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들, 저임금 노동 시달려…절도범 전락하기도"


지난 201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건설현장의 북한 노동자들. (자료사진)
지난 201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건설현장의 북한 노동자들. (자료사진)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5만여 명에 달하며,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북한 당국의 가혹한 상납 요구로 절도범으로 전락하는 노동자가 생기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규모는 5만여 명에 이르며 벌목 부문에 2천여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건설 부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이들은 하루 최대 20시간의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객원연구원인 박찬홍 박사는 12일 서울에서 열린 ‘러시아 내 북한 파견 벌목공과 건설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 라는 단행본 발간 기념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결과는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 가운데 러시아 벌목공과 건설 노동자로 파견된 적이 있는 50명을 심층조사해 나온 겁니다.

박 박사는 북한이 지난 1940년대부터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해 왔다며 러시아는 북한의 최대 노동자 송출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03년 5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자린그라의 제재소에서 북한 벌목공들이 일하고 있다.
지난 2003년 5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자린그라의 제재소에서 북한 벌목공들이 일하고 있다.

또 현재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 가운데 임업 부문에서 종사하는 벌목공의 경우 하바롭스크와 아무르 지방에 집중돼 있고 이들의 수는 2010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 현재 2천 명을 밑도는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반면 건설 부문 노동자의 경우엔 크게 늘어 현재 5만여 명에 이른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 당국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쳐 2000년 이후 벌목공들의 외화 수입이 크게 줄자 재정 확보를 위해 건설 부문 노동자를 적극 파견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박 박사는 러시아 파견 북한 벌목공은 월 30 달러, 건설노동자는 월 50∼60 달러의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적게는 하루 12시간 많게는 20시간의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무리한 상납금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찬홍 박사 / 북한인권정보센터 객원연구원] “노동자는 1인 당 책정된 노동정량을 수행하지 못하면 당초 생활비로 지급되는 부분을 빚으로 인식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갚기 위해서 노동을 하게 됩니다. 이는 강제노동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에 해당되고요. 그리고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러시아에 가서 노동을 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가족을 일종의 인질로 활용하고 있다는 부분도 확인이 됐습니다.”

박 박사는 또 러시아 현지 북한 법인이 파견 노동자가 내부 규율을 위반할 경우 법적인 절차 없이 형벌을 가하는 행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체포와 격리, 감금 등 인신 구속과 조사 과정에서의 욕설, 폭행, 가혹행위, 자술서 작성 강요 등 탈북민들의 증언을 전하면서 이를 중단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녹취: 박찬홍 박사 / 북한인권정보센터 객원연구원] “사적인 제재를 가하면 안 되겠고요. 그리고 강제노동은 금지해야 합니다. 로마규정 제7조가 규정하고 있는 구금, 노예화 등 인도에 반하는 행위에 성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ICC 심판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 부분을 명확히 인식하고 사형과 강제노동을 금지할 것을 촉구합니다.”

세미나에 증언자로 나온 러시아 파견 건설 노동자 출신 탈북민은 러시아에서 3년 동안 일해도 기껏해야 1천5백 달러 정도 벌 수 있다며, 그나마 근무지에서 몰래 나가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이른바 ‘청부’ 형태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에 파견됐다가 올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 탈북민은 파견 노동자들이 월급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포기하고 있다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는 휴일에 청부를 나가 버는 수입만 온전히 자기 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탈북민은 이런 가혹한 노동환경 속에서 러시아 현지 국민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노동자들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밤시간에 러시아 여성의 가방과 스마트폰을 훔쳤다가 러시아 경찰에 붙잡힌 젊은 노동자의 사례를 전하며, 러시아 경찰이 북한 당국 관계자에게 북한 노동자들의 범죄 행위를 강력 경고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