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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민주콩고 불법회사 통해 동상 제작…국제금융망 접근, 달러 거래”


북한 업체 콩고 아콘데(Congo Aconde)가 콩고민주공화국 내 오트로마미 주에 설립한 동상이다 (사진제공: The Sentry)
북한 업체 콩고 아콘데(Congo Aconde)가 콩고민주공화국 내 오트로마미 주에 설립한 동상이다 (사진제공: The Sentry)

북한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회사를 불법 설립해 안보리 결의 위반인 동상 제작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이 나라 관할권 내 은행에 달러 거래 계좌를 개설해 국제금융망에도 접근했습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프리카 지역 내 불법활동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미국 민간 조사 단체인 센트리(Sentry)가 19일,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발생한 다수의 대북 제제 위반 사례와 취약한 감독 체계를 지적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박화성, 황길수 등 북한 국적자 2명이 단일 입국∙비사업자용 비자로 DR콩고에 입국해 ‘콩고 아콘데(Congo Aconde)’라는 사업체를 설립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센트리의 존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19일 VOA에, DR콩고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북한 국적자의 제재 위반을 도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델오소 연구원] “I think it is fair to say that the Congolese government either directly or indirectly did help these North Korean nationals violate sanctions… And yet, no one appears to have stopped the North Koreans from engaging in activities that they are prohibited from undertaking.”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상업 활동이 불가능한 비자로 입국한 북한 국적자 2명의 회사 설립이 가능했던 점을 일례로 지적했습니다.

또 설립 과정에서 북한 국적자로 구성된 회사의 경영진과 주주 등 자세한 정보가 3개의 DR콩고 부처와 최소 10개의 관공서 관리들에게도 노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델오소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불법 행위에 개입하는 것을 DR콩고 정부 관계자들이 막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국적자가 설립한 사업체 콩고 아콘데는 오트로마미 (Haut-Loma-mi)주에서 유엔 안보리가 2016년에 채택한 결의 2321호에서 금지한 동상 제작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는 오트로마미 지방 정부가 동상을 북한 회사에서 조달한 점에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으며, 이와는 별개로 동상 건립과 기타 안보리 금지 활동에 공공 자금을 활용한 것도 제재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당시 DR콩고의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의 정당과 관계 있는 다수의 저명한 정치인들이 이 동상 건설 사업에 연루된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조셉 카빌라(가운데)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0월 자국의 정정불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열린 중·남부 아프리카 정상회담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조셉 카빌라(가운데)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10월 자국의 정정불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열린 중·남부 아프리카 정상회담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특히 북한 사업체가 오트로마미 주에 세운 2개의 동상 중 하나는 2019년 1월까지 재직한 카빌라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전임자인 로랑데지레 카빌라 전 대통령의 동상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다른 동상은 카빌라 전 대통령이 속한 것으로 알려진 루바족의 집권자를 형상화했습니다.

북한 사업체는 또 수도인 킨샤사의 젠티니 은고빌라 주지사가 작년 8월 착수 준비를 시작한 가족 친화적 공원 건설 사업에도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업체의 기술 이사인 황길수와 은고빌라 주지사가 건설 현장에서 직접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진을 입수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 사업체가 제재를 회피해 국제 금융망에 접근하는데 DR콩고 내 금융 기관들이 도움을 준 점도 지적했습니다.

북한 사업체는 카메룬에 본사를 둔 ‘애프릴랜드 퍼스트은행 (Afriland First Bank)’에서 달러 거래 계좌도 개설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DR콩고의 루붐바시에 위치한 해당 은행의 지점이 달러 계좌를 개설해 주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사업체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BMCE 국제 은행 (BMCE Bank International)’의 프랑스 파리 지점을 환거래 은행으로 이용해 달러 뿐 아니라 유로도 거래했다고 밝혔습니다.

콩고 수도 킨샤사의 젠티니 은고빌라 주지사가 북한 업체 콩고 아콘데(Congo Aconde) 기술 이사인 황길수와 건설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The Sentry)
콩고 수도 킨샤사의 젠티니 은고빌라 주지사가 북한 업체 콩고 아콘데(Congo Aconde) 기술 이사인 황길수와 건설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The Sentry)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DR콩고 정부 관리들과 은행 지점이 북한 사업체인 콩고 아콘데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주고, 이 자금을 국제 금융망을 통해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다각적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델오소 선임연구원] “So the fact that both officers within the Congolese government and also this bank enabled the company, which went by the name of Congo Aconde, to both generate revenue and also move that money externally through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is a multifaceted violation of those sanctions programs.”

특히 보고서는 DR콩고 내 ‘취약한 내부 통제와 감독 체계’가 관할 지역을 제재 회피 시도의 ‘온상 (fertile grounds)’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콩고 아콘데 사례가 DR콩고 내 은행, 정부, 다국적 기관들에 제재 위험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clarion call)’로 작동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확산 금융과 제재 회피 시도에 대응한 해결책이 있다는 점을 명시하기 위해 이번에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델오소 선임연구원] “What we really want to do is highlight this problem because there are solutions that can be taken to address it. North Korean proliferation financing, sanctions busting are very, very serious national security and international security topics. So, in our report we recommend a range of measures…”

실제로 보고서는 DR콩고에서 운영되는 은행과 거래하는 금융 기관들의 고객확인제도(CDD)등 주의의무(due diligence)를 강화하고, 콩코 아콘데 등 북한 국적자∙기관들에 의해 운영되는 계좌를 동결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 DR콩고 정부에는 의심스러운 금융거래에 관한 ‘독립적이고 철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 정책이 효율적으로 이행되려면, 현장에서 이를 이행하는 기관들이 구체적인 제재 회피를 식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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