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지난 방송에서, 미군 기지 안의 대형 식표품점인 ‘커미서리’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커미서리와 함께 미군 장병과 가족들의 생활 복지 양대 축을 이루는 곳, ‘피엑스(PX·Post Exchange)’가 있습니다. 기지 안의 백화점, 혹은 종합 쇼핑몰인 이 시설은 어떻게 운영되고 누가 이용할 수 있으며, 여기서 번 돈은 어디로 가는지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미군 ‘피엑스’, 어떤 곳입니까?
기자) 먼저 이름부터 풀어드리면요, 피엑스(PX)는 ‘Post Exchange’의 영문 약자입니다. 직역하면 ‘기지 안 거래소’인데요. 미군 기지 안에서 운영하는 종합 소매 시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의류, 전자제품, 가전, 화장품, 장난감, 스포츠용품 같은 갖가지 상품을 면세로 파는 곳인데요. 식당과 주유소, 이발소, 영화관도 운영합니다.
진행자) 군인들을 위한 매점이라고 보면 됩니까?
기자) 아뇨. 한국 군대에서 영내 매점을 피엑스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취급 품목과 판매 대상, 사업 규모 면에서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습니다. 미군 피엑스는 매점 수준이 아니고요, 백화점 또는 종합 쇼핑몰을 기지 안으로 옮겨놓은 곳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저희가 육군·공군 피엑스를 운영하는 AAFES 측에 요청해서 받아본 자료를 보면, 종합 매장 118개, 편의점 527개, 식당 1천500개, 영화관 35개, 주유소 237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기지 안 백화점 또는 종합 쇼핑몰 같은 시설, 육·해·공군과 해병대, 모든 군종에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명칭만 조금씩 다른데요. 육군과 공군은 피엑스 또는 비엑스(BX: Base Exchange)라고 부르고, 해군은 ‘넥스(NEX: Navy Exchange)’, 해병대는 ‘MCX(Marine Corps Exchange)’, 해안경비대는 ‘CGX(Cost Guard Exchange)’라는 별도 이름을 쓰지만, 운영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걸 통틀어 ‘익스체인지’라고 부릅니다. 육군과 공군의 익스체인지는 AAFES(Army & Air Force Exchange Service)라는 기구에서 운영 책임을 맡고요. 해군과 해병대는 별도의 익스체인지 조직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군 기지 안에 있다는 점 외에, 피엑스가 일반 백화점이나 소매점과 다른 점은 뭔가요?
기자) 상품 가격에 세금이 안 붙는다는 점을 첫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소매물품을 최종 구매할 때, 주나 도시마다 다르지만, 대개 5%~10% 정도 판매세(sales tax)가 추가되는데요. 피엑스에서 구매하면 완전히 면세입니다. 이게 미군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상당한 복지 혜택이 되는데요. 예를 들어 1천999달러(한화 약 268만 원) 짜리 애플 ‘맥북 프로’ 랩탑 컴퓨터를 워싱턴 DC에서 구매하면, 119달러 94센트(약 16만 원) 세금이 붙어 총액 2천118달러 94센트(약 284만 원)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피엑스에서 사면 면세라, 120달러 가까운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진행자) 세금이 안 붙더라도, 책정된 판매가가 일반 소매점에 비해 싸지 않다면 장점이 없어지는 거 아닙니까? 할인점 등과도 가격 경쟁력이 있나요?
기자) 네. 그래서, 피엑스 이용자들의 혜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있는데요. ‘최저가 보장제(Price Match)’입니다. 만일 영외 유통업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동일한 상품을 더 싸게 팔고 있는 걸 증명하면, 즉시 그 가격으로 맞춰주는 건데요. 이 최저가 보장제는 ‘베스트 바이’ 같은 민간 유통업체에서도 앞다퉈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업체에서 세금까지 빼 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 피엑스가 언제나 앞서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미군 장병들은, 같은 물건을 산다면 자연스럽게 피엑스를 선택하게 되고요.
진행자) 피엑스는 현역 미군 장병들만 이용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현역 장병 외에, 내셔널 가드(주방위군)와 리저브를 비롯한 예비군, 그리고, 퇴역 장병, 복무 중 부상을 입고 전역한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가족들도 이용할 수 있고요. 퍼플하트 훈장 수훈자, 전쟁 포로였던 사람, 군 복무 중 장애를 얻은 재향군인과 이들을 돌보는 지정 가족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커미서리 이용 자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이들에게 발급되는 신분증을 피엑스 입구에서 보여주고 들어가면 됩니다. 마치, 코스트코 같은 할인 매장 입구에서 회원증 검사를 하는 것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익스체인지 온라인 쇼핑 사이트의 경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명예 전역한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면세라는 것 외에, 다른 소매점과 구별점이 또 뭐 있을까요?
기자) 미군이 가는 곳은 세계 어디든, 최대한 매장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AAFES 측에 요청한 공식 자료를 보면, 현재 미국을 포함해 30개 넘는 나라에 익스체인지 매장이 진출해 있습니다. “우리 장병들이 어딜 가든, 익스체인지가 그들과 함께 간다”고 밝혔는데요. “서남아시아부터 아프리카, 유럽, 태평양 지역까지” 현지 주둔 미군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태평양 지역’에는 한국도 포함됩니다.
진행자) 한국에도 피엑스가 있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 있는 피엑스인데요. AAFES 설명에 따르면, 2017년 11월 20일 문을 연 최신 시설로서, 면적이 약 30만 1천 제곱피트에 달합니다. 제곱미터로 환산하면 2만 8천 제곱미터쯤 되는데요. 축구장 네 개 정도의 크기입니다. 전 세계 익스체인지 시설 가운데 세 번째로 크고, 태평양 지역에서는 가장 크다고 AAFES이 밝혔는데요. 주한 미군이 한국 국민들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기지 개방 행사를 하곤하는데, 그 때마다 가장 인기 있는 방문 시설 가운데 하나가 피엑스였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있는 피엑스도 이용 자격은 미국 내 매장들과 같습니까?
기자) 자격은 같은데, 구매 물량에 제한을 둡니다. 당국이 피엑스에 관해, 한국을 ‘배급 통제(ration control)’ 국가로 분류했기 때문인데요. 과거, 주한미군 피엑스와 커미서리에서 대량으로 면세 구매한 상품을 암시장에서 재판매하는 일이 빈번했거든요. 한국의 실정법을 어기는 경우도 발생했고요. 2003년에는 미군 기지에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면세 맥주와 포도주 6만2천박스를 빼돌려 시중에 유통시킨 밀수조직 30명이 적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한국 내 피엑스 구매 물량에 제한을 두는 것은 어떤 방식인가요?
기자) 기지마다 약간 다를 수는 있는데, 주 구매자 1인당 월 800달러, 추가 가족 300 달러씩 구매 한도를 뒀습니다. 위반하면 이용 자격이 정지되거나 군법(UCMJ)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는데요. 필요하면 부대 지휘관을 통해 일시 증액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 9월에 이런 제한을 없애면서, 주한 미군 장병들한테 큰 뉴스가 됐는데요. 하지만 4개월 만인 2020년 1월에 다시 도입됐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있는 것 외에 주목할 만한 특별한 매장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전투 지역에서도 피엑스가 운영됩니다. 파병 지역 따라 움직이는 이동식 매장, ‘모바일 필드 익스체인지’인데요. 전투 지역은 물론, 합동 훈련이나 허리케인 같은 재난 현장에 설치되는 임시 매장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미군 장병들이 파병 지역에서도 버거킹이나 스타벅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는데요. 익스체인지 당국이 이런 이동식 매장을 운용하도록 하는 덕분에 가능한 겁니다.
진행자) 피엑스가,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커미서리’와 다른 점은 뭔가요?
기자) 커미서리(Commissary)는 먹을 것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파는 ‘대형 마트’이고요, 피엑스는 식료품 외에 것들을 판매하는 ‘백화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운영 주체도 다른데요, 식료품을 유통하는 커미서리의 경우, 국방 커미서리 관리국(DeCA·데카)이 육·해·공군과 해병대, 우주군을 비롯한 모든 군종의 시설을 통합 관리합니다. 하지만, 피엑스는 아까 말씀드린대로, 육군과 공군 피엑스를 관리하는 AAFES가 있고, 해군·해병대는 이와 별도로 운영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커미서리의 경우 시설관리용도 실비인 5% 서차지(surcharge)만 원가에 붙이고 이익은 남기지 않지만, 피엑스는 판매활동 전반에서 이익을 남기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피엑스에서 창출되는 이익은 누가 가져가고, 어디에 쓰입니까?
기자) AAFES는 이익을 ‘배당(dividends)’ 형태로 각 군에 보냅니다. 이 배당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곳은 장병들과 가족들을 위한 사기·복지·여가 프로그램인데요. 육군의 경우 배당금이 주로 MWR로 갑니다. MWR은 기지 내 체력단련장, 수영장, 청소년 스포츠, 도서관, 볼링장, 각종 야외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인데요. 저희가 각군 익스체인지 당국에 요청해 받은 자료를 보면, 가장 최근인 2025회계연도에 벌어들인 금액이 5억1천300만 달러인데요. 배당금이 육군에 1억6천600만 달러, 공군에 1억2천만 달러, 해군과 해병대에 2천100만 달러 배정됐습니다. 운영비의 대부분을 고객 매출로 충당한다는 점도 공식 자료에 나옵니다.
진행자) 미군 장병이 가는 곳이면 세계 어디나 따라가는 생활복지 시설, 피엑스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미국 군사·안보 백브리핑’ 오종수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