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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김정은 소년단 대회 연설 “제국주의 미워해야”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 6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선소년단 8차 대회에 참석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가운데)이 지난 6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조선소년단 8차 대회에 참석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최근 평양에서 조선소년단 대회가 열렸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소년단을 상징하는 붉은 넥타이를 매고 이 대회에 참석했습니다. 북한이 소년단에 공을 들이는 건 젊은 세대를 김정은 체제의 전위대로 키우려는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청소년 조직인 조선소년단 8차 대회가 6일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이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통해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KCNA] "소년단원들은 제국주의자들과 계급적 원수들을 미워하고 혁명적 경각성을 높이며 원수들이 덤벼든다면 용감하게 싸울 마음의 준비를…”

행사에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리일환 근로단체부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북한의 청소년, 청년 조직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그 해 6월 창립 66주년을 맞은 소년단 대표 2만여 명을 평양에 불러 행사를 열었습니다. 또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열린 소년단 창립 70주년 행사에는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소년단과 청년동맹 등을 중시하는 것은 젊은 세대를 장차 김정은 체제의 전위대로 삼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김정은이 40대 이상 기성세대를 통솔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특히 자기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몇 십 년 집권한다고 할 때 10대 청소년들을 자기 친위대, 결사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신세대 육성 정책으로 판단됩니다.”

과거 소련의 청소년 조직을 본 따 만든 소년단은 만 7살에서 13살 사이 모든 청소년의 가입을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평생 소년단-청년동맹-직맹으로 이어지는 조직생활을 하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소년단입니다.

소년단에 가입하면 목에 붉은 넥타이를 매고 수령에 대한 충성을 맹세해야 합니다. 지난해 공개된 러시아의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를 보면 평양의 8살 소녀 진미가 소년단에 입단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녹취: 태양 아래]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가르침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충직한 후비대로 억세게 자라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소년단원들은 미국을 증오하는 ‘계급교양’ 수업도 받게 됩니다.

[녹취: KCNA] “나는 인민군대가 돼서 미국 놈들을 덮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흉악한 미국 놈들을 그림이 아니라 진짜로 족쳐버리고 싶습니다."

또 ‘좋은 일하기 운동’이라는 명목으로 고철 모으기, 토끼 기르기 등을 통해 돈을 모아 군대에 무기를 보내기도 합니다.

북한 청소년들은 13살에 소년단이 끝나면 이어 청년동맹에 가입해야 합니다. 지난해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으로 이름이 바뀐 이 조직은 각급 학교와 공장, 군 부대에 조직돼 있으며 14세부터 30세까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은 소년단과 함께 청년조직도 중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8월 평양에서 청년동맹 9차 대회를 열었는데, 청년동맹 대회가 열린 것은 1993년 이후 23년 만입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북한의 젊은 세대가 김정은 정권을 떠받드는 전위대가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에는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장마당’세대가 등장했는데, 이들은 수령과 당에 대한 충성심이 희박하다는 겁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 살다가 지난 2008년 한국에 입국한 30대 탈북자 백화성 씨입니다.

[녹취: 백화성] “80년대부터 경제난에 허덕였는데, 거기에 민첩한 10대-20대가 바로 저희들이었고, 국가나 수령에 대한 불만도 저희들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장마당 세대들은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외부 세계의 문화에도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세대만큼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젊은 세대는 여전히 수령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2003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최수경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최수경] "그래도 아직 수령 신성의식이 많이 남아 있고, 절대불가침한 수령에 대한 충직한 마음보다는 두려움, 유일한 사람에 대한 신성의식은 북한을 지탱하는 요인 같습니다.”

한편 미국에서는 북한의 소년단 행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밝고 명랑하게 자라야 할 청소년들이 어린 시절부터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강요 받는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어린 아이들을 세뇌시키는 것은 인권 위반입니다. 저도 공산주의 독재국가인 루마니아에서 자랐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아는데,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재자의 신격화, 숭배를 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아동 인권이 심하게 위반됐죠.”

유엔아동보호협약은 어린이들에게 정치적 이념과 충성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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