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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트럼프 대통령 독자적 대북 군사행동 가능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5일 백악관에서 군 고위 지휘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 조치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면서 대통령의 전쟁 개시 권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의회 승인 없는 독자적 군사행동은 원칙적으로 어렵게 돼 있지만, 대통령의 결심을 제어할 실질적 장치와 의원들의 의지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현안들을 살펴보는 ‘심층취재’, 조은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화염과 분노,’ ‘폭풍 전의 고요,’ 군사 조치를 시사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발언과 트윗은 대통령의 전쟁 개시 권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무력 대응 여부는 대통령 결정에 달렸고 행정부 역시 이런 견해에 동조한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합니다.

[녹취: 진 힐리 부소장] “Many of his public statements reflect the view that he alone has the power to bring the US into war. That it’s his decision. That is also something that figures from his administration have signaled.”

워싱턴 소재 케이토 연구소의 진 힐리 부소장은 ‘VOA’에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공개 발언들은 혼자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속내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가? 미국 헌법 학자들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쏠립니다.

전쟁선포권을 명백히 의회의 권한으로 규정한 헌법 1조 8항 때문입니다.

[녹취: 브루스 에커맨 교수] “The constitution explicitly gives congress the power to declare war.. If we turn to the question of whether the President has the right to initiate military force the answer is a clearly no. He can’t do it unilaterally without consulting congress.”

예일대 법과대학원 브루스 에커맨 석좌교수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런 이유로 대통령은 의회와 협의하지 않고 단독으로 (전쟁 선포를) 결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먼저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경우를 상정한 원칙으로 받아들여집니다.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면서도 예외 상황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볼티모어 법과대학원의 개럿 앱스 교수입니다.

[녹취: 게럿 앱스 교수] “The first is the President can not engage in hostilities with another country unless there is an authorization from congress, or the other country engages in an attack on the United States or its forces.”

‘전쟁권한법’에 따라 대통령은 다른 나라가 미국 영토나 군대를 공격할 경우 교전을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원칙은 미 동맹국 보호에도 적용됩니다. 앱스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을 공격할 경우에도 미국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 없이 곧바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미사일이 미국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일대 에커맨 석좌교수는 이 때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대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쟁권한법’은 또 적의 공격이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지만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대통령이 지상군을 해외에 파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48시간 내에 의회에 통보하고 60일 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곧 의회 승인 없이도 그 기간 동안 지상군 파병 등 해외전쟁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시리아 공군기지에 폭격을 가한 뒤에도 ‘전쟁권한법’에 따라 의회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헌법이 미 대통령에게 독자 군사행동을 할 권한을 부여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군 통수권자로서의 대통령의 권한을 인정한 헌법 2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건데,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4월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논리를 폈습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리야 소민 조지메이슨 법과대학원 교수는 헌법 2조는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로 만드는 것이지 전쟁을 일으킬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녹취: 일리야 소민 교수] “Unless North Korea strikes first or they’re about to attack I don’t think that’s correct because article 2 just makes the President the commander in chief of the armed forces..”

따라서 북한의 공격이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헌법 2조에 근거해 대통령이 전쟁을 개시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의회가 마련한 ‘무력사용권’을 북한을 공격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화학무기 보유를 들어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순항 미사일 공습을 단행하면서 이 법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헌법 전문가들은 그러나 9.11 공격을 감행하거나 지원, 사주한 세력을 대상으로 한 이 법을 북한 공격에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합니다.

아울러 대통령이 전쟁을 시작한 뒤 의회의 권한에 따라 이를 중단시킬 수 있는 장치를 상기시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예일대 에커맨 석좌교수는 군사 행동이 이뤄져도 ‘전쟁권한법’에 따라 빠르면 3일 안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에커맨 교수] “There are special procedures in the War Powers Act, which permit a relatively small number of congressman to force this issue onto the floor for a vote..”

소수 하원의원의 지지만으로도 전쟁을 중단하는 안건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볼티모어대 게럿 교수는 의회가 예산 지원을 끊는 방법으로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고, 실제로 베트남전 때 이런 방법이 동원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의회가 이런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립니다.

진 힐리 케이토 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이 7개의 전쟁을 치르며 근거로 내세운 ‘무력사용권’은 실제론 이 전쟁들에 적용될 수 없는 법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진 힐리 부소장] “We’re still fighting in 7 different countries based on AUMF that congress passed after 9.11 which clearly does not apply to the current conflicts that we’re engaged in..”

힐리 부소장은 미 의회가 전쟁 관련 권한을 사용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고 말했습니다. 의원들이 의무를 회피한 채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을 칭찬하거나 비난만 해왔다는 겁니다.

현재 하원의장이나 원내대표 등 미 의회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공격 권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에 앞서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에드 마키 상원의원과 테드 류 하원의원은 지난 1월 대통령이 의회의 전쟁 선포 없이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 하원의원 64명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대북 무력 사용은 의회와 반드시 협의하고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민주당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의원은 지난 4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 펜스 부통령,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거듭 명백하게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을 언급하고 있다”며 “미국 영토나 미군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임박하지 않았다면 미국 대통령은 군사적 행동을 명령할 권한이 전혀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은 방송에 출연해 한반도에 대한 선제적 전쟁은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며 헌법 1조가 이 부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화당의 던컨 헌터 하원의원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의회에 요청한다면, 자신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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