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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내 탈북민 입국 감소, 중국의 강력한 단속 영향"


탈북민 여성들이 한국 정부의 탈북민 정착지원 센터인 하나원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자료사진)

최근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이 감소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단속 때문이라고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지적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앞서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이 780명으로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영권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3일 한국에 들어오는 탈북민들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8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은 모두 7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했다는 겁니다.

탈북민의 한국 입국은 지난 2009년에 사상 최대인 2천 914명이 입국한 뒤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본격 출범한 2012년부터는 1천 5백 명 수준으로 많이 감소한 뒤 2015년에 1천 275명을 기록해 12년 만에 입국자 수가 가장 적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천 418명으로 다소 늘었다가 다시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겁니다.

통일부는 지난 8월 말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수는 3만 992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민의 한국 입국 규모가 최근 몇 년 동안 감소한 이유는 북한 정권의 철저한 주민 감시와 국경 단속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탈북민 입국 감소는 중국의 영향이 더 크다고 탈북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지난해 탈북민 260 여명의 한국 입국을 지원한 한 기독교 단체 관계자는 5일 ‘VOA’에 “중국 당국이 조직적으로 탈북민과 선교사, 중개인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6월~9월 사이에만 (이 단체의 지원으로) 한국에 가려던 탈북민 27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의 탈출을 지원하던 한국인 관계자 여러 명이 체포돼 이 중 한 명은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 때문에 이 단체의 지원으로 올해 한국에 들어온 탈북민은 9월 말까지 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하던 협력선교사 여러 명은 공안 당국의 단속을 피해 제3국으로 활동 장소를 옮겼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중국 남성과 결혼해 살고 있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체포 비율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과거에는 깊은 내륙에서 중국 한족 남성과 사는 탈북 여성들에 대한 단속은 느슨했지만, 올해 들어 공안에 체포돼 북송되는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는 겁니다.

탈북민 구출 활동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5일 ‘VOA’에 “탈북 지원 단체마다 올해 적어도 1회 이상 사고가 났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목사는 특히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도와 동남아시아로 탈출시키던 중개인들이 속속 체포되면서 “마치 굴비 엮듯이 다른 단체 중개인들과 탈북민들도 연이어 체포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중국과 라오스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사업이 2015년 12월부터 시작된 뒤 중국-라오스 국경 지역은 물론 라오스 안에도 사복을 입은 중국 공안들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어 이동에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고 김 목사는 설명했습니다.

라오스는 탈북민들이 한국행을 위해 가장 많이 경유하는 나라입니다.

김 목사는 “이런 어려운 상황 때문에 과거 15~30분이면 가던 거리를 10시간 이상 돌아가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며 “마치 불모지에서 탈출 경로를 찾아야 했던 탈북 초창기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태훈 대표는 5일 ‘VOA’에 가족이 중국에서 체포돼 도와달라는 탈북민들의 요청을 올해 들어 자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대표] “이 분들이 온갖 곳을 다 돌아다녔죠. 통일부도 가고 외교부, 청와대도 가고, 국가인권위원회, 유엔도 가고 온갖 곳을 다 다녀도 안 되니까 저희 사무실로 오셨죠”

김 대표는 중국이 탈북민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국 배치 보복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렇게 조직적으로 단속하지 않았지만 사드가 실제로 배치되면서 중국 공안 당국이 “마치 소탕작전을 펼치듯 대대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여러 단체와 탈북 가족 동상을 중국대사관 앞에 세워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국제적인 관심을 환기하는 시민 캠페인을 지난달에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대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중국에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이라도 이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끔 해야 될 게 아니냐. 정부는 아마도 협조를 안 할 것 같아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시민단체 입장이라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내세워서.”

김 대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중국의 사드 보복이 경제 문제에 집중되면서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가 관심을 못 받는 게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을 가장 중시하는 새 정부가 사각지대에 몰린 탈북민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 특파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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