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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박, 캄보디아∙피지 선박으로 둔갑해 중국 해역 운항…불법 행위 은닉”


지난 2018년 8월 일본 방위성이 동중국해 해상에서 촬영한 북한 선박 '남산 8호'의 사진을 공개했다. 방위성은 이 배와 국적 불명의 선박 간의 불법 환적 행위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8월 일본 방위성이 동중국해 해상에서 촬영한 북한 선박 '남산 8호'의 사진을 공개했다. 방위성은 이 배와 국적 불명의 선박 간의 불법 환적 행위를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적 선박이 여전히 캄보디아와 피지 등 제3국 국적 선박으로 가장해 중국 해역을 불법 운항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이 이를 통해 불법 행위를 은닉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다겸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CNS)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여전히 선박 국적 변경 등의 해상 불법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최근 자체 군축∙비확산 관련 홈페이지에, 북한 선박이 캄보디아나 피지 선박으로 국적을 임의로 변경해 중국 해역을 불법 운항한 3가지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 선박들이 자동식별장치(AIS)의 자동응답기, 즉 트랜스폰더(Transponder)를 조작해, 선박 국적 등을 명시하는 해상이동 업무식별부호(MMSI)를 조작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 부처 간 합동으로 발표된 불법 해운 활동 주의보에 따르면, 자동식별장치에서 발신하는 데이터 조작 행위를 통해 해상이동 업무식별부호, 국제해사기구(IMO)번호 등 선박의 독특한 식별 정보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는 북한 선박이 선박의 국적을 나타내는 해상이동 업무식별부호의 첫 세 자리를 조작해 온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런 조작이 북한 “선박들의 불법 거래를 은닉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FOC: Flag of Convenience)’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피지와 캄보디아가 북한의 불법 활동에 연루되면서, 이들 “착취당한 국가들의 평판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퓨마(PUMA)라는 이름으로 피지 국기를 부정 사용한 혐의로 피지 당국의 주의 명단에 오른 바 있는 북한 국적 유조선 송원(SONG WON, 8613360)호가 여전히 해상이동 업무식별부호를 조작하고 있다는 겁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는 북한 선박이 적어도 작년 11월 28일부터 12월 27일까지 약 한 달간 캄보디아 국적 선박으로 둔갑해 중국 해역에서 운항을 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선박명도 ‘디페트로 166 (DPETRO 166)’로 변경했습니다.

또 이 선박이 올해 6월 3일 중국 해역에서 ‘온원 (ON WON)’이라는 명칭의 피지 국적 선박으로 정체를 바꿔 중국 해역에서 운행했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선박이 북한 해역 주변에서는 북한 국적의 해상이동 업무식별부호로 이동하다가 중국 연안에 인접해 있을 때는 피지와 캄보디아 국적으로 선박 정보를 조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 유조선 무봉 1호와 불명의 선박이 지난 2019년 11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접선한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 유조선 무봉 1호와 불명의 선박이 지난 2019년 11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접선한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해당 지역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북한의 불법 선박 간 환적(STS)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북한 국적 선박 ‘연풍 3(YON PUNG 3, 8314881)호’가 해상이동 업무식별부호 조작을 통해 피지 국적 선박인 ‘아리 (A LI)’로 둔갑해 중국 해역을 운항한 사실도 지적됐습니다.

두 선박이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로는 자동식별장치가 발신하는 데이터로 파악한 선박 이동 패턴이 일치하고, 선박 길이가 146m로 동일하며, 국제해사기구(IMO)가 발급하는 선박 식별고유번호가 유사한 점 등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이 선박이 작년 11월 15일부터 올해 2월까지 적어도 약 3개월간 임의로 국적 변경을 하며 불법 활동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는 몇 가지 징후도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선박이 북한 해역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질 때 자동식별장치를 껐다며, 이것이 북한과의 잠재적 교역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한 겁니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는 캄보디아와 피지 양국 모두 “자국의 해양 이익 보호를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으며,” 이것이 북한의 불법 무역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선박 국적 임의 변경 등을 막는데 ‘완전히 효과적이지는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 송원호 선박처럼 이미 주의 명단에 오른 선박이라도 계속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은 14일 VOA에, 선박의 국적을 조작한 북한 선박들이 제3국의 항구에 입항했다면 ‘주의 의무(due diligence)’ 실행에 따라 이들의 입항, 선박 등록, 보험 철회 등의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f they were going to any other ports, then you could take action such as deny them registration, deny them entry, deny them insurance. So, the mere fact that they are only shuttling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makes it very difficult to take action against them.”

하지만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북한 국적 선박이 북한과 중국 영해 사이 만을 이동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중국 당국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선박 추적 체계를 통해 북한 국적 선박이 항구에 도착 했을 때 사전에 제공한 정보의 거짓 여부를 확실히 알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China could exercise greater vigilance over North Korean vessels coming to its coast…”

와츠 전 위원은 중국이 자국 영해로 입항하는 북한 국적 선박에 대해서 더 높은 수준의 감시를 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의 주의 의무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지다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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