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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위 관리들 "아시아 내 미 확장억제력 약화...동맹복원 공약만으로는 부족"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오른쪽)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지난 2008년 6월 냉각탑(오른쪽) 폭파를 앞두고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최근 한국과 일본,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핵계획그룹 창설을 제안한 미국과 영국, 호주의 전직 고위 관리들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미국의 동맹 복원 공약만으로는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척 헤이글 전 미국 국방장관과 말콤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상,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연구소 회장 겸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대사가 아시아 내 미국의 확장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공동기고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 최신호 기고문에서 이같이 지적하면서,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일 NPT체제 셈법 변화 우려”

이들은 ‘동맹이 핵무장을 하게 된다면: 차기 확산 위협 예방 방법’이라는 제목의 이 기고문에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대한 동맹들의 셈법이 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 사람은 앞서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유럽 등의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이 공개한 아시아 핵기획그룹(ANPG. Asian Nuclear Planning Group) 창설 제안을 주도했습니다.

`포린 어페어즈’ 공동 기고문은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 일본, 독일, 터키 등을 포함해 약 15개 나라가 핵무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당시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의 분석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비확산체제를 통해 그런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의 확장억제력의 조율된 노력 때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가 보다 도발적으로 핵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군비통제 합의에서 탈퇴함으로써 아시아와 유럽의 동맹들 역시 핵무장 추진을 단념해온 셈법을 재고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핵무장 전환 가능…한국도 비무장 효용성에 의문”

“다수 한국민,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도입 옹호”

세 사람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피폭 경험이 있는 일본의 경우 미국의 핵 확장억제력이 계속 유효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특히 최근 중국의 도발과 북한의 핵 고도화에 따라 이 같은 우려가 가중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아직은 공개리에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허용되고 충분한 기술을 보유한 만큼 결정만 한다면 빠르게 핵무장 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역시 북한이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포함해 수 백 가지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이 핵무장을 하고 있지 않는 현실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과도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요구하는 상황이 맞물리면서 비록 자체 핵무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소수지만 대다수 한국민들은 확대된 미국의 안전보장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한국민들은 미국이 냉전 이후 철폐한 단거리, 저위력 전술핵무기의 재도입을 바라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공약 이행, 어려움 예상…최우선 추진해야”

“미-한-일 공조체제 재추진, 한국 쿼드 포함 고려해야”

세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동맹 재구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특히 나토 등 핵심 동맹들과 호주, 일본, 한국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이런 기조를 재확인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공약의 이행은 어려운 작업을 동반한다며, 미국의 억제력과 방어 역량의 전반적 개선, 아시아와 유럽 동맹들에게 미국의 핵전략 수립 과정의 참여와 러시아를 넘어선 군비통제 담화 확대 등을 거론했습니다.

이 같은 국정 목표 달성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국정 과제들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다뤄야 하는 분야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유럽과 비교해 아시아 동맹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전망이라며, 나토와 달리 미국과의 양자적 관계에 동맹들이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관계 경색으로 수 년간 중단된 일본, 한국과의 삼자 공조체제 구축을 재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아시아 핵기획그룹을 창설해 호주, 일본, 한국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또 미국, 호주, 일본, 인도로 구성된 역내 집단안보 구상인 ‘쿼드’에 한국이 참여 의사를 밝힌다면 궁극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메이데로스-그린 공동 기고문 “동맹관계 개선에 그치면 안돼”

한편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재구축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15일 ‘아시아 내 신뢰 복원’에 관한 `포린 어페어즈’ 공동 기고문에서 단순히 역내 동맹관계를 개선하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메이데로스-그린 공동기고문 바로가기

이들은 외교를 잡초를 제거하고 작물을 관리하는 과수원 재배에 비유한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의 발언을 인용하면서도, 오늘날 인도태평양 상황은 그 이상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직접 대항할 수 있는 자원이나 역량이 부재하지만 높은 수준의 대규모 사업을 설계하고 이행하는데 있어서는 우위를 확보하고 이미 일본과 함께 추진 중이라며, 향후 협력 대상을 한국, 인도, 유럽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한-일 군사협력 복원 시급…쿼드 국방장관회의 조속 개최”

“나토 자동개입 조항 응용해 쿼드 대중 경제정책에 적용”

또 괌과 한국, 일본 등에 전진배치된 미군 기지의 방어력 개선과 동맹과의 효과적인 안보연결망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일본의 경우 미군과의 지휘통제 관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한-일 관계의 갈등을 종식시키기는 어렵겠지만 군사부문에서 삼각공조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이 균열을 악용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로 구성된 쿼드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 정보공유 개선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또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개입하도록 한 나토 조항을 본따 중국이 호주에 무역보복을 하고 있는 사례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향후 쿼드의 경제정책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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