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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박, 중국 해역에서 석탄 환적…중국 경비정 묵인”


북한 남포의 석탄 항구를 촬영한 17일자 위성사진. 선박 3척이 정박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제공=Planet Labs.
북한 남포의 석탄 항구를 촬영한 17일자 위성사진. 선박 3척이 정박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제공=Planet Labs.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산했던 북한 석탄 항구에 지난 4월부터 대형 선박들이 정박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 드렸는데요, 실제로 최근 북한 선박들이 중국 해역에서 석탄을 환적하고 중국 정부는 이를 묵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구체적인 위성사진이 공개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남포의 석탄 항구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대형 선박이 정박한 모습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장 최신인 17일자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만 하더라도 이 항구에 선박 3척이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항구에 정박한 선박이 전날 2척에서 1척이 더 늘어난 점과 선박들의 적재함이 모두 열려 있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국제사회가 금지한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과 관련된 움직임이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남포 석탄 항구에서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 4월 이후 꾸준히 관측되고 있습니다.

VO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이후 한 때 석탄 항구가 한산했지만, 이후 4월 중순부터 다시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약 3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크기가 다양한 선박들이 남포의 석탄 항구에 정박하는 장면이 목격돼 왔고, 이 기간 위성사진에 포착된 선박만 약 30척에 이릅니다.

지난해 10월 중국 닝보 저우산항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북한 선적 선박 8척이 정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지난해 10월 중국 닝보 저우산항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북한 선적 선박 8척이 정박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

이런 가운데 실제로 북한 선박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석탄 수출 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와 주목됩니다.

북한 전문매체인 ‘NK뉴스’의 정보분석 전문 사이트 ‘NK프로’가 17일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와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자취를 감췄던 북한의 석탄 운송 선박들이 4월 말부터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보고서는 선박의 자동식별장치(AIS) 자료와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K 모닝’ 호와 ‘남대천’, ‘태평’ 호 등 최소 17척의 북한과 관련된 선박들이 중국 저우산 인근으로 수백 만 달러어치의 석탄을 운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보고서에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기존에 알려진 북한 선박들과 크기와 모양이 같은 선박들이 석탄으로 보이는 검정색 물체를 가득 실은 채 중국 저우산 인근 해역에 머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선박들은 이미 석탄을 하역한 듯 적재함이 텅 빈 상태였습니다.

이들 북한 선박들은 저우산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중국 바지선 등 다른 선박에게 석탄을 넘겨준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과정을 중국 해안 경비대가 목격했지만 묵인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실제로 보고서가 공개한 지난 5월3일자 저우산 해상 일대 위성사진에는 북한 선박 ‘태평’ 호 옆으로 중국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정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지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앞서 촬영된 같은 날 위성사진에는 태평 호 주변으로 바지선 2척과 크레인 선박이 포착됐는데, 이들은 서로 석탄을 주고 받은 듯 바지선엔 검정색 물체가 가득했고, 태평 호와 크레인 선박 주변에는 석탄을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이는 석탄 가루 추정 물체들이 묻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경비정은 분명한 제재 위반 행위를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냥 지나쳤다는 지적입니다.

13일 북한 남포 석탄 항구 일대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자료. 태평 호가 정박한 사실이 확인된다. 자료 제공=MarineTraffic
13일 북한 남포 석탄 항구 일대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자료. 태평 호가 정박한 사실이 확인된다. 자료 제공=MarineTraffic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NK 프로’에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고, 범법자들에 대한 체포나 제재도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와 유엔 안보리 등은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3월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 선박들이 불법 석탄 수출에 가담한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 자료 등을 공개했습니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북한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지난해 북한이 불법으로 수출한 석탄이 370만t 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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