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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대화채널 가동을 인정한 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시간낭비”로 규정하면서 미-북 관계의 국면 전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대북 접근법에 이견을 노출한 건지, ‘최대 압박’을 위한 백악관과 국무부의 역할 분담으로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립니다. 백성원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 무용론을 제기한 건 새로운 게 아닌데, 그 보다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전날 발언에 이의를 제기한 듯한 모양새가 된 게 더 관심을 끄는 거 아닙니까?

기자) 그렇게 해석될 여지를 남겼습니다. 1일 오전 10시30분과 31분에 잇따라 게재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김정은과 대화해봤자 소용없다는 뜻을 담고 있긴 한데, 그 메시지가 국무장관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 더 관심이 쏠립니다. 틸러슨 장관이 ‘리틀 로켓맨,’ 즉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하느라 시간 낭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사적인 대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트위터라는 공간에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 뿐만 아니라 장관의 이름을 직접 부르면서 그런 노력하느라 힘 빼지 말라, 이렇게 들릴 수 있는 말을 했거든요. 마치 대통령이 국무장관의 대북 접근법에 제동을 거는 듯한 인상을 남긴 거죠.

진행자)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인데요. 그런데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국무부에서도 틸러슨 장관 발언에 선을 긋는 듯한 반응을 보인 거 아닌가요?

기자) 온도차가 좀 느껴졌죠. 보통 국무부는 국무장관의 발언을 뒷받침하면서 언론 등의 회의적 반응을 불식시키려는 후속 성명을 내놓곤 하는데,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중국을 떠난 몇 시간 뒤에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성명을 냈는데요. 미국의 거듭된 노력과 설득에도 북한이 전혀 비핵화나 관련 대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무장관은 북한과 소통창구가 열려있으니 지켜보라고 했는데 정작 국무부에선 즉각 회의적 시각을 드러낸, 뭔가 딱 맞물리지 않는 듯한 반응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국무장관은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제기했는데 국무부 대변인은 오히려 북한 때문에 그게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네요.

기자) 부처마다, 혹은 당국자마다 대북 접근법에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노어트 대변인이 1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 또다시 국무부 입장을 전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지금은 열려있지만, 영원이 열려있진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틸러슨 장관의 대북 소통창구 가동 발언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면서도 그런 라인은 한시적일 뿐이라는 좀 더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북한에겐 외교를 통해서 순순히 비핵화를 할지 아니면 미국의 군사력을 통해 강제로 할지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들리고요.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 발언에서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기자) 지금까지는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히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 틸러슨 장관이 그 여파를 다소 가라앉히는 수순이었습니다. 당초 치밀한 계획 아래 그런 역할 분담을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요.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 발언을 했을 때였습니다. 미국과 동맹을 건드리면 전례 없는 군사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신호였는데, 그 직후에 틸러슨 장관이 나서서 미-북 관계에 미국인들이 걱정해야 할 만한 극적인 변화는 없다, 이렇게 긴장 수위를 확 낮춰버렸었죠.

진행자) 글쎄요. 대통령이 긴장을 고조시키면 국무장관이 이를 누그러뜨리는 정해진 수순을 밟는 건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외부에선 정책에 혼선을 빚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거든요.

기자) 그런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틸러슨 장관과 짐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 의회 비공개 청문회에서 북한 문제를 각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특히 민주당 쪽에서 두 장관의 인식이 대통령의 말과 다른 거 아니냐, 그런 지적이 나왔습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얘기가 대표적입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둘로 나뉜 것 같다, 한 쪽은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다른 한 쪽은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로 양분된다, 이런 얘길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당국자들 발언에 공통분모가 보인다는 평가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이 나름 일관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단 한번도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상정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괌을 타격하겠다고 공언하고 미 본토 어디든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할 때 거기에 대한 분명한 대응 차원의 발언들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화염과 분노’ 발언, 또 유엔에서 제기해 큰 주목을 받았던 ‘북한 파괴’ 발언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을 얘기한 겁니다. 또 틸러슨, 매티스 장관 모두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군사 옵션이 있다는 점 역시 거듭 확인했다는 점, 이런 흐름을 전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미국이 갖고 있는 옵션을 총동원하는 형국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전략의 중간 목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일 테니까 말이죠.

기자) 예, 대화 자체는 말씀하신 대로 중간 목표이고 최종 목표는 비핵화죠. 이미 대화 테이블에 앉기 전에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느끼게 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고, 그 구체적인 수단으로 ‘최대의 압박과 관여’가 제시됐습니다. 한국, 일본과 공조해 언제든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다는 충분한 신호를 주고, 의회와 협조해 더 강력한 제재 방안을 계속 도출해 내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유도하고, 여기에 북한과 연루된 중국 기업과 금융 기관을 하나하나 거론해서 중국이 북한을 움직이도록 옥죄겠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대북 접근법을 고려하면 군사 행동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외교와 대화 가능성을 제기하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들이 결국은 하나의 목표를 위한 개별 전략으로 읽힐 구석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의 그런 접근법에 대해선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틸러슨 장관의 거취, 또 중국의 움직임 등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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