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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재 이행 후 첫 협상 거론...국방위 대변인 담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함경남도 함흥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 동흥산기계공장을 시찰했다고 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함경남도 함흥의 룡성기계연합기업소 동흥산기계공장을 시찰했다고 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자료사진)

북한이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맹비난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미국의 협상 마련을 촉구하기도 해 제재 국면이 지속되면서 북한이 적지 않은 압박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3일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망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담화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을 거꾸로 자립자강의 강국으로 바꿔 놓았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담화는 그러면서도 일방적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제도 전복보다는 인정과 협조가 위기의 출구라는 여론이 만들어졌다며, 미국이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종용했습니다.

이번 담화는 한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미-한 연합훈련이 시작된 뒤인 지난달 7일 국방위원회가 성명을 발표한 뒤 29일 만에 나온 겁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앞선 성명에선 총공세 진입과 선제공격 등 군사적 위협으로 일관했지만 이번 담화에선 사태 수습을 위한 협상을 함께 언급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북한의 이런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입니다.

[녹취: 문상균 대변인/ 한국 국방부] “지금은 대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제재에 집중할 시기라고 보고 그런 차원에서 우리 군과 정부가 대응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한 달 만에 협상을 언급한 데 대해 그만큼 국제사회의 새 제재에 대한 압박감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거론하고 70일 전투와 같은 주민 동원을 강화하고 나선 게 그런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일단 현재까지는 북한 당국이 제재에 대한 일종의 공포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국면을 통해 내부를 굉장히 단속하고 장악을 강화하고 주민 동원을 꽤 심하게 하는 상황이 나타나거든요.”

박형중 박사는 또 다음달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주민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한반도 정세의 지나친 긴장을 피하기 위한 상황관리 차원의 메시지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북한이 협상을 언급했지만 협상에 나설 적극적 신호로 보긴 어렵다고 풀이했습니다.

담화의 대부분이 대북 제재 비난과 핵 공격 위협에 할애돼 있고 협상 얘기는 끝부분에 슬쩍 걸쳐져 있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그보다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대화의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중국과 다른 북 핵 관련국들 사이에 틈새를 벌려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대북 제재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북한이 대화를 언급함으로써 국제사회가 어떻게 나오는가 한 번 떠보기 위한,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진정성이 담겨 있는 제안이라기 보다는 이 사항을 슬쩍 건드려보기 위한 그런 의도로 나온 발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도 이번 담화가 그나마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조차 이례적으로 강한 비난을 담고 있다며 북한이 협상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담화는 중국을 겨냥해 미국의 요구에 무작정 추종하고 유엔 결의로 포장된 북한 적대시책동에 동조함으로써 귀중한 과거 유산과 전통을 송두리째 말아먹었다며 대가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하지 못한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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