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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 만날 것’ 발언, 대북 옵션 구체화”…“확대해석 말아야”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착륙한 전용 헬리콥터에서 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착륙한 전용 헬리콥터에서 내리고 있다.

“적절한 상황에서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크게 주목 받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발언의 진의를 알기 어렵다면서도, 북한에 대한 “모든 옵션”을 점차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풀이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관여보다 압박에 중점을 뒀던 대북정책을 뒤집는 것인지, 아니면 “적절한 상황”이란 표현으로 기존의 북한 비핵화 조건을 그대로 제시한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브루스 베넷 연구원]

베넷 선임연구원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적절한 상황”이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뜻하는 것이라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면서 선제타격 등 군사적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존 박 하버드대 코리아워킹그룹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풀이하면서, 그 가운데 “협상 옵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박 연구원]

기존의 광범위한 대북 성명을 보다 구체화하는 의미가 있지만,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완전히 다루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여전히 높은 수위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북 대화에는) 많은 조건이 있다면서 북한의 행동과 관련해 뭔가 변화가 일어나야 하고 북한이 선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관례에 얽매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을 확대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국제정치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는 발언은 외국 지도자에 대한 의례적 존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김정은을 위험하고 위협적 지도자로 여기고 있는 만큼, 김정은이라는 인물과 그의 정책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읽어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외교적 부분이 있다”고 해명한 것과 맥을 같이 합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상충되는 발언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북한을 다루는 보다 효과적 수단으로 채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과거 미국 대통령들 역시 북한에 단호함과 협상 의지를 동시에 보였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전 실장]

리스 전 실장은 철저히 실용적 관점에선, 이런 접근법의 성공 여부에 따라 긍정적 평가가 따를 수도 있지만, 혼재된 신호로 한국 등 동맹국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부정적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발언은 앞으로 나올 추가적 언급과 성명 등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 매우 공격적 표현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에 따라 손을 내밀 준비도 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과정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대북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의 또다른 사례로 꼽았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

자국민을 대상으로 인도주의 범죄를 저지르고 유엔 결의 등을 위반하는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광” 표현은 곤혹스럽다는 설명입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만날 수 있다는 선거 유세 때 발언을 다시 살려내면서, 외교 당국자들의 기조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례를 또다시 남겼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전문 (무순) >

데이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와 외교 부문 모두에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기 위해선 그가 국제 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국제 무대에 여전히 낯설다는 뜻이다. 그는 국제사회의 여러 지도자와 달리 외교적 표현을 익히지 못했고, 따라서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는 말 등이 자신이 의도한 것 보다 훨씬 큰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때가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도 한 나라의 지도자이니 모든 외국 지도자에게 합당한 존칭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 선을 넘어, 김정은이라는 인물과 그의 정책을 존중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예의상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을 과도하게 해석하기 쉽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김정은을 위험하고 위협적 지도자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과 실제로 대화하게 된다면 그를 정중한 태도로 다룰 것이라는 게 이번 발언에 담긴 뜻으로 이해된다. 물론 사업가 출신인 그가 상대의 허점을 찌르기 위해 고의적으로 이런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아직까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기간이 너무 짧아 이런 판단을 하기엔 이르다. 적을 상대할 때는 예측 불가 혹은 애매모호함이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등 동맹을 상대로 한 모호한 발언은 현 시점에서 그리 유용하게 들리지 않는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아닌 이상 그의 발언에 대해선 추측만이 가능할 뿐이다.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 같은데, 과연 (김정은과 대화하기에) “적절한 상황”이라는 게 무엇인지가 문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동안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적절한 상황”이 무엇인지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 미 행정부가 여전히 이런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면, 김정은이 절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무의미하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적절한 상황”이 기존 대화 조건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그 수위를 낮춘 것인지 알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정책을 추진할 때 대부분 구체적이고 일관된 태도를 보여왔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방식이 북한을 다룰 때 적절치 않으며, 대신 모호한 태도가 더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 이런 모호함은 사드 배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를 비롯해 동맹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부족한 그의 외교 경험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관련 전문가 그룹을 참모진으로 갖추지 못했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 혹은 역대 미 대통령들과 달리 구체적 언급을 피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관련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국민들에게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완강히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혼재된 신호가 북한 뿐아니라 한국 등 역내 동맹국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북한 문제는 사실 북한 자체보다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동맹국과 서로 협력해 북한의 위협에 통일된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다. 동맹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분열시키는 어떤 행동도 지지하기 어렵다는 점에도 이런 방식의 표현이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앞으로 나올 추가 발언이나 성명 등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 동안 북한과 관련해 매우 공격적인 표현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태도에 따라 손을 내밀 준비도 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 역시 북한에 단호함과 협상 의지를 동시에 보였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면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철저히 실용적인 관점에서는, 이런 접근법이 통한다면 올바른 방식인 것이고, 실패한다면 잘못된 방식인 것이다. 다시 말해 동맹국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측면에선 도움이 안 되는 방식이고, 만약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어진다면 도움이 됐다고 할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북한 정권이 인도주의적 범죄와 자국민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유엔 결의와 미국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김정은을 만나면 영광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곤혹스럽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 동안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를 대북 정책의 근간으로 강조해 왔다. 또 외교에 열려있다는 원칙을 밝히면서도, 북한이 협상의 기본 전제인 비핵화와 관련해 정책을 바꾸기 전까지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만날 수 있다는 대통령 선거 유세 때 발언을 다시 부활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관여보다는 압박에 중점을 뒀던 걸 고려할 때 이번 발언이 이를 뒤집는 것인지, 아니면 “적절한 상황”이라는 조건이 김정은 정권의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 우리는 또다시 불확실성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이번 발언을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 대북 관여나 정상회담 의지로 읽는 건 과도한 해석이 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 행정부 다른 관리들의 입장과 조화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또 하나의 실례인 것도 사실이다.

존 박 하버드대 코리아워킹그룹 소장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특히 협상 옵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완전히 다루는 협상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여전히 높은 수위의 조건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광범위한 성명을 보다 구체화하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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