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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대북 전단 살포 탈북단체 2곳 교류협력법 위반 고발


2016년 탈북자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보낸 1달러 지폐와 대북전단 (자료사진)
2016년 탈북자 단체가 북한으로 날려보낸 1달러 지폐와 대북전단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가 한국 내 일부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에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남북 간 연락채널을 모두 끊은 데 대해 차분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10일 대북 전단 살포 활동을 벌여온 탈북민 단체 두 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이 단체들에 대한 정부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통일부가 고발한 단체는 박상학 대표가 이끄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박 대표의 동생인 박정오 대표가 이끄는 큰샘입니다.

통일부는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에 대해 “두 단체가 대북 전단과 페트병 살포 활동을 통해 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북 정상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에서 물품의 대북 반출은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에 따라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대북 전단과 소책자, 지폐 등을 대형 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보냈고 8일엔 큰샘과 함께 강화군 삼산면의 한 마을에서 쌀을 담은 페트병을 바다에 띄어 북한에 보내려다 주민 반발로 실패했습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특히 한국전쟁 70주년인 오는 25일에도 대북 전단 100만장을 날려 보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하며 남북관계 단절을 압박하는 담화를 냈고, 북한은 9일 정오부터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남북 간 모든 통신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의 조치에 “남북 간 합의사항을 준수하겠다”는 기본적 입장을 밝히는 선에서 대응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번 탈북민 단체들에 대한 고발 조치도 남북 정상이 합의했던 상호 적대행위 금지를 준수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그동안 대북 전단 살포를 ‘승인을 받지 않은 물품의 대북 반출’이라고 문제 삼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통일부는 10일에도 북한의 강경 조치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 차원에서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여상기 대변인]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정세를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여 대변인은 또 “대북 전단 살포는 남북이 중단하기로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는 행위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해 대북 전단 살포 규제법을 마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 내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 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과의 교류 확대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강경 조치에 일단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마련함으로써 대화의 길을 다시 터 보려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 측 담화에는) 전단 살포를 입법으로 금지하고 그것을 이행할 때까지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현할 것 같은 그런 내용이 담겨 있어요. 그런 걸 보면 1차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겠죠.”

하지만 대북 전단 살포 규제만으로 북한이 강경 조치를 풀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이 같은 접근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게 목표라면 통일부가 나서서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한 마당에 기다려보지도 않고 연락채널을 차단한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국제사회 대북 제재로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추가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박 교수는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을 만들어서 그걸로 인해서 북한이 (대남 압박을) 중단을 해주면 좋은데 안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그렇다면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위기관리를 해야죠.”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대남 압박 과정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 발 물러서 있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 정부가 남북 정상 간 소통을 통한 상황 반전을 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습니다.

남북 경색국면이 이어지게 되면 시기의 문제일 뿐 특사 파견을 통한 정상 간 신뢰 회복을 시도해 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의 파국을 원하고 있는 건 아니라며, 오는 10월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줄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특사를 파견해서 일단은 채널을 확보해야 되고요. 그러니까 정상외교를 통해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이고, 대규모 식량 지원, 그 다음에 대규모 의료 비료 지원,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성과를 도출했다고 판단할 정도의 규모가 돼야 되거든요.”

신범철 센터장도 특사 파견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다만 정상 간 소통이니 만큼 상황이 무르익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 규제법을 만들고 북한이 대규모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특사 파견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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