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으로 조성된 한반도 정세 아래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잘 관리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한국의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을 후방에 둔 최상의 외교적 지위를 재정립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겸 연구실장은 27일 VOA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현재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황에 대한 냉정한 인정과 실용주의적 정세 관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 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대 등에서 대중·대미 지렛대를 다각도로 활용해 북한의 과도한 도발을 제어하고,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불가피성을 느끼도록 지속적인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출연기관인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 안희창 초청연구위원도 VOA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 유대관계를 강화하는데, 한국은 동맹국 미국과 계속 불협화음을 내는 것은 문제”라며, “지금까지의 대북, 대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두진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을 부정하지 않는 한 동맹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연구위원은 “한국이 국방과 외교 경제 등 분야에서 노정된 미국과의 이견을 정상궤도로 복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7일 한국 김포시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북 접경 지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122mm 자주곡사포 위에 앉아 있다. 자주곡사포에는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수 미제 침략자들을 때려부수자!"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매우 부정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한국을 대화 상대로 상정하지 않은 채 오직 북·중·러 연대 및 대미 직거래 구도 속에서 군사적, 경제적 실리만을 추구하는 냉각·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고, 두 연구위원은 북한이 “얻을 것 없는 한국과 뭔가를 하는 것 보다는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이 훨씬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며 한국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김 위원장의 이번 단둥 방문 목적이라는 데 일치했습니다.
임 교수는 김 위원장의 단둥행은 “신압록강대교 현장점검 차원의 방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그가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통과한 행보는 대교가 “지난 6월 평양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합의했던 `국경 통상구 전면 재개통’이 가져온 가장 상징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임을 대내외에 공식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번 방문으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합의했던 무역·농업·건설·과학기술·보건 분야 협력 확대, 국경 재개방과 민항기 및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를 계기로 한 인적 교류 확대 등을 중심으로 양국 간 협력이 심화하고, 특히 김 위원장의 숙원사업인 지방발전 계획과 관련해 다양한 경협 추진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노동력이 대거 중국에 들어가고, 중국산 값싼 물품과 사치품들이 북한으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약화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 유명무실화 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연구위원도 “대북 제재에 별 관심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과 그동안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보여준 소극적 자세를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사문화됐다”고 밝혔습니다.
임 교수도 북중 관계가 "'실질적 경협 복원'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중국이 과거와 같이 단속을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다음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태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안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에 북중 양국에서 최선희 외무상과 왕이 외교부장이 각각 참석한 것은 “정상의 외국 방문인 만큼 외교 책임자가 수행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고, 북한도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어서 정상회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현재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최우선 순위는 이란과의 군사 충돌 및 중동 정세 관리”라며, “북한 문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미국 외교 당국과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의미 있는 대북 보상안'을 협상하기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 경주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담 때보다는 이번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얻을 것이 있는 만큼 회담 성사 가능성이 60~70%는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근래 들어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두 연구위원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 과거에 비해 “두드러지게 좋아진 흐름이 보인다”며, 수도권에서는 “쌀이 남아돌고 주민들의 식생활이 다변화되는 한편 차량 통행도 많다”며, “북중 간 경협이 강화되면서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역이 전체적으로 좋아진 건 아니라고 두 연구위원은 덧붙였습니다.
안 연구위원도 “통계상으로는 북한의 국민총생산(GDP)이 올랐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실제 생활은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게 없다”며 “평양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임 교수는 “북한 경제 상황이 근래 들어 지표상 반등세를 보이고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는 평가와 관측은 외교적·구조적 변수에 기인한 명확한 팩트이자 현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