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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와대 “대북전단 살포 법에 따라 엄단”…탈북민 단체 반발


김유근 한국 국가안보실 1차장.
김유근 한국 국가안보실 1차장.

한국 청와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탈북민 단체 두 곳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탈북민 단체 측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앞으로 대북 전단과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1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상임위원회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남북 합의와 정부의 지속적 단속에도 일부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과 물품 등을 계속 살포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관련법 위반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남북 간 모든 합의를 계속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청와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11일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등 2곳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과 항공안전법, 공유수면법 등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통일부는 현행 남북교류협력법 상 두 단체가 물자의 대북 반출을 위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규정을 어겼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또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 고발은 탈북민 단체가 드론 즉, 무인기를 활용해 대북 전단을 살포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한국의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연료를 제외한 무게가 12㎏ 이상인 초경량 비행장치를 소유하거나 사용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미리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또 신고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초경량 비행장치의 비행을 제한하는 ‘비행제한공역’에선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만 드론 사용이 가능합니다. 휴전선 인근 군사지역은 비행제한공역에 속합니다.

이와 함께 탈북민 단체가 쌀과 대북 전단, 이동식저장장치인 USB, 구충제 등을 담아 바다에 띄운 페트병이 북한에 도달하지 못하고 해양쓰레기가 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공유수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오염물질을 버리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유수면법을 적용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민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한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하지만 해당 탈북민 단체 측은 통일부의 이 같은 조치, 특히 고발의 핵심인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에 ‘반출’은 ‘매매, 교환, 임대차, 사용대차, 증여, 사용 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북 간 물품 등의 이동’으로 규정돼 있는 데 ‘대북 전단 살포’는 이런 반출 행위가 아니라는 반론입니다.

탈북민 단체 측 변호를 맡고 있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태훈 대표는 대북 전단은 정보 전달 매체로 이해해야 한다며 남북교류협력법이 규정한 반출 대상 물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김태훈 대표] “세계인권선언이나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도 다 정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서 모든 사람은 어떤 매체를 사용해서도 정보를 전달, 수집, 취득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어요. 이게 딱 거기에 해당되거든요.”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북교류협력법 상 북한으로 반입되는 모든 물품이 장관 승인이 필요하다는 게 통일부의 유권해석이라며 대북 전단도 예외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법 집행부서의 일차적인 해석으로 이해당사자가 불복할 경우 최종 결론은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통일부는 또 수사 의뢰와는 별도로 이들 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는 절차에도 들어갔습니다.

통일부는 이달 중 청문을 하고 취소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11일 두 단체에 청문 계획을 통보했습니다.

두 단체는 법인 설립 허가가 취소되면 통장 개설 등에 제약이 생겨 기부금 모금 활동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미국 인권재단 HRF의 토르 할보르센 대표(가운데)와 한국의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왼쪽)가 지난 2015년 1월 대북전단을 날린 후 기자회견을 했다.
미국 인권재단 HRF의 토르 할보르센 대표(가운데)와 한국의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왼쪽)가 지난 2015년 1월 대북전단을 날린 후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 4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낸 데 대해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을 모두 끊고 추가 조치를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자 남북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남북 간 상호 비방 중단을 합의한 `판문점 선언’ 준수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법 제정과는 별도로 이같은 조치들을 취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입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미-북 관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평화 협력을 구축하려는 노력에 나서야 되겠다는 입장을 정리를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빠르게 이런저런 국내법적 조치들을 고려하고 북한과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이런 한국 정부의 주도성이 강화된 대북정책 방법론 일환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 15년 간 통일부가 승인을 받으라고 한 적이 없다가 김여정의 말 한마디에 문제를 삼고 있다”고 비난하며, 한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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