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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안보리 2321호 이행보고서 제출국 빠른 증가...국제사회 우려 반영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북한 핵 위협에 관한 안보리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북한 핵 위협에 관한 안보리 고위급 회의가 열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보고서를 제출하는 나라들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내용 또한 충실해지고, 북한의 우호국의 제출이 증가한 것이 특징입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안보리 대북 결의 2321호에 따른 이행보고서 제출국이 50개를 넘었습니다.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인도와 리히텐슈타인, 베트남의 보고서가 추가돼 지난달 29일 현재 모두 51개 나라가 이행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각국의 2321호 제출시한인 2월28일을 기준으로 약 두 달 만에 50여 나라가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건 이전과 비교할 때 매우 빠른 속도입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지난해 3월 채택된 2270호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44개 나라가 제출을 마쳤고, 2013년의 2094호와 2009년의 1874호 때는 제출국 숫자가 각각 18개와 42개에 그쳤었습니다.

당초 유엔 안팎에선 2321호가 기존 2270호와 같은 해 채택돼, 이행보고서 제출 실적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속도로만 놓고 볼 때 2321호 이행보고서는 오히려 2270호 보다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겁니다.

현재로선 미국 정부가 최근 각국에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한 대북 제재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 사실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녹취: 틸러슨 국무장관] “First, we call on U.N. member states to fully implement the commitments they have made regarding North Korea. This includes all measures required in Resolutions 2321 and 2270…”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직접 주재한 안보리 북한 관련 회의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결의 2321호와 2270호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나라들은 안보리의 명예를 손상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전 손튼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미국 정부가 대북 압박의 첫 단계로 안보리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손튼 차관보 대행] “We are certainly focused right now on…”

미국은 안보리가 지난해 채택한 2270호와 2321호를 포함한 모든 대북 결의를 각국이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2321호는 내용 면에서도 기존 이행보고서 보다 충실해 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각국이 구체적으로 취한 조치가 명시되면서,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히 주목되는 조치는 북한 외교관과 외교공관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이행보고서를 기준으로 모두 6개 나라가 해외주재 북한 외교공관의 임대사업과 북한 외교관, 이들의 은행 계좌를 주시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2321호는 해외주재 북한 외교공관이 임대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 외교공관이나 외교관의 은행계좌도 각각 1개씩으로 제한했습니다.

미국은 뉴욕의 북한대표부와 소속 직원들의 은행계좌에 대한 허가 규정을 강화한 사실을 이행보고서에 담았고, 루마니아와 이탈리아는 자국 내 북한 외교관과 가족들의 은행계좌 움직임을 주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지난 수 십 년 간 묵인했던 북한대사관의 불법 임대활동을 막기 위해, 이런 행동이 불법이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북한 측에 보냈습니다.

이밖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북한 대사관과 외교관들이 보유한 은행의 이름과 계좌번호를 이행보고서에 공개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2321호는 북한 외교관의 숫자를 줄이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일부 나라들은 이를 통해 대북 제재 이행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남아공 정부는 북한대사관 내 참사관 직책을 없애고, 기존 공사 자리를 2급 서기관 직책으로 격하시켰고, 이탈리아는 북한 외교관에 대한 승인 절차를 보류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또 불가리아는 2321호의 조치에 따라 북한대사관 관계자 2명이 지난 2월 수도 소피아를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2321호 이행보고서에서는 북한과의 각종 협력을 중단하거나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나라도 확인됐습니다. 이런 내용들은 기존 이행보고서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입니다.

이탈리아는 북한 국적자 4명이 국제과학대학원과 국제이론물리 연구소의 통합 박사과정에 소속돼 있다며, 이들이 2321호 채택 이후 학교 측에 의해 수학과 신경과학 등 민감하지 않은 분야로 전공과목을 바꿔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역시 과학기술 분야는 아니지만 고고학 분야에서의 협력이 남아있다면서, 대북제재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몽골은 지난해에 이어 추가로 북한 선박 3척의 등록을 취소했다고 명시했고, 중국은 자국 상무부가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령을 내린 사실을 보고하는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나라들이 많았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이행보고서를 낸 나라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이는 지난해 2270호 때부터 드러나는 현상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영향으로 각국의 대북 제재 이행 의지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2321호의 경우 아프리카 나라인 지부티와 에티오피아, 나미비아, 남태평양 섬나라인 바나투, 중앙아시아 나라인 타지키스탄까지 모두 5개 나라가 처음으로 이행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해 2270호 때부터 현 시점까지 처음으로 이행보고서를 낸 14개국 가운데 아프리카 나라가 가장 많은 8개인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각국의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대북제재 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매년 발행하는 보고서를 통해 아프리카 나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2월 보고서에서, “2006년 대북 제재 결의 1718호가 채택된 이후, 전문가 패널은 특별히 아프리카 나라들의 매우 높은 미 제출과 지각 제출을 경험했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이런 분위기가 확 바뀐 겁니다.

여기에 북한의 우방국의 참여가 늘어나는 점도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지난해 이후 사상 처음으로 이행보고서를 낸 앙골라와 말레이시아, 베네수엘라, 나미비아 등은 북한의 대표적 우호국으로 꼽힙니다.

특히 북한이 제작하는 동상의 최대 수입국이자 각종 건설 공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나미비아가 제출한 이행보고서 내용이 주목됩니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 의지가 커졌고, 이런 분위기가 이행보고서 제출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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