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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북한, 가뭄과 기름난 속 ‘모내기 전투’


1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지역 주민들(오른쪽 하단)이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1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지역 주민들(오른쪽 하단)이 모내기를 하기 위해 논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북한에서는 요즘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대풍작은 또 하나의 핵폭탄’이라며 모내기에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는 요즘 `모내기 전투'가 한창입니다. 북한 TV를 보면 주민들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모내기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KCNA] “모내기 전투에 나선 은천군 일꾼들 농업 근로자들이 모내기를 마지막 단계에서 다그치고 있습니다.”

모내기가 잘 되려면 물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북한은 현재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북한농업 전문가인 한국의 권태진 GS&J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지금까지 겨울 이후에 강수량이 평년의 50-70% 밖에 안되기 때문에 모내기를 못하는 지역이 꽤 있을 것이다. 작년에도 6월 중순까지 모내기를 못하는 지역이 10%는 됐는데 올해도 비슷할 것이다.”

남한도 가뭄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강물의 보와 저수지를 개방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한편 농민들은 양수기로 논에 물을 대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양수기는 물론 농기계를 가동할 기름마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올해 적들의 극악한 제재 책동으로 말미암아 연유 사정이 긴장하고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써레치기(써레질)를 앞세워야 한다.”

탈북자들은 남북한의 모내기 풍경이 크게 다르다고 말합니다. 남한에서는 보온 못자리를 만들고 트랙터로 써레질을 하고 이앙기로 모내기를 합니다. 이렇게 모두 기계로 작업을 하니 모내기 철이 되도 논과 밭이 조용합니다.

반면 북한의 모내기는 매우 시끄럽습니다. 북한 당국은 5월 중순이 되면 중학생부터 대학생, 군인, 사무원, 노동자 등 수 천, 수 만 명을 동원해 농촌 지원에 나섭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한 달 내내 협동농장에 머물며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모내기 전투를 해야 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청소년을 이렇게 모내기에 동원하는 것은 유엔이 금지하고 있는 아동노동에 해당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모내기를 하는데, 북한에서 아이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완전 아동노동이고 심각한 인권 유린으로 봐야죠.”

북한에도 농기계가 있습니다. 북한의 대표적 선전마을인 평안남도 원화협동농장이나 남포 인근 청산리협동농장 등에서는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농촌에서는 농기계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고장 수리가 안돼 어려움을 겪는다고 북한 농업과학원에 근무하다 1990년대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이민복 씨는 말합니다.

[녹취: 이민복]”북한 전반이 다 그런데, 기계가 정밀하질 못해요, 자꾸 고장이 나고 모가 제대로 꽂히지 않고 상당히 애를 먹어요.”

남북한 농사 현장을 모두 겪은 이민복 씨는 같은 모내기라도 남북한 간에는 기술 격차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은 거의 모든 모내기 작업을 기계화 했는데 북한은 아직 수작업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녹취: 이민복] "냉상모판이라는 것은 모판에 씨앗을 뿌려서 모내기 할만큼 크면 그걸 일일이 손으로 뜯어서 이앙기에 옮겨야 하는데, 북한은 모 뜨는 게 더 힘들어서 거머리에 물려가며…그런데 여기는 (남한)에서는 모판 자체가 이미 틀에 있어서 통째로 기계에 맞춰 놓으니까, 못 뜨는 품이 안 드는 거에요.”

부족한 비닐박막도 북한의 모내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모내기를 하려면 4월에 비닐로 보온 못자리를 설치해야 하는데 북한은 비닐박막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비료 부족도 문제라고 말합니다. 벼와 강냉이 (옥수수)가 제대로 자라려면 봄, 여름에 질소, 인산, 칼리 같은 비료를 충분히 주어야 하는데 북한은 비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겁니다. 다시 권태진 원장입니다.

[녹취: 권태진] "연간 필요한 질소질 비료가 25만t 정도가 확보돼야 한 해 농사가 될 텐데, 작년엔 꽤 많은 비료를 수입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수입량이 모자라죠. 국내 비료 생산이 얼만지 몰라도, 지금 현재 확보한 비료만으로는 올해 농사 짓는데 충분하지 않죠.”

중국 해관통계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올 1월부터 4월까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비료는 8만7천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감소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12년부터 소출의 일정 비율을 농민들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분조제를 도입하는 등 농업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농업생산성은 아직 한국과 중국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농지 1헥타르당 5-6t 쌀을 생산하지만 북한 협동농장의 소출은 3t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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