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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추석 연휴 때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병자호란을 그린 영화의 상황이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과 비슷해 교훈으로 삼아 정책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너무 비약해 진영 논리에만 활용한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녹취: 영화 남한산성 예고편] “명길은 전하를 앞세우고 적의 아가리 속으로 들어가려는 자이옵니다.” “적의 아가리 속에도 분명 삶의 길은 있을 것이옵니다.”

한국에서 지난 3일 개봉된 영화 ‘남한산성’의 예고편을 듣고 계십니다.

1636~7년, 조선이 겪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320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주화파와 척화파의 대립 끝에 조선의 왕 인조가 청 태종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의 굴욕을 지금의 북 핵 위기와 비교하며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영화 남한산성 예고편] “한 나라의 군왕이 어찌 만백성이 보는 앞에서 치욕적인 삶을 구걸하려 하시옵니까?” “죽음은 견딜 수 없고 치욕은 견딜 수 있는 것이옵니다. 견뎌주소서.”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최근 논평을 통해 남한산성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며 핵무장 준비 주장에서부터 지도자의 안보불감증 비판, 고질적인 진영 논리 극복 등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관람한 보수 야당 대표는 “나라 힘이 나약하고 군주가 무능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 몫이 된다”며 정부를 겨냥했고, 여당 소속 서울시장은 “외교로 막을 수 있는데도 민족의 굴욕을 초래한 자들은 역사 속 죄인”이라며 사실상 보수 야당의 강경론을 비난했습니다.

인터넷 사회관계망(SNS) 서비스에는 지금의 북 핵 위기와 영화를 비교하는 많은 전문가와 누리꾼의 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육군 준장 출신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10일 ‘VOA’에 “나라가 힘이 없어 임금과 백성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국민이 강력한 국방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 결국은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이 돼 있고 사실상 인질이나 다름이 없는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우리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이런 것들이 지금 우리 국민에게 가장 어려운 화두죠.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가 한-미 동맹이니까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가 있지만 이 모든 것도 사실 미국의 결단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이니까 과연 그렇게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다 보니 자체 핵무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죠”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위원인 김준형 한동대학교 국제학 교수는 영화 ‘남한산성’이 북 핵 위기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비슷한 점이 있어 관심을 더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준형 교수] “전반적으로 전체 분위기가 한국의 지금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니까 보통 많은 사람이 한국전쟁 이후로 최대 위기라고 말하고 있고, 미국이 그동안 소위 말하는 신사적 외교를 했지만, 지금은 트럼프라는 아주 강경하고 전쟁을 불사하는 수사를 하는 행정부가 들어섰고, 시진핑도 마찬가지로 스트롱맨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사이에서 우리가 위기감을 느끼니까 일반 국민도 과거 우리가 강대국의 패권싸움에서 희생이 됐던 것을 생각나게 하는 것 같고 정치가나 입장이나 이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교수는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조선을 마치 지금의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에 빗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려는 언론이나 정치인들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영화가 원작인 김훈의 소설과 달리 너무 전쟁 반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고, 일부가 이를 과장해 자신들의 논리에 활용하려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정세를 제대로 보는 눈과 국론분열이 나라의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호열 교수] “외교도 잘 해야 하고 외교를 하려면 뒷받침돼야 하는 게 국력이고 또 그것을 잘 이행하는 지도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보면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 정치 지도자들의 일종의 탁상공론,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는 그런 데서 오는 국론분열, 이런 부분들이 사실은 더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하지만, 병자호란의 상황을 현재의 북한 핵·미사일 위기 등 복잡한 국제 정세에 비유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차두현 위원] “남한산성에서 비친 것은 국가를 이끄는 데 있어서 명분이나 자존심이 더 중요하냐 아니면 실리와 생존이 중요하냐의 문제이지 그 게 지금처럼 대비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북한의 핵 문제와 맞아 떨어진다고 보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자강이 중요하냐 아니냐로 읽었다면 제가 보기에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자강이냐 동맹이냐의 논리로 본다면요”

차 위원은 영화를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면 좋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상황을 비약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위원] “문제 자체는 너무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고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겁니다. 한쪽은 결과적으로 동맹을 믿을 수 없으니까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북한을 압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대놓고 얘기는 못 하지만 그런 거 아니에요. 우리가 동맹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북한하고 대화해도 돼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한 쪽으로만 갈 수 없는 구조라는 거에요. 한반도 문제들은. 동맹이냐 민족이냐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에요. 훨씬 복합적인 거고”

전문가들은 영화 속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이 서로 맞서면서도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존중한 것처럼 한국의 보수와 진보 진영도 서로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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