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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북한 식량난 우려…"코로나 봉쇄, 재해로 상황 악화"


북한 신의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화물열차에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북한 신의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화물열차에 소독액을 뿌리고 있다.

북한의 식량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100만t 이상의 식량을 외부 지원과 수입 등으로 메워야 하는 실정인 가운데, 북한 당국의 코로나 국경 봉쇄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100만t 이상의 식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곡물 수요량은 550만t이지만 지난해 생산량이 440만t에 그쳤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중 접경지역엔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농촌진흥청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생산된 식량 작물이 모두 440만t으로 지난 2019년도 464만t에 비해 5.2%인 24만t이 감소했다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작물별 생산량은 쌀이 202만t, 옥수수가 151만t, 감자와 고구마가 54만t, 보리와 콩류 및 기타 잡곡이 각각 16만t과 17만t이었습니다.

특히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9.8% 줄어들며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습니다.

농촌진흥청은 이처럼 지난해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이 감소한 이유로 전반적으로 불량한 기상조건과 8월과 9월 태풍피해 등을 꼽았습니다.

특히 7월과 8월 사이 긴 장마와 폭우로 인해 일부 농경지가 침수되거나 유실됐고, 8월 태풍 ‘바비’와 9월 4일 ‘마이삭’, 같은 달 7일 ‘하이선’의 영향으로 작물이 쓰러지거나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이 작물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김관호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북한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북한 농경지 유실은 물론 올해 농사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김관호 책임연구원] “가뭄은 그래도 농경지는 있고 뭐래도 심으면 나오는데 홍수는 다 쓸고 지나가잖아요. 그러니까 농경지가 4만 헥타르 피해를 입었으면 그러면 그 농경지를 다시 일궈야 되잖아요. 근데 복구가 많이 더뎌질 것 같다는 얘기죠. 장비도 없고 유류도 없는 상태고 그런 면에서 농경지 복구가 더뎌지면 농사지을 땅이 없는 거잖아요.”

장기화한 대북 제재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자연재해로 북한이 이른바 ‘3중고’에 직면하면서 식량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지난해 8월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일대 홍수 피해 상황을 현지에서 파악했다며 지난해 8월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달 미국 농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이 식량 부족 상태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20년 기준, 북한 주민 63.1%가 식량 섭취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또한 약 104만 6천t의 식량 부족량이 발생했다고 추산하면서, 이는 6개월 전 추정치인 95만 6천t 보다 9만t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로 인한 식량 상황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농무부는 설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FAO)는 지난해 말에도 또다시 북한을 외부의 식량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시켰습니다.

특히 지난해 초부터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8월과 9월 사이 발생한 태풍이 식량 취약성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난해 식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외부로부터 수입해야 하는 식량을 전년에 전망한 64만 1천t보다 2배 이상 많은 158만 5천t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은 이처럼 해마다 식량 부족분을 외부에서 지원받거나 수입해 충당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 방역을 위해 1년 넘게 국경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지난달 말 VOA에,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복합적인 상황이 지난해 북한의 식량 안보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가론 국장] “We’ve seen additional strain, we saw the shutdown of the border fairly early on the country. Tighter restrictions on imports, and that has resulted a significant reduction of most agricultural products that they produced in China which are about 85%.”

스탠가론 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직후 상당히 이른 시기에 국경을 닫은 북한의 조치는 식량 안보 상황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국경봉쇄로 농업에 필수적인 비료와 씨앗 등을 들여오지 못했고, 육류와 농산물 등 모든 식품 수입량도 줄어 식량 상황이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대북 지원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미국 내 구호단체들은 북한의 북한의 국경 봉쇄가 내부 상황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지난해 북한에 대규모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국의 식량이 북한에 상당히 유입되는 것 같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보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당시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을 때 약속했던 식량 60만t 지원을 거의 다 이행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의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면서 양국 관계가 악화한 2013년 무렵 급격하게 축소됐다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2018년부터 다시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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