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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안보리 제재 북한 섬유산업 겨냥...대량해고 사태 전망도


지난 1월 북한 평양양말공장 여성 노동자가 실을 감은 얼레를 기계에 걸고 있다.
지난 1월 북한 평양양말공장 여성 노동자가 실을 감은 얼레를 기계에 걸고 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섬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습니다. 섬유는 북한의 2위 수출품목이어서 외화난과 함께 업체 종사자들의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최근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75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섬유 수출을 전면 차단한다는 내용입니다.

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섬유 수출을 막은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흘러 들어가는 외화 자금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Textile export ban is really designed to decrease flow of foreign currancy…”

섬유는 석탄과 함께 북한의 양대 수출품목으로, 지난해의 경우 북한 전체 수출의 25.8%인 7억3천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특히 지난 2월부터 석탄 수출이 금지되면서 북한의 가장 큰 수출품목으로 떠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안보리의 이번 제재로 북-중 임가공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동안 중국 기업들은 북한에 옷감과 실, 단추 같은 원부자재를 제공하고, 북한 근로자들은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어 중국 측에 넘겨 왔는데, 이 것이 힘들어진다는 겁니다.

물론 북-중 간 임가공이 이런 형태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기업이 북한 근로자들을 중국으로 불러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중국 기업이 북한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정은이 책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정은이] "북한으로 원부자재를 다 보내서 메이드 인 차이나로 중국 보세창고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또 한편으로 중국 자체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해 값싼 임금으로 만들어서 중국이나 제3국으로 수출하기도 합니다.”

주목할 것은 임가공을 위해 원부자재가 국경을 넘어 북한에 들어갈 경우 이 것이 중국의 대북 ‘섬유 수출’로 잡힌다는 겁니다. 또 북한에서 임가공 방식으로 만들어진 완제품이 다시 중국으로 반출될 경우에도 북한의 대중 ‘의류 수출’로 분류됩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섬유 수출이 7억 달러라고 해도 실제로 북한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은 그보다 훨씬 적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과거 북한 노동당 39호실에 근무하다 미국으로 망명한 리정호 씨입니다.

[녹취: 리정호] "지금 언론들에선 북한 수출액이 30억 달러라고 하지만 실질적인 북한의 총 수출액은 약 20억 달러 수준입니다. 그것은 북한의 수출액에서 의류를 임가공 하는 수출이 약 9~10억 달러 이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류 임가공 수출은 북한이 노동력과 생산설비만 보장하고 있으므로 임가공비로 받는 금액은 약 5천만~1억 달러에 달합니다.”

북-중 간 임가공 사업이 활발한 것은 북한의 노동력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근로자의 월급은 80 달러 수준인데 이는 중국 근로자의 임금 400 달러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이고 베트남의 절반 밖에 안됩니다. 따라서 제품을 중국 공장에서 만드는 것보다 북한에 맡길 경우 훨씬 싼 가격에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성과 지린성에 있는 기업들이 북한과의 임가공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북-중 간 전체 임가공에서 라오닝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중국 내 조선족 기업인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당국도 많은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의류 임가공을 장려해 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이 라선경제특구 내 의류업체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녹취: 중방] "어린이 운동복과 작업복은 물론, 솜 내의와 겨울 속옷을 마음먹은 대로 설계하고 제품의 가짓수는 무려 600여 가지로, 생산설비 또한 그 전보다 9배로 늘려나갔으니, 공장의 생산 실적이 어찌 오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임가공이 돈벌이가 되자 북한의 많은 업체들이 너도나도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한 자료에 따르면 평양과 평안북도, 황해북도를 중심으로 북한 전역에서 300여개 업체가 임가공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은이 연구원은 일반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북한도 임가공을 장려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화학공장에서도 임가공을 하기도 하고, 평양, 신의주도 임가공 업체가 많고, 평성 같은 곳에서는 그냥 집에서 임가공 공장을 차려서...”

전문가들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 될 경우 방직공장과 봉제업체 등에서 일해온 북한의 여성 근로자 수 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입니다.

[녹취: 양무진]”의류는 손길이 많이 가는 노동집중 산업에 속하기 때문에 7억5천만불 정도를 수출하려면 노동자 5-6만 명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차원에서 노동자들이 직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타격을 입을 것이다.”

반면 정은이 연구원은 수출길이 막하면 북한 임가공 업체들이 국내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 활로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북한 내에서도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많이 있고, 또 북한 자체적으로 굉장히 많은 천이 필요합니다. 만일 제재가 강화되고 위기가 오면 북한 내로 돌릴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의 의류 임가공 사업은 1980년대 시작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일본의 친북단체인 조총련 기업들과의 합영, 합작을 통해 임가공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1990년대부터는 남북경협과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한 임가공이 이뤄져 2007년의 경우 그 규모가2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북한 임가공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2016년 개성공단 폐쇄로 완전 중단된 상태입니다.

VOA 뉴스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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