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기구, 북한 16년째 ‘고위험 국가’ 지정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로고.

북한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방지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고위험 국가’로 다시 지목됐습니다. 북한은 국제 금융망과의 연결성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16년째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북한을 또다시 ‘고위험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FATF는 지난달 30일 총회 발표문을 통해 북한과 이란을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방지, 대량살상무기 확산 자금 조달과 관련해 각국의 대응 조치가 필요한 최고 수준의 위험 국가로 지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구는 지난 2011년 ‘주의 조치국’이던 북한을 ‘고위험 국가’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올해로 16년째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FATF의 고위험국 명단은 통상 ‘블랙리스트(Black list)’로 불립니다.

FATF는 북한이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조달방지(AML/CFT) 제도의 중대한 결함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관련된 불법 활동과 자금 조달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국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금융 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북한 은행과의 환거래 관계를 종료하고, 자국 내 북한 은행의 자회사나 지점을 폐쇄하며, 북한인과의 사업 관계와 금융 거래를 제한하는 등의 대응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FATF는 특히 북한이 국제 금융망과의 연결성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확산금융 위험 증가를 우려했습니다.

이어 각국에 북한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기존 대응 조치의 이행과 집행을 더욱 철저히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확산금융이란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 생산, 운반 등에 사용되는 자금이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적인 행위를 말합니다.

FATF는 또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위장회사와 페이퍼컴퍼니, 합작회사, 복잡하고 불투명한 소유 구조 등을 자주 이용한다고 지적하며, 북한을 대신해 이뤄지는 거래에도 강화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1718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무 종료로 북한 관련 확산금융 위험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2024년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이에 따라 전문가패널 활동은 종료됐습니다.

이날 FATF는 북한과 함께 이란도 ‘고위험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FATF는 이란이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방지 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으며, 행동계획 이행에서도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얀마는 북한과 이란과 달리 ‘대응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 국가’가 아닌 ‘강화된 실사 조치를 요하는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FATF는 미얀마에서 사기와 사이버 사기 활동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관련 불법 금융 위험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1989년 창설된 FATF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기구로, 자금세탁과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 자금 조달을 막기 위한 국제 기준을 마련하고 각국의 이행 상황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FATF의 고위험국 지정에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2년 6월 고위험국으로 재지정되자 ‘북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지원 방지를 위한 국가조정위원회’ 리정철 실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것은 기구가 우리 국가의 이미지에 먹칠하고 정상적 발전 권리를 침탈하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노골적으로 편승한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