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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미 국무장관 동북아 순방, 북한 문제에 초점


지난 12일 한국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
지난 12일 한국 외교부 청사에서 회동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국과 중국, 일본 순방을 마쳤습니다. 순방 기간 중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과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했는데요, 케리 장관의 아시아 3개국 순방을 백성원 기자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

진행자) 케리 장관의 이번 순방, 역시 북한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12일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중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는 3박4일 내내 북한 문제가 화두였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위기지수를 좀 낮출 것인가를 놓고 아시아 3개국 당국자들과 머리를 맞댄 건데요. 케리 장관이 시종일관 강조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북한과 대화 원한다, 아시아 동맹국들 보호하겠다, 역내 위기는 평화적으로 푼다, 크게 봐서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진행자) 말 그대로 케리 장관의 순방 내내 ‘대화’와 ‘협상’이란 용어를 가장 자주 들은 것 같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케리 장관은 지난 12일 첫 방문국인 한국에서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그렇게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대화의 조건 또한 명백합니다. 북한의 국제 의무 준수가 선행돼야 한다, 결국 비핵화의 방향으로 나가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대화, 이런 제안인 셈입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케리 장관이 대화의 궁극적인 목표를 한반도 평화통일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핵화를 넘어 통일을 몇 번씩 강조한 건 이례적으로 들렸습니다.

진행자) 그러면서 6자회담 9.19공동성명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삼았단 말이죠. 의도가 뭘까요?

기자) 그건 케리 장관과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이 발표한 공동성명에 포함된 내용인데요.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9.19 공동성명에 따른 공약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9.19 공동성명 내용을 다시 들춰보면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관계 정상화와 경제협력을 하겠다, 이게 골잡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공약 이행 준비를 언급한 건 미국과 한국 모두 포괄적 대북 지원에 나설 의향이 있다, 그리고 그건 북한 하기 나름이다, 그걸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 8년 전 합의를 다시 대화의 연결고리로 끄집어 낸 건데요. 글쎄요, 현실성이 있을까요?

기자)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이 이미 너무 멀리 가버렸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한국이 내세운 전제조건을 보면요, 결국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지키고 핵시설 불능화 하라는 얘깁니다. 예전에 이거 다 약속하지 않았냐는 거죠. 하지만 9.19 합의만 해도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무효화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또 그냥 핵보유국이라고 자처한 게 아니라 경량화, 소형화까지 다 성공했다고 주장했구요. 그런만큼 비핵화 회담은 물 건너갔고 핵 군축. 평화회담에만 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의 제의를 받아들이면, 북한 입장에선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 그동안의 말, 행동 다 번복하는 게 되지 않겠습니까? 과연 북한이 그런 선택을 할 지 의문시되는 이유입니다.

진행자) 또 중국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구요.

기자) 맞습니다. 케리 장관의 이번 동북아 3국 순방 가운데 그래서 중국 방문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을 두루 만났는데요. 두 나라가 북한의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하지만 한반도 위기국면 타개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 달라, 케리 장관의 이런 주문에 중국이 쉽게 동의했을 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중국이 이번에도 한반도 안정, 비핵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만, 3가지 원칙 모두 새로운 건 아니니까요.

진행자) 그래서 그런지 케리 장관이 이번에 중국에서 미사일 방어체제 얘길 꺼냈더군요.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 아니겠습니까?

기자) 예. 그렇게들 보고 있습니다. 13일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회동한 뒤 나온 얘긴데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새로 보강한 미사일 방어체제 중 일부를 제거할 수 있다, 케리 장관이 이런 뚯을 밝혔습니다. 중국에 대북정책 공조를 부탁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대한 중국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태도를 보인 겁니다. 관심을 모았던 케리 장관의 중국 방문을 정리해 보면요, 대화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에 대북 압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분명치 않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남긴 중국 방문이었다고 할까요? 이후 일본으로 향한 케리 장관, 역시 북한과의 대화를 거듭 강조했더군요.

기자) 예, 또 한번 대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북한과의 협상에 무게를 뒀습니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아베 신조 총리를 차례로 만났는데요. 미국은 동맹국들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한다, 이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케리 장관이 앞서 중국에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축소 가능성을 거론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워낙 민감한 문제여서요, 일본에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는데요.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면 결국 미국도 방어망을 갖춰야 할 긴급성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이 문제를 중국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진행자) 케리 장관의 이번 아시아 3개국 순방을 보면요,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우선 한국과 확인한 뒤, 이런 방향을 중국과 일본에 차례로 전하는 형식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케리 장관의 순방 기간 동안 미 국무부의 입장을 보면 미국 정부가 특히 어떤 부분에 유념하는지 읽을 수 있는데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무척 존중한다, 이런 인상을 적극 내비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건 미국만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맥락에서 이해해 달라는 겁니다. 말하자면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에 이견이 없다, 미국은 주권국가로서의 한국의 결정을 존중하며, 박 대통령의 의중을 중국과 일본에 전하겠다, 그런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 미-한 양국이 대화를 주장하면서도 선결조건에 대해선 미묘한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도 지금 나오는데요. 대화의 속도나 형식 등을 놓고 자칫 한국과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데 미국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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