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8월 북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서 KEDO의 원전 건설을 위한 기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2년 8월 북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에서 KEDO의 원전 건설을 위한 기초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 핵 사찰 총책임자를 지낸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고위 인사가 최근 불거진 한국의 북한 원전 건설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원전 건설에는 정치적 결정을 넘어서는 복잡한 기술적·국제적 요건과 한계가 따르는 만큼 사업 계획의 성격, 구체적 협상과 예비 조사 여부 등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실제로 추진됐다면 북한이 핵 보유국 자격으로 각종 비확산 규약과 안전조치를 수용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위반 행위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을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돼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IAEA에서 북 핵 사찰과 감시를 주도한 분으로서 이 문제에 어떤 시각을 갖고 계십니까?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하이노넨) 원자력발전소는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논의해서 지을 수 있는 종류의 시설이 아닙니다. 현장 조사와 건설 허가 등 기술적인 측면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고유의 원자로 도안을 갖고 있는 한국에 원전을 짓는다고 해도 많은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거나 해외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중에는 미국도 있습니다. 이런 절차 없이 독자적으로 북한에 원전을 건설할 순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미-북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 금호지구에 건설해주기로 했던 경수로 2기를 떠올려 봅시다. 모두 북한의 열악한 전력망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1000MW급 이었습니다. 즉, 원전을 지어준다 해도 북한 내 전력 공급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에 엄청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그런 계획을 갖고 있던 20~30년 전 금액으로도 5억 달러에 달했으니 지금은 훨씬 큰돈이 들 겁니다.

기자)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련 문건에는 북한 원전 건설을 위한 상당히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거론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하이노넨) 접경 지역(DMZ)에 원전을 짓는 시나리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원자로 가동에는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소는 동해나 서해 인근이 돼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현장 조사가 필요합니다. 러시아는 1980년대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려고 현장 조사를 했습니다. 지진이 발생하지 않고, 인구가 적고, 냉각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후보지를 모색한 결과 금호지구가 적당하다고 결론을 내렸고요. KEDO와 파트너 기관들은 이후에도 추가로 이 지역에 대한 조사를 벌였습니다. 원전 건설은 이처럼 정치적 결정만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기자) 시설을 짓는다고 해도 관리 문제 등 상당히 치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한 사업 아닙니까?

하이노넨) 기술적 문제가 첫 번째 장애물이라면 두 번째 문제는 안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국제적 합의를 맺느냐 하는 것이죠. 원자로 관리는 한국이 맡는 것인지, 그렇다면 북한의 역할은 무엇인지, 북한 기술자들이 시설에서 직접 일하게 되는지, 아니면 북한 측은 단순히 전력만 공급받는 것인지, 이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한국은 원자력안전협약과 핵확산금지조약 등에 서명했기 때문에, 누가 원전 관리 책임을 맡을 것인지도 분명히 해둬야 합니다. 

기자) 여러 차례 북한 핵 사찰을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이번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해 어떤 질문을 던지시겠습니까?

하이노넨) 이번 사안의 전말이 밝혀지면 매우 흥미로울 겁니다. 원전 건설 계획이 그저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기 위한 누군가의 생각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준비 작업을 마친 진지한 시도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준비 작업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계획했고, 누가, 얼마나 진지하게 협상을 했는지, 그리고 예비 조사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이뤄졌는지 말입니다. 만약 이런 작업이 진행됐다면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조직 차원의 영역이 될 겁니다. 거듭 말하지만, 원전 건설은 일부 정부 관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습니다. 그런 계획이 가능하다고 말하려면, 처음부터 적절한 기반시설을 구축해 놔야 합니다. 북한에 원전 건설을 제안한 뒤 나중에 접경 지역에는 어렵다는 사실 등을 깨닫게 되면 곤란하니까요.

기자) 원전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북한에 원전을 지으면 핵 프로그램 진전에 악용될 기술적 측면은 없을까요?

하이노넨) 건설 과정에 북한인들이 관여할 것인 만큼 원자로 건설 방법과 도안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를 짓고 있는 것처럼, 이후 원자로를 추가로 지을 수도 있고요. 분명히 전문 지식 일부가 흘러 들어가 북한이 이를 이용해 독자적 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시점에는 그런 가능성에 대해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원전 건설 계획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것인지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한국의) 누군가가 실제로 원전을 건설하려고 시도하는 것인지 말입니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안보 문제인데, 가령 접경지 인근에 원전을 건설한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위험 요소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기자) 원전 시설이 북 핵 프로그램에 기여할 여지는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하이노넨) 핵 관련 지식과 원자로 건설 방법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지 않으면 북한 땅에 원자로를 지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핵수출 통제체제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북한에 원자로가 건설되는 바로 그날 북한은 NPT 회원국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핵안전조치 합의를 준수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이 딜레마입니다. 북한이 원전 완공 전에 핵무기를 포기할까요? 북한이 NPT에 가입할 것으로 여기고 원전을 지으려 했는데, 원전 건설 뒤에도 핵무기를 그대로 갖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비용이 50억 달러나 든 접근법이었데 말입니다. 따라서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 NPT 가입, NPT 요건 준수와 어떻게 동시에 이뤄지게 할지에 대해 맨 처음부터 분명히 해 둬야 합니다.

기자) 과거 정권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원전 건설 지원을 추진하지 않았냐는 반론은 어떻게 받아들이시죠?

하이노넨) KEDO가 부활한다 해도, 달라진 새로운 환경을 반영해 매우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합니다. KEDO 활동 당시엔 북한은 수상한 활동을 했지만,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았고 NPT에도 남아 있었습니다. 따라서 원전 건설이 논의되려면, 북한은 NPT에 복귀하고 핵안전조치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는 북한 원전의 가동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안전에도 직결됩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안전 기준과 규정이 적용돼야 합니다. 북한은 모든 관련 협정에 가입하고 의무를 준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은 원전 건설 전에 모두 충족돼야 합니다. 원전을 건설해 준 뒤에도 북한이 IAEA에 가입하지 않고 안전 협정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겁니까?

기자) 북한 원전 건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도 저촉될 수 있죠?

하이노넨)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와 2397호는 북한의 특정 핵 관련 활동을 막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현존 핵프로그램에는 경수로, 5MW 원자로, 우라늄 광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누군가 북한에 그런 원자로를 대체하는 시설을 지어준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게다가 NPT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와 이런 합의를 하거나, 심지어 그냥 계획만 한다는 것도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처음부터 북한이 NPT에 가입돼 있어야 하는데, NPT 가입하려면 핵보유국이어서는 안 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 정부가) 무엇을 논의했고 어떤 계획을 이행하려 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기자) 기술적인 문제로, 원전과 관련해선 사용후핵연료가 늘 문제가 되는데요. 여기서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만큼, 원전 건설이 자칫 북한에 핵연료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여지는 없을까요?

하이노넨) 원전 건설에 앞서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합의가 돼야 합니다. 이란이 핵합의에 따라 부셰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러시아로 보내기로 한 것처럼, 북한도 이를 외부로 반출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한국으로 보내게 될까요? 자국의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이 북한에서 반출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게 될까요? 다른 나라로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넘겨받으려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저장하고 처리하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많은 문제를 맨 처음부터 계획해야 하는 것이 원전 프로그램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입니다.

기자) 북한이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도 변수로 보십니까?

하이노넨) 북한은 영변의 재처리공장(방사화학연구소)에서 그런 작업을 해왔습니다. 5MW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분리해 왔으니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해선 다른 공정이 필요한데 현재 영변 핵시설은 이런 작업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선 기존 시설을 개조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 건설하든지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북한이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이처럼 철저히 계획한 뒤 북한을 이해시켜야 하는 문제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일찌감치 제기하지 않으면 현재 이란 문제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기자) 한국에선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이면서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데 대한 비판이 많은데요.

하이노넨)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 될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국이 이유가 뭐든 원자력 발전 중단을 결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에 원전을 짓는 계획을 정당화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으로부터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원전 건설 의혹’의 기술적 측면과 국제 비확산 체제와의 연결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