 장성택을 전격 처형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장성택 처형이 북-중 관계를 악화시킨 큰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중국과 인맥을 갖고 있었던 유일한 사람은 장성택이었죠, 최룡해는 아니고, 김정은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장성택이었는데 이를 제거하니까, 관계가 악화된 거죠.”

이처럼 ‘혈맹’을 내세웠던 북-중 관계는 장성택 처형과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으로 인해 악화될 대로 악화됐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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